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사람 때리고 뒷사람에게 사과한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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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사람 때리고 뒷사람에게 사과한 아베
  • 허겸 기자
  • 승인 2015.04.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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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는 읍소, 사과…일본군 위안부는 언급조차 없어
일본계 ‘친한파’ 혼다 美 하원의원 “충격, 부끄럽다”
韓정계, 日야당 “비굴의 극치, 또 속았다” 일제 성토
韓 전략적 모호성 멈칫 때 日 전략적 확실성 택한 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하지 않았다.

▲ 백악관에서 기자회견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백악관 방송 'WH.com' 영상 캡처)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선 아베 총리는 29일(현지시간.한국시간 30일 오전) “전후의 일본은 이전의 대전(大戰)에 대한 ‘통절한 반성(deep remorse)’을 가슴에 새겨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행동이 아시아의 모든 국민에게 고통을 준 사실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생각은 역대 총리와 다를 게 없다”고 언급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긴급 타전했다.

  아베 총리는 영어로 ‘deep remorse’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일본어로는 ‘통절한(痛切な)’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반둥회의 당시 같은 영어 표현을 번역하는데 사용됐던 ‘깊은(深い)’이란 단어보다 다소 강화된 단어 선택이지만 명시적인 사과의 표현은 아니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핵심은 비껴갔다는 말이다.

  그 대신 아베 총리는 이날 미국에 대해서는 읍소하듯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일본과 일본 국민을 대신해 앞선 대전에서 숨진 모든 미국인들의 영혼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하고 싶다”고 명확한 사죄의 뜻을 밝혔다. 또한 “미일 동맹을 희망의 동맹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전쟁을 겪은 여성’의 피해를 이해한다며 마치 전범국 국가원수가 아닌 듯 에둘러 표현했다. 이날 마이클 혼다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의 초청을 받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7) 할머니가 하원 본회의장을 찾아 연설을 지켜봤다.

  아베 총리는 또 미 하원의원 25명 등이 촉구한 전쟁범죄 사과 요청도 사실상 일축한 셈이 됐다. 하지만 그의 연설이 끝난 뒤 본회의장을 가득 메운 미 상하원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쳤다.

  미 의회에서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한 일본계 미국 정치가인 혼다 의원은 아베 총리의 연설 직후 성명을 내고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아베 총리가 승전국인 미국에게 연설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해 화해의 제스처를 연출한 데 대해 한국 정치권과 일본 야당은 성명을 내고 아베 총리의 비굴한 국제 외교를 일제히 성토했다.

▲ ‘링컨이 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링컨기념관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같은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이 사진은 백악관 홈페이지 메인 사진으로 등장했다.(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허겸 기자  khur@dongponews.net
                kyoumh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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