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할 수 있어 행복해요"
상태바
"봉사할 수 있어 행복해요"
  • 마닐라 서울
  • 승인 2004.05.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만여 동포가 발 딛고 살고 있는 필리핀 땅에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소리 없이 이웃들을 돌보는 자랑스런 한국인들이 많이 있다. 때로는 이런저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잡음들이 끊이지 않는 필리핀 동포사회지만 주위 현지인들을 내 몸처럼 돌보고 자신을 희생하는 많은 이름없는 봉사자들이 있기에 건강히 우리 동포사회가 지탱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PHILKOFA의 모임 한 켠에 앉아있는 우리 동포 젊은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의 주인공도 아니었고 그들과 어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KOICA 주도로 교육을 받았고 또 한편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들어왔다는 그 하나의 끈이 이들을 짧은 만남이지만 한 울타리 안으로 뭉치게 만들었다.
연수자들은 선진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또 봉사자들은 국적은 다르지만 같은 인류로 또 이웃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그 점을 서로에게 감사해하는 모습이었다. 어찌 보면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지만 상대를 향해 느끼고 또 떠오르는 생각은 같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KOICA 산하로 이곳 필리핀에 파견돼 활동하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은 약 20여명이다. '한국해외봉사단'이란 정식명칭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이들은 민다나오와 팔라완을 포함한 필리핀 전 지역으로 흩어져 학교나 연구소 또는 바랑가이에서 컴퓨터, 작물재배, 축산, 원예 그리고 간호 등 다방면에서 도움을 주거나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91년부터 시작된 이러한 해외봉사활동으로 필리핀에는 현재까지 100여명 가까이 거쳐갔고 이들의 땀과 노력이 현지인들의 생활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필리핀에 봉사단을 파견한 국가는 7개국으로 미국과 일본이 각각 120여명과 55명으로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우리 나라도 올해부터는 예산을 대폭 늘려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인원을 파견해 필리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양지혁씨는 현재 파나이섬 끝에 자리잡은 Northern Iloilo Polytechnic State College에서 컴퓨터 전산화와 교육을 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비록 큰 기술은 아니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지내는 것이 어렵지 않냐고 하자 한국인이 거의 없어 음식문제와 생활하는데 잔재미가 없고 인터넷 등이 연결되지 않아 불편하기는 하지만 봉사하는 그 자체의 기쁨이 더 크기 때문에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팔라완섬 프에르토 프린세사의 주청사 연구소에서 활동중인 황재민씨도 한국에서 전공한 수의학 기술로 봉사하고 있는데 '젊은 시절 일부러라도 해외여행도 하는데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며 '힘든 생활보다는 보람이 크기에 행복하다'며 젊은이의 패기를 전했다.
우리 사회 곳곳 많은 계층에서 요즘 젊은 청년들을 바라보며 많은 걱정을 하고 있지만 이날 만나본 양지혁, 황재민씨의 건강하고 우렁찬 목소리에서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미래 주역들의 힘찬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김명한 기자
(david@manilaseoul.com)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