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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인도 엄연한 재외동포, 국가적 차원의 정체성 교육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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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인도 엄연한 재외동포, 국가적 차원의 정체성 교육 필요해”
  • 김영기 기자
  • 승인 2015.04.20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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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해외입양인 정체성 교육에 앞장서는 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 원장

▲ 경희대 국제교육원에서 인터뷰 중인 조현용 원장(사진=김영기 기자)

  “해외입양인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한국 정체성 교육이 시급합니다.”

  조현용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원장은 지난달 20일 교육원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재외동포법이 규정하는 범위 밖에 있지만 해외입양인도 엄연한 한민족이자 재외동포”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일 미 국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에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동은 총 370명으로 중국 2040명, 에티오피아 716명, 우크라이나 521명, 아이티 464명에 이어 5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13위까지 내려갔던 미국 입양 국가별 순위가 급격히 치솟은 것이다. 이처럼 2009년 이후 감소추세였던 해외 입양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두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해외입양인의 정체성 문제다.
 
  보통 해외입양아들은 어린 시절 자신을 현지인으로 여겼다가 성인이 되면서 한국인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한국 문화를 모른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한국인으로 받아들여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조현용 원장은 “한 핏줄일 뿐만 아니라 가장 한국과 가까이 있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바로 해외입양인들”이라며 “이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원장이 해외입양인을 위한 한국문화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에 머무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이를 둘이나 입양해서 기르고 있는 양부모를 만났는데, 놀랍게도 그 두 입양아는 모두 한국 출신이었다.
 
  “아이가 해외에서 홀로 입양될 경우 자라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두 명의 아이를 입양했다고 하더군요. 입양 문화가 발달한 곳에서는 이런 이유로 같은 국가의 아이를 두 명 이상 입양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아이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 양부모의 노력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식으로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했고, 심지어 아이를 한국식으로 포대기에 업어 키우기까지 했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 원장은 입양인들이 해외에 있더라도 결국은 한민족이고, 그렇기에 해외에 있는 그 누구보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목마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곧 이런 생각은 해외입양인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어와 한국문화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 조현용 원장(왼쪽)과 본지 이형모 발행인(사진=김영기 기자)
  현재 조 원장이 근무하고 있는 경희대 국제교육원은 해외입양인연대, 대한사회복지회, 홀트아동복지회,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등 입양 관련 기관들과 함께 해외입양인을 위한 한국어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경희대 측에서 50%의 한국어교육 장학금을 제공하고, 입양 관련 단체들이 나머지 비용을 부담한다.
 
  지원프로그램이 마련된 2006년부터 현재까지 경희대 국제교육원을 통해 국내에서 수학한 해외입양인 학생들은 12개국 출신 총 114명에 달한다. 지금도 독일, 프랑스, 미국, 스웨덴, 벨기에에서 온 5명의 입양인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국제교육원에서 수학 중인 해외입양인 학생들은 실질적으로 100%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하고 있지만 조 원장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이 조금의 부담도 느끼지 않게 단순 학비뿐만 아니라 생활비 등의 비용도 전액 제공해야 합니다. 숫자도 훨씬 늘려야 하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부 기관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죠. 이것은 한국 정부가 주는 혜택이 아니라 도리입니다.”
 
  이어서 조 원장은 “이렇게 국가로부터 교육과 지원을 받으며 자란 해외입양인들은 국외에 있더라도 언제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살게 될 것”이라며 “마침내 이들이 현지사회에서 주류로 성장했을 때,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조 원장은 제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해외입양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보통의 한국 사람들은 입양됐다는 사실만으로 해외입양인을 안쓰럽게 바라봅니다. 그러나 그런 동정 섞인 눈빛은 이들의 자존감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깎아내릴 뿐입니다. 그 자신은 스스로를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오히려 현지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이들이 대다수입니다. 부디 한국 사람들에게 성공해서 잘살고 있는 해외입양인들의 사례도 많이 알려지길 바랍니다.”
 
  김영기 기자 dongponews@hanmail.net
                    tobe_ky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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