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국내거주 고려인동포의 보건·의료 환경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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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국내거주 고려인동포의 보건·의료 환경의 현주소
  • 임채완 교수
  • 승인 2015.04.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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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실태조사 시리즈”-④

  전남대학교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은 2014년 재외동포재단의 연구용역과제인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486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근로환경, 주거환경, 지역주민과의 관계, 보건의료 환경, 한국어교육 환경, 법·제도적 환경 및 정책 욕구 등 7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재외동포신문은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의 협조를 얻어 이번 연구 결과를 시리즈로 기획연재한다. - 편집자 주 -

  최근 4년 동안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집단 거주지인 광주광역시를 찾는 고려인동포는 매년 3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광주지역의 (사)고려인마을은 개인병원, 안과, 아동병원, 산부인과 및 소아과 등 병·의원과 협약을 통하여, 국내거주 고려인동포들이 진료비의 40-50%를 할인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고려인동포들은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동포들이 많아 제대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 등이 이들의 문제를 지원하며 도와주고 있지만, 그 현실이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 고려인동포 보건의료 실태조사(표-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제공)
  이 실태조사에서 한국거주 고려인동포의 건강상태를 보면, 70.3%의 고려인동포가 현재 복용하는 약이 있거나 치료 중인 질병이 있으며, 나머지 29.7%의 고려인동포는 건강이 양호한 상태로 나타났다. 국내거주 고려인동포들 중 직장 혹은 지역건강보험에 가입된 동포는 37.5%이며, 고려인동포 62.5%(모름-0.6% 포함)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다. 고려인동포 노동자 윤 유리는 공장에서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직장보험증을 가지고 있어서 큰 불편함 없이 치료를 받았다고 말하였다. 반면, 성 백은 처음 한국으로 노동이주 왔을 때 노동부에 등록하고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직장보험이 있어서 치료비 걱정이 없었는데, 지금은 고용주가 직장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싫어하여 치료를 받을 때 비용이 많이 들어 힘들다고 호소하였다.

  실제적으로 고려인동포의 26.6%가 진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병원 갈 시간이 없는 동포는 23.4%,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동포는 6.5%로 나타났다. 기타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필요한 정보 획득 및 상담 받기 힘듦(5.6%), 적절한 의료기관 부재(4.8%), 건강보험 자격 정지 또는 상실(1.4%) 등이 있다.

  CIS지역에서 모국을 찾은 3만여 명의 고려인 동포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의사소통의 문제와 문화 차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근로 및 주거 환경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조사에서 국내거주 고려인동포의 66.4%가 의사소통을 못하여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였다. 한편, 보건·의료관련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상담을 받기가 힘들었다는 고려인 동포는 23.6%였으며, 진료절차가 복잡해서 어려움을 겪은 고려인 동포는 10.9%, 전문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고려인동포는 5.5%로 나타났다. 한편, 의료기관 이용할 때 힘든 점이 없는 고려인동포는 21.0%로 나타났다. 김 나탈리야는 주변의 한국말을 모르는 고려인동포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많이 힘들어하고 있으며, 교회 등 단체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하였다. 허 제니스는 한국의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한국의 의료시설에 대하여 매우 만족한다고 평가하였다.

  경기도 안산지역에 고려인동포는 5천여 명으로 한국 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연해주 등에서 주로 경제적 여건으로 모국을 찾은 동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일용직에 근무한 탓으로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에서 언어 소통의 문제와 문화 차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안산지역의 시민단체들은 한글 학습, 통·번역 지원, 임금 체불 해결, 건강보험 지원 등 고려인들의 애로 사항 등을 해결해 주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회원들이 보내주는 후원금만 의존하다 보니 임대료, 운영비 등이 부족하여 운영의 한계가 있다.

  정부와 지역사회는 지역 의료기관과의 지속적인 연계를 통하여 국내거주 고려인동포들의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이들이 지역 주민으로서 정신보건 향상 및 건강한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고려인동포들의 산재보험을 포함한 국적취득, 고충상담, 자녀보육, 한국어교육, 자조모임 등 고려인들을 위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려인 종합센터 건립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임채완(전남대학교 세계한상문화연구단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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