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있는 것, 그대로 옮기는 수준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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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있는 것, 그대로 옮기는 수준이라면...'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5.04.14 0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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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교민일간지 '좋은아침' 고대웅 대표가 말하는 교민언론계의 현실


▲ 브라질 교민일간지 '좋은아침' 고대웅 대표.(사진=이석재 재외기자)
  한국의 소식을 알기 위해 1주일 이상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인터넷이 없던 그 시절에는 비로소 교민신문을 한 부 얻어야 애타게 기다렸던 고국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빠르게 급변하면서 이제는 길거리에서 스마트폰 버튼만 눌러도 한국의 소식들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소식은 지구촌 어디에 있더라도 알 수가 있지만 교민 동정이나 행사 소식은 교민기자들이 발로 뛰면서 취재를 하지 않는 한 교민들에게 전달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비싼 수입 신문용지와 고가의 인쇄비용 때문에 교민신문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온통 인터넷에서 베껴온 기사들로 버젓이 도배(?)하고도 함께 광고경쟁하는 코리아타운 의 교민잡지, 교민신문들이 광고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경우, 성실한 노력을 다하는 건전한 교민신문들이 도매금으로 광고지 또는 찌라시 취급을 받는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이런 악(惡)관행은 광범위하게 번져 있다. 스스로 만든 기사와 사진이 아닌데도, 출처를 밝히지 않아 마치 스스로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속인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건전하게 발품을 팔아 취재하는 교민신문들은 경영난이 악화되고, 급기야 기자들이 들고나는 수난을 겪게 된다.

  물론 선배 기자들이 교민언론계를 떠나면서 그 언론사가 가진 취재 노하우도 허공으로 사라지기 일쑤다. 경영이 악화된 교민언론사는 경력이 일천한 인력을 기자로 채용할 수밖에 없게 되고, 베껴쓰는 관행은 또다시 독버섯처럼 뿌리를 내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제목을 빗대자면, '교민 저널리스트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다른 업종도 아닌, 사회의 창(窓)이어야 할 교민언론들의 자화상인 것이다.

  따라서 외국에서 교민신문을 한다는 것은, 웬만한 의지와 정의감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제대로 취재하고 균형 보도를 위해 젖먹던 힘을 다하는 교민신문들이 갈수록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일각의 얘기도 무심히 넘길 일이 아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9년째 단 한번의 인쇄사고 없이 브라질 교민들에게 각종 소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교민신문사가 있어 탐방을 했다.

  다음은 브라질 교민 일간지 '좋은아침' 고대웅 대표와의 일문일답.

- 본인 소개를 해달라.

  1995년 8월 브라질에 이민을 왔다. 가족은 부인과 뉴욕 변호사로 있는 딸, 패션업을 운영하는 아들이 있다. 1995년 3월 육군 6군단 포병 866대대장(중령)을 끝으로 22년 간의 군생활을 마무리했다.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친형이 살던 브라질로 오게 됐다. 벌써 21년의 세월이 흘렀다.

- 브라질 현지의 신문사 동향은.

  좋은아침이 창간되기 전에 동아, 조선, 중앙, 한국 등 본국의 제호를 가진 신문이 있었다. 경영이 어려워 한국일보를 제외하고 모두 문을 닫았다. (자생적인 제호를 단)동포언론사도 20년 이상 운영됐던 3곳이 폐간됐다. 지금은 좋은아침을 포함한 동포 언론사 3곳과 한국일보 등 모두 4개의 신문사가 운영된다.

- 교민신문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솔직히 말하자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문사를 창간했다. 이민온 뒤 여성 의류업 등에 손을 댔고 성공적으로 경영했다. 그러다 '계'라는 사금융을 쓴 것이 문제가 되어 발목이 잡혔다. 다른 업종 2~3개를 하다 친구가 군생활로 다져진 조직 경험을 살려 교민신문사를 운영해보라고 제안해 창간하게 됐다. 그러곤 치밀하고 창의적인 계획을 세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신문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 좋은아침을 소개해달라.

  좋은아침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회 발행돼 왔다. 현재는 주 4회 발행하는 일간지다. 최대 60면까지 발행됐지만 현재 1일 48면으로 발행되고 있다. 브라질 동포언론 중 최대 발행부수로 생각한다.

  직원은 총 13명이다. 2006년 12월17일 창간한 뒤 올해로 9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좋은아침이 발행되기 전 신문들이 인터넷에 있는 것을 옮기는 수준이었다면 좋은아침은 브라질 교민사회의 현상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밀착취재형 언론으로서 교민사회로부터 주목을 받기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광고 또한 직업별로 세분화되어 광고주 입장에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아침에 좋은아침을 보기 위해 부부가 다툴 수 있는, 인기 있고 교민사회에 도움이 되는 신문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 신문사를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일은.

  경영상의 문제가 제일 힘든 사항일 것이다. 좋은아침이 창간되기 전의 주요 언론사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폐간하게 됐다. 그외에 특별한 애로사항은 없다.

- 보람을 느끼는 일들이라면.

▲ 한국어 말하기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모습.
  매일 아침이면 좋은아침을 기다리는 교민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무가지이기 때문에 집집마다 신문을 배달할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신문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전화로 항의하는 교민들이 있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한 칼럼 등의 글을 쓰면서 교민사회의 발전과 단결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교민들이 “글이 설득력이 있어 읽고나면 느끼는 게 많다”고 평가할 때 감사함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과연 글을 쓸 자격과 인품이 되는가, 생활상은 건전한가 늘 반성하고 돌아본다. 몸가짐을 올바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브라질 교민신문들의 문제점은.

  아무래도 열악한 경영상태일 것이다. 직원 문제만 하더라도 잠시 근무하다가 떠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다행히 좋은아침은 인복이 많아서 인지 한번 입사하면 8년 이상 근무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또한 한 동네에 어울려 살다 보니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기사가 실리면 바로 잡기보다는 개인적인 악감정을 갖기 쉽고, 칭찬 일변도의 기사가 게재되면 신문 같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 교민신문 대표로서 인간관계 노하우가 있다면.

  언론사를 운영하며 인맥을 쌓는다는 게 쉽지가 않다. 언론의 사명은 사실대로 보도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되는데 상대적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언론의 비판 기능은 중요하지만, 단체장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고 밝은 면을 조명해 주면서 항상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이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비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 내년에 브라질 올림픽이 개최된다. 생생한 감동을 전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있다면.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때 모 공중파 방송국 직원들 10여 명이 아파트에서 한 달 이상 함께 지냈다. 본국 언론 및 방송 매체와 유기적인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2016년 리오 올림픽 때에는 본국 취재진도 파악하지 못하는 비하인드 소식을 많이 다룰 계획이다.

- 교포 청소년들 중에 소수는 나쁜 길을 걷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청소년들이 다양한 전문 업종으로 전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유명 방송국 앵커,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의사, 연방세관 간부, 경찰서장 등 다양하다. 전망은 밝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문제는 가정으로부터 발생하므로 기성세대들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기성세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항상 어려울수록 단단해진다”는 말을 잊지 않고 멀리 보고 '꿈'을 실현하는 지혜를 갖길 바란다. 누구를 탓하지 말고 바닥부터 시작한다면 정말 필요한 시기에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과 꿈은.

  벌써 환갑이 됐다. 부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군 생활을 과감히 정리했고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와 전학을 자주 해야했던 아들, 딸들이 부모 뜻에 따라 이민길에 올라 이곳에서 잘해주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친형 부부와 여러 지인들의 도움, 하나님의 은총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다. 힘이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그 날까지 신문사를 운영하면서 교민들에게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고 단합을 위해 힘을 쏟을 예정이다.

  거창하게 '꿈'이라고까지 말하기는 그렇지만 살아온 길을 '글'로 잘 정리해서 회고록을 집필 할 생각이다. 대단한 성공을 일군 인물은 아니지만, 평범한 삶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와 특히 22년 간 군생활을 하며 체험했던 강군 육성에 필요한 성공하는 리더십 등에 대해 집필한 뒤 한국의 전 군부대를 다니며 지휘관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게 앞으로 목표다. 이런 소중한 인터뷰 기회를 준 것에 감사드리며 동포언론사에 대한 많은 관심과 배려를 바란다.

  상파울루=이석재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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