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마당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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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마당발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04.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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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어떤 사람들은 만나보면 이 사람이 나와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정보화 시대라고 하더라도 사람을 만나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많으며, 그런 일들이 되려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합니다. 사람들을 많이 아는 것은 귀한 일입니다. 나와의 인연을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만나는 사람마다 그와의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말에서는 아는 사람들이 많은 이를 ‘마당발’이라고 합니다. ‘발이 넓다’라는 말도 하죠. 사람을 아는 것을 ‘발’과 연관시킨 것이 재미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악수하는 ‘손’이나, 기억해 두어야 하는 ‘얼굴’이 넓다고 하지 않는 것이 궁금합니다. 일본어에서는 사람들을 많이 아는 것을 ‘얼굴이 넓다’고 합니다. 우리하고는 다른 시각의 접근 방법입니다. 발이 넓은 것은 ‘오지랖이 넓은 것’과는 다릅니다. 오지랖은 ‘웃옷’의 앞자락을 의미하는데, 오지랖이 넓은 것은 부정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여기 저기 안 끼는 데 없이 참견하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마당발이 되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발이 넓어지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정답은 ‘발품’입니다. 열심히 뛰어 다니며,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쩌다 내 옷자락에 걸리는 일들에 관심을 갖는 것과는 다릅니다. 우리가 받는 품삯 중에 가장 정직한 것은 발품입니다. 같은 물건이지만, 더 싸게 사려면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발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닌 사람이 자기의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직접 눈으로 느끼고, 주변을 걸어보고, 사람을 만나봐야 하는 것이죠.

  만족이라는 단어의 한자에는 ‘족(足)’이 쓰입니다. ‘족하다’는 말도 발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발이 편해야 몸이 편하다는 말도 합니다. 발은 다른 부분보다 나를 편하게 하는 척도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발이 편한 것이 ‘만족한다’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걱정거리가 없이 만족하고 있는지의 신호도 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걱정이 사라졌을 때 ‘이제 두 발 뻗고 자겠다’라고 하는 겁니다.

  걱정이 있으면 발은 긴장 상태가 되죠. 그래서 ‘도둑이 제 발 저린다’라는 표현이 나온 겁니다. 다른 신체 부위는 모두 아닌 척, 안 그런 척 속이고 있는데, 발만은 속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형사들이 범인을 심문해 보면, 거짓말을 할 때는 범인들이 발을 떠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발이 일종의 거짓말 탐지기의 역할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발을 떠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발을 떠는 것을 ‘복이 나가게 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지나치게 긴장하는 태도를 경계하여 하는 말이 아닐까합니다. ‘오금이 저린다’라는 표현도 넓게 보면 다 발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 어찌할 줄 모를 때 우리가 하는 행위는 무언가요? 바로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죠.

  우리말에서는 성실함도, 만족도, 걱정도 다 발과 관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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