케이팝보다 한국전통음악을 더 사랑하는 교민 2세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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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보다 한국전통음악을 더 사랑하는 교민 2세 학생들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5.05.04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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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동갑내기 조윤주, 공요나 양..."한국전통무용 브라질에 전파 하고파"

▲ 한국전통무용의 브라질 전파를 목적으로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공요나 양(앞쪽)과 조윤주 양.(사진=이석재 재외기자)

  또래 아이들이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춤을 따라 추고, 주말마다 놀러 다닐 때도 한국의 전통무용을 브라질에 전파하고자 하는 일념 아래 전통무용 배우기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18세 동갑내기 조윤주 양과 공요나 양이 바로 그들이다.

  조윤주 양은 6세부터 15세 때까지 한 사설 무용학원에서 한국전통무용을 배웠다.

▲ 장구춤을 연습 중인 조윤주 양
  동요를 부를 나이에도 우리 국악을 들었던 조 양은 어릴 적부터 한국무용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다니던 학원이 문을 닫으면서 더는 한국무용을 배울 수가 없게 됐다.

  전통무용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을 참고하며 연습을 했지만 진전이 없어 포기해야만 했다.

  무용을 잠시 쉬는 사이 조 양의 부모님은 그녀에게 피아노를 배울 것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전통무용에 많은 미련이 남아 다른 것들을 접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인 노인들을 위한 잔치에서 장구춤 공연을 펼치던 중 한국무용연구소의 신용옥 소장의 눈에 띄었고, 지난해 6월부터 한국무용연구소에서 그토록 추고 싶던 한국전통무용을 다시 추고 있다.

  여러 종류의 전통무용 중에서도 조윤주 양은 장구춤을 가장 좋아한다. 조 양은 "치는 것도 재미있고 또한 다른 무용에 비해 리듬감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무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든 점으로는 동작이 몸에 밸 때까지 반복 연습을 하는 것과 몸매 관리를 꼽았다.

  몸매 관리는 조 양이 특히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살이 쪄도 전통 무용을 하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평소 체력과 몸매를 관리하지 않으면 연습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동작을 소화하기가 힘들어 평소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조 양은 전했다.

  다른 여학생들처럼 한국의 걸그룹의 춤을 추고 싶지는 않은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TV를 보면서 가끔은 걸그룹의 춤을 춰보고 싶지만 걸그룹의 춤을 추면 나도 모르게 몸이 케이팝 음악에 길들여질까봐 되도록 케이팝은 보기만 하고 전통 무용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대신 한국드라마를 자주 본다. 한국 배우 중에서는 김수현을 가장 좋아한다"고 소녀의 미소를 지었다.

▲ 무용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공요나 양
  조윤주 양의 친구이기도 한 공요나 양은 조 양보다는 늦은 11세에 처음으로 한국무용을 접했다.

  조 양과 마찬가지로 다니던 전통무용학원이 문을 닫아 몇 년째 전통무용을 하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던 무렵에 조 양의 제의로 그녀와 함께 한국전통무용소에서 몇 달 전부터 춤을 추고 있다.

  공 양은 "지금은 기본기부터 다시 배우고 있지만 작품은 선생님이 소고춤으로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며 작품을 향한 열정을 보였다.

  공 양에 따르면 브라질의 삼바춤은 맨손으로 춤을 추는 데 비해 한국전통무용은 부채나 장구, 소고 등의 악기나 소품을 들고 춤을 추기 때문에 브라질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 특히 알록달록한 한복도 인기가 높다고 공 양은 전했다.
 
  이 두 여학생의 공통된 꿈은 빨리 전통무용을 배워 브라질 현지인들에게 한국전통무용을 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하루 빨리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국전통무용연구소의 신영옥 선생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1956년부터 김생녀 시립교양악단과 수차례에 걸쳐 동남아 공연을 마친 브라질 한국전통무용계에 산 증인과 같은 인물이다.

  신 선생은 브라질에 한국전통무용을 보급하고자 지난해 4월 한국전통무용연구소를 열었으며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Bu Tche Tchum 부채춤'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한국전통무용 브라질 전파에 뜻 있는 교민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가르치는 단원들의 실력이 공연할 수준이 되면 브라질 현지학교를 방문하면서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가난한 동네에 자리한 학교에서 더 많이 공연해 그들에게 한국전통무용을 통한 한국문화전파에도 앞장설 포부를 품고 있다.
 
  또한 전통무용과 함께 한복과 한식 그리고 국악과 민요까지도 브라질에 전파할 계획이며 조만간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자 모집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활발한 아이돌 그룹 활동의 영향으로 이곳 브라질에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케이팝만이 한국의 문화인양 브라질에 전파되고 있는 것이 아쉽지만 한국전통무용의 대가와 또 아직 소녀이지만 브라질에 전통문화를 보급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가지고 있는 이 두 소녀가 있기에 브라질에서 한국문화 보급의 길은 환하게 열려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왼쪽부터 공요나 양, 신영옥 한국전통무용연구소장, 조윤주 양

  상파울루=이석재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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