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립묘지 율동전투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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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국립묘지 율동전투 기념식
  • 마닐라 서울
  • 승인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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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동전투 제53회 기념식

지난 23일 마카티 보니파시오(Bonifacia)에 위치한 필리핀 국립묘지 내에서 한국전 당시 가장 치열했던 격전장소의 하나인 율동지역 전투의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기념식은 이번이 쉰 세 번째로 지난 1951년 4월 23일에서 24일 양일간 필리핀 군과 중공군 사이에 벌어져 중공군을 몰아냈던 율동전투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군 의장대가 도열한 길을 따라 행사장에 삼삼오오 모여든 50여 노병들과 가족 그리고 참석자들은 숙연한 모습으로 반세기도 넘은 지난 치열했던 전투를 떠올리면서 기념식장으로 들어섰다.
참전용사를 상징하는 필리핀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새겨져 있는 하늘색 조끼를 입고 행사장을 찾은 노병들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당시 목숨을 걸고 우방국을 위해 참전했던 용기와 자유수호의 의지를 그들의 마음에 품고 있는 듯했다.
이 밖에도 기념식장에는 필리핀 육, 해, 공군 현역 장성들과 군인들이 함께 자리했고 우리 측에서도 유명환 대사를 비롯한 장재중 한인회장, 박일경 상공회의소장 등 20여명이 함께했다.
정확히 7시 30분에 시작된 행사는 양국의 국가 연주가 끝나고 사회자의 율동전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었다. 이어 후 유명환 대사와 카스트로 참전용사회장이 앞장서 지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세워진 한국전쟁 필리핀 참전비에 헌화하자 예포가 발사되고 군악대에서는 엄숙한 음악이 흘러 나왔다. 뒤이어 노병들과 가족들도 흰 국화를 들고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를 떠올리며 목숨을 바친 영령들을 위해 묵념을 올렸다.
이날 필리핀 군을 대표해 참석한 육군 부사령관은 기념사에서 '한국전은 필리핀이 해외로 파병한 첫 번째 전쟁이었다. 당시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나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우방의 어려움을 돌보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며 '이러한 우리 선배들이 있었음에 지금까지 한국과 필리핀이 건실하게 성장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로 노병들의 희생에 사의를 표했다.
사회를 보던 노병은 참석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면서도 매년 줄어드는 회원들의 숫자를 볼 때 착찹한 심정을 숨길 수 없다고 해 참석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날 이들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활기차 보였고 여느 젊은이들 못지 않은 당당한 모습이었다.
행사 처음부터 자리를 함께한 장재중 한인회장은 우리 교민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은 것 같다며 무엇보다 목숨을 던져 우리를 도와준 분들을 기억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이분들을 격려하는 길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기념식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옮겨 조찬을 함께한 참석자들은 한국전 당시 같은 시기, 같은 부대로 파병됐던 전우끼리 모여 앉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족들과 후배 군인들에게 자신들의 무용담과 당시 한국의 모습을 전해주었다.
한 노병은 만나는 한국인들 마다 잊지 않고 이 자리에 참석해 주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양국의 좋은 관계와 우정를 위해 많이 노력해 달라며 손을 꼭 쥐었다.
한편 필리핀은 한국전 당시 연인원 7,148명이 참전해 전사 112명과 부상 및 실종 약 350명의 희생이 있었다. 가장 치열했던 전투는 철의 삼각지에 있었던 율동전투로 중공군 1개 대대를 격퇴했다.
김명한 (david@manil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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