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좋은 한국 이미지 심어주는데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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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좋은 한국 이미지 심어주는데 최선”
  • 허겸 기자
  • 승인 2015.04.1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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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하는 고상구 베트남 하노이 한인회장

▲ 고상구 베트남 하노이 한인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사진=허겸 기자)

  고상구 회장이 한국인 사업가로서 하노이에 첫 발을 내디뎠던 13년 전만 해도 그는 현지인들의 뭇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한국인에게 하노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때였고 하노이도 한국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베트남 하노이한인회를 이끌고 있는 고상구 한인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시 하노이에서는 한국인들의 활약상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사회주의 국가의 수도인 하노이에 발을 들여놓는 한국인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 회장은 사업가로서 하노이에 투자할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고 사업에 열성을 다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하노이가 강력한 미래의 성장동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투자 적격지로 물색했다. 그러나 고통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었다.

  예상대로 하노이는 빠르게 산업화되며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반(反)외국인’ 정서 탓에 이방인에게는 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

  고상구 회장은 “유통과 소매업 같은 사업 분야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았다"며 "이들 분야는 외국인에게 결코 개방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따라서 고 회장을 비롯한 한국인 사업체들은 베트남인 아내를 둔 한국인과 현지 파트너 형식의 합작사를 설립,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일부 현지 파트너들 중에는 사기행각에 가담하는 일도 있었다. 좋은 투자 기회가 있다고 속인 뒤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었다.

  이들은 한국인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을 모은 뒤 고의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지연시켰다. 물론 돈도 되돌려주지 않았다.

  고상구 회장도 피해를 봤다. 그는 제법 큰돈을 잃어 힘들었던 시절의 기억을 어렵게 끄집어냈다. 베트남의 사업관행이나 법률,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사업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말하기를 꺼리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사업이 계속 지연되자 남편은 아내 핑계를 대며 둘러댔고, 아내 역시 베트남의 경직되고 관료적인 시스템 때문이라며 서로 떠넘겼습니다. 결국 아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된 것이었죠.”

  이뿐만이 아니다. 베트남 정부의 관료주의는 사업체를 운용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장애요소였다. 투자가 활성화돼야 베트남이 재건될 수 있었지만, 하노이는 행정부의 경직성 때문에 한국인 사업가들에겐 버거운 시장으로 인식됐던 것.

  고상구 회장은 크게 낙담하기도 했다. 그 무렵 고 회장은 베트남 사람들이 비협조적이고 심지어 적대적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 시장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어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했다.

  갖은 시련을 극복하려 고군분투해온 고 회장의 힘겨운 노력은 비로소 결실을 보게 됐다. 마침내 하노이의 유통체인 인허가를 손에 거머쥐게 된 것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사업체를 제외하고, 외국인이 소매 및 유통부문의 인허가를 취득한 것은 고 회장이 처음이었다.

  고 회장은 베트남이 국제무대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는 추세라고 강조하면서 그가 처음 베트남을 방문했던 2002년에 비해서도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베트남이라고 하면 값싼 노동력과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들을 떠올리는 한국인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한국인들이 다시 베트남을 방문한 뒤 그들이 이룩한 발전상에 압도되곤 합니다.”

  지난 13년 간 큰 변화를 거듭해온 베트남은 오늘날 한국의 가장 중요한 해외시장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하노이한인회에 따르면 12만 명의 한국인들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핵심 국가인 베트남에 터전을 잡고 있다.

▲ 한국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역설하고 있는 고상구 하노이 한인회장.
  고 회장은 “올바르게 행동하고 좋은 인상을 그들에게 남겨야 할 크나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그를 보고 한국인 전체를 연상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베트남 사람들은 따뜻하고 정이 많으며 한국인을 친숙하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고상구 회장은 “한인회의 중점 사항 중 하나가 책임 있는 한인사회가 되는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회장은 “베트남 한인사회 공동의 이익을 달성하는 것 못지 않게 많은 가치들을 베트남 사회에 되돌려주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가난과 싸우는 극빈층을 돌아보고 따뜻한 사랑을 그들과 나누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인단체의 사회공헌 활동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하노이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기회를 제공해준다. 한국에 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서다.

  고상구 회장은 “한국인들이 매우 좋은 평판을 갖는 일이 쉽지는 않아도 반드시 달성해야할 과제라고 보고 있다”며 “베트남에 있는 한국 기업들의 효과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한국기업들이 베트남에서 더 많은 사업기회를 얻기를 희망한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베트남이 어려운 시장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도록 돕고, 강력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려는 장기적 관점에서 목표를 수립할 필요가 있음을 한국 사업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또 이번 인터뷰에서 중소 규모의 한글학교에 대한 고국 정부의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하노이 한인사회는 몇 개의 한글학교들을 운영한다.

  그는 “최근 베트남이 급성장하면서 한글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익히려는 동포자녀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며 자녀들의 정체성이 한국어 교육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하노이한인회는 지난 11일 꿘응아 광장에서 제1회 하노이 한베 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한인 노래자랑과 전통놀이 대회, K팝 콘테스트를 비롯해 가수 박상민과 신예 걸그룹 스위치가 함께해 흥을 돋웠고 코미디언 이창명과 방송인 조영구가 공동 사회를 맡았다. 

  “축제를 통해 하노이 한인사회가 한 데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죠. 물론 애써온 한인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허겸 기자  khur@dongponews.net
                kyoumh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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