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겨울연가(冬のソナタ)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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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겨울연가(冬のソナタ)를 꿈꾼다!
  • 월간 아리랑
  • 승인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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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상경



‘겨울연가’를 통해 일본의 대스타로 등극한 배용준의 일본 공식 홈페이지(www.yongjoon.jp)에는 일본 팬들의 애정 어린 메시지와 그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다. 게시판에는 몇 월 며칠 무슨 방송에 배용준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될 예정이라는 정보로부터, 모 잡지, 모 신문에 관련기사가 개재되었다는 내용을 비롯해 우연히 라디오를 들었는데 게스트 사이에 겨울소나타를 소재로 긴 대화가 오고가 너무 너무 기쁘다는 이야기까지.



정확한 방송일자 확인을 위해 방송국에 직접 전화를 걸고, 야구 중계 등으로 인해 방송시간이 지연될 것을 너무도 염려하는 팬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불과 1-2년 전만하더라도 일본 내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예인은 보아와 윤손하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TV에서 가끔씩 접했던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도 일본 연예인의 한국 방문기라든가 한국음식 소개 등이 주류였다. 당시엔 윤손하 보다도 ‘NHK 한글 강좌’에 고정 출연했던 개그맨 이봉원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였다.



‘겨울연가’의 인기가 소위 ‘한류’의 붐을 일으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가속화된 문화개방에 따른 다양한 장르에서의 문화교류가 밑거름이 된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겨울연가의 붐이 일어나기 전부터 JSA를 비롯해 여러 편의 영화가 정식 수입·개봉되었고 프로야구와 J리그 등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은 지속되었다.



‘겨울연가’를 통해서 우리는, 문화산업이 지닌 엄청난 위력을 실감했다. 그러나 ‘한류’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튼튼한 토대를 구축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현재 ‘한류’의 정점에 서있는 욘사마의 일본 방문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일본 내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베컴의 인기를 능가한 한류스타-욘사마의 일본방문기

4월3일(도착)-일본 내에서 폭넓은 연령층의 일본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용준이 지난 4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에 걸쳐 일본을 방문했다. 하네다(羽田)공항 로비에는 5천명이 넘는 팬이 모여들어 일시 패닉 상태가 되었으며, 공항주변에도 도로를 따라 수 백 미터의 행렬이 계속되었다.



국내선 터미널의 연결 버스의 운행이 일시 중단될 정도로 그 환영 규모는 엄청났다. 이전 세계적인 스포츠스타인 베컴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모여든 팬들의 규모가 1천 명 정도. 이는 베컴이 입국했을 당시에는 나리타(成田)공항을 이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히 폭발적인 숫자라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현(福島縣)에서 유급휴가를 내고 2박3일의 일정으로 동경에 온 50대의 여성은 “욘사마를 직접 보고 싶었다” 며 회사와 남편에게는 비밀로 했다고 말했다. 또 추첨에서 탈락해 팬미팅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우연히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만만찮은 비용을 들여 뉴오타니 호텔을 예약했다고 한다. 배용준의 얼굴 한 번 보기 위해 모여든 팬들은 그가 손을 흔들 때마다 비명에 가까운 환호를 보냈다.



4월4일-본격적인 팬과의 만남. 시부야 성공회에서 열린 팬 이벤트의 참가신청자만도 6만 명을 넘어섰고, 추첨에 떨어진 팬들은 무료입장권을 15만엔에 사기도 하는 무서운 열정을 보였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벤트 당일에는,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 2천여명이 회장 밖에서 안타까움에 발을 구르기도 했다. 공회당에서 열린 팬 이벤트에서는 욘사마, 준상!이라는 애칭을 부르며 배용준의 미소와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를 보냈으며, 그들의 애정에 배용준 역시 팬들을 ‘가족’이라는 따뜻한 호칭으로 부르며 포옹으로 답했다. 또한 이벤트가 끝난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는 수백명에 이르는 보도 관계자가 모여 그의 인기도를 실감케 했다.



4월5일-일본의 각종 미디어가 보내는 뜨거운 관심. 오전 11시부터 이루어진 각 잡지의 표지 촬영과 인터뷰를 모두 마친 후 숙소로 돌아온 배용준은 링거 주사를 맞고 휴식을 취해야 할 정도로 탈진. 일본에 오기 전부터 CF촬영 등으로 인해 감기에 걸려 있었던 상태에서 빡빡한 스케줄을 감행한 결과였다. 팬들의 염려와 안타까움이 담긴 문의 전화, 메일이 일본 일정을 담당한 IMX측에 폭주했다고 한다.



4월6일-NHK회장도 놀란 배용준의 인기. 배용준은 이날 NHK의 에비사와 가쓰지(海老澤)회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당신의 이름은’ 이라는 일본의 전설적 초히트작에 ‘겨울소나타’를 견주면서 극찬을 한 에비사와 회장은 창문너머로 증정식을 보고 있던 열성 팬들의 모습을 보고는 “일본남성들 면목이 없다”며 그의 인기에 놀라기도 했다. 이날 오후 잠시 여유가 생긴 배용준은 ‘젊음의 거리를 보고 싶다’라며 진구마에(神宮前)의 카페 <로터스>에서 치즈케이크 등을 먹으며 짧은 여유를 만끽하기도 했다.



4월7일-인터뷰의 날. TBS<뉴스 23>의 인터뷰를 필두로 약 30개에 이르는 미디어와 개별 인터뷰를 행함.

4월8일(출국)-마음으로부터의 배웅을 받으며. 일본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뒤로 한 채 한국으로 돌아간 날이다. 지난 3일, 일본 방문 당일의 대혼란을 경험한 공항 측은 안전을 위해 특별게이트를 설치하고 경비인력을 보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으며, 그들의 배려 속에서 배용준은 계획대로 무사히 탑승을 마쳤다. 이날 공항에 모인 팬은 500여명. 방문 첫날 5000여명의 십분의 일에 그친 숫자이다. 이는 그새 팬들의 애정이 식은 것이 아니라, 그가 그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 ‘마음만으로 배웅해 달라’는 요청을 하자, 이를 받아들인 팬들의 또 다른 애정표현이었다.




드라마, 영화 계약 봇물-포스트 ‘겨울연가’의 주인공은?

‘겨울연가’의 일본 내 인기몰이로 배용준이라는 걸출한 한류스타를 배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배용준 신드롬으로 한국드라마와 영화가 일본 방송과 연예가에 확고한 입지점을 갖게 되었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한국드라마의 판권 확보 여부가 위성방송의 가입자 확대의 관건으로 인식되어지면서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기 위한 방송사간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드라마의 방영과 이에 따른 가입자 수 증가의 높은 상관관계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추세이다. 이미 NHK위성방송은 ‘겨울연가’ ‘아름다운 날들’ 의 후속작으로 ‘올인(オ-ルイン運命の愛)’을 방송중이며 WOWOW는 5월1일부터 ‘여름향기’를 방영할 예정이다. 일본 내 한국어 전문채널인 KNTV에서는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를 1-2개월 후에 편성에 반영해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한국영화도 커다란 기대와 함께 올해만 20편의 영화가 개봉(2003년도 14편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할리우드 영화사인 유니버셜픽쳐스가 ‘태극기 휘날리며(ブラザ-フッド)의 일본 상영권을 취득해 6월 개봉예정이고, ‘욘사마’의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역할의 ‘스캔들(スキャンダル)’, 치밀한 구성의 올드보이(オ-ルドボ-イ)등이 차례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한국영화가 기대를 받는 이유는 배우의 인기도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소재의 다양성이나 탄탄한 스토리 등 작품성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개봉 작품수의 양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본 영화시장에서의 한국영화의 흥행수입은 기대에 못 미쳐 온 것이 현실이다. 한국영화 중에서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한 ‘쉬리(シュリ)’가 거둔 19억 엔의 흥행수입은, 2003년도 일본영화흥행 순위와 견주면 20위권 정도에 불과하다.  




‘관행’은 허물어지고-한국 드라마제작에 직접 투자

한국 드라마의 흥행 성공은 일본 방송계의 관행을 바꿔놓고 있다. NHK에서 이례적으로 최지우와 배용준의 특집 방송을 제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상품가치’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 ‘관행’의 무게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흥행 가능성이 있는 작품의 판권 구입, 공동제작 형태를 넘어 이제 드라마제작에 직접 투자하는 형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한국에서 6월30일 첫 방송을 탈 MBC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いつか樂園で)주연-차태현,성유리’에 일본의 유력 위성방송업체인 스카이퍼펙트TV(スカパ-)가 직접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일본 TV업계로는 최초의 시도로 스카이퍼펙트의 담당자는 ‘단순히 판권 구입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사업에 주력하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체로 수입 드라마는 1-2년이 지난 후에 국내에 방영되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 드라마는 6월 한국 방영과 비슷한 시기에 일본 내 방영일정을 잡고 있다. 6월부터는 본격적인 한국 드라마 캠페인을 실시해 여성 고객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새로운 스타 탄생의 기대감-포스트 ‘욘사마’를 꿈꾼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지만 아직 배우들의 인지도는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겨울연가’로 이미 대스타의 자리를 구축한 배용준과 최지우의 경우를 제외하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팬이 아니고서는 한국 연예인의 이름을 알고 있는 일본인은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영화나 드라마가 공개되어 일정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아름다운 날들’의 이병헌, 한·일 공동 드라마로 일찍이 일본 팬을 형성한 원빈, ‘이브의 모든 것(イブのすべて)’의 장동건 등이 포스트 욘사마를 넘보는 유력후보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 최지우를 꿈꾸는 여자 연예인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조금 떨어지는게 현실.‘엽기적인 그녀(獵奇的な彼女)’의 전지현,‘클래식(ラブスト-リ)’의 손예진 등이 차기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내 지명도에 있어서는 몇 해 전부터 착실하게 기반을 쌓아가고 있는 윤손하(ユンソナ)와는 아직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 느낌이다. 윤손하는 공중파 방송의 고정출연을 비롯해 CF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퀴즈 버라이어티 쇼인 ‘퀘스,파이브’의 메인 MC를 맡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본어실력에서는 다른 한국 연예인을 압도한다. 이미 두 권의 한국어 강좌 교본을 출간했고 오는 5, 6월에는 한국어 강의를 위해 대학 강단에도 설 예정이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몇 일전 일본의 주간지인 주간실화(月刊實話)에 합성으로 보이는 음란사진이 공개돼 소속사를 중심으로 법정 소송을 진행할 예정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가 된 주간실화의 기사내용을 보면 문제의 사진을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받았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기사처리를 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기사작성의 주체를 정확히 밝히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연예인은 매니저와의 음란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식의 거의 상상에 가까운 기사로 매도하고 있다. 인기도에 따른 스캔들 정도로 치부하기엔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 잡지는 이전에도 미확인 내용을 기사화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류’의 안정적 기반 확보를 위한 제언

일본 포탈사이트인 인포시크(www.infoseek.co.kr)의 키워드 검색 순위를 보면 4월 중순을 기준으로 종합(배용준 7위, 겨울연가8위)순위에 한류의 대표작과 주인공이 랭크되어 있다. 남자연예인 부문에선 ‘일본의 국민배우’ 기무라 타쿠야(6위)를 제치고 배용준이 2주 연속 1위에 올라있으며, 시사부문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한류열풍과 비교해 볼 때 5월 한국 공연 홍보를 위해 지난 7일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惠)가 도착한 공항 풍경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불과 10여명의 팬이 그녀를 맞은 것이다. 이러한 현상 하나로 전체를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외부 문화에 대한 수용태도에는 한·일간의 격차가 존재한다. 오래전부터 일본문화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잣대가 존재했던 것이 현실이다.



표면적으로는 외설적이라든가 폭력적이라는 수사로 치부해왔지만 내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키워왔던 것이 사실이다. 양국간의 본격적인 문화교류가 시행되기 전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각종 만화, X-JAPAN을 필두로 한 J-POP 등을 동경하는 많은 매니아가 존재해왔다. 반면 일본 측에 한국 문화가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새로운 것에는 호기심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호기심은 오래 가지 않는다.



말 그대로‘이미 20년 전에 사라진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대체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 소위‘한류’라는 하나의 문화층이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다. 물론 한국드라마나 영화도 이전보다는 다양한 소재를 선보이고 있지만, 일본내에서의 검증 작업에는 시일이 요구된다. 또한 일본 영화나 드라마가 한국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일본 문화 산업 전체를 제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출판물의 천국이라는 일본의 코믹류는 한국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한 해 번역물의 과반수이상을 일본서적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일본 방송회사의 자본투자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튼튼한 제작기반 하에서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비단 자본의 문제만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일본의 음악순위방송을 보면 장르적 다양성이 공존한다.



즉 뮤지션이 자신의 영역을 고집하고 한 우물을 파더라도 그것을 수용해줄 매니아(소비계층)층이 존재하기에 수준 높은 음반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적 시스템은 스타 탄생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주지만, 몇몇 스타의 힘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없다. 힘들게 구축한 ‘한류’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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