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국내거주 고려인동포와 한국 지역주민의 상호이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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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국내거주 고려인동포와 한국 지역주민의 상호이해 필요”
  • 임채완 교수
  • 승인 2015.04.0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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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실태조사 시리즈”-③

  전남대학교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은 2014년 재외동포재단의 연구용역과제인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486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근로환경, 주거환경, 지역주민과의 관계, 보건의료 환경, 한국어교육 환경, 법·제도적 환경 및 정책 욕구 등 7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재외동포신문은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의 협조를 얻어 이번 연구 결과를 시리즈로 기획연재한다. - 편집자 주 -

  고려인동포들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적응하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주민과의 교류가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 지원프로그램의 역할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바쁜 직장생활로 인하여 여가시간이 없는 고려인들은 이웃과의 소통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고려인동포들은 지역주민들과 문화적 차이나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하여 그 관계가 매우 소원하다. 그렇다면 귀환한 고려인동포들은 어떤 방식으로 지역주민들과 서로 교류하며 지역사회에서 공존할 것인가?

▲ (표-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이번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실태조사에서 고려인동포의 7.1%만이 지역주민으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교제를 위하여 또는 지역주민으로서 지역사회에 적응하기 위하여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2.9%의 고려인동포들은 대부분 시간이 부족하고, 모임에 대한 정보가 없어 지역주민이 주관하는 모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국거주 고려인동포인 성 백은 회사에 출근하려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1-2시간을 가야하고 저녁 늦게 귀가하여 지역주민과의 모임에 참여할 시간이 없다고 하였다. 정 나탈리야 역시 하루 종일 공장에만 있으니 누구와 관계를 맺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사는 빌라에는 거의 CIS지역에서 온 고려인동포들이 대부분 살고 있어서 따로 지역주민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시간도 없고 서로 얼굴보기도 힘들다고 하였다.

  고려인동포들 중 단지 18.9%만이 지역사회기관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동포들은 한국문화에 관심이 생겼으며,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지역사회 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그들의 가정과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어, 대부분은 이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한국거주 고려인동포인 허 스베틀라나는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가 서툴러서 지역주민과는 전혀 대화를 못했으나, 한국에 온지 14년 동안 한국어도 늘고,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알고 지낸 지역주민과 좋은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말하였다. 정 애스미라드는 고려인동포의 한국어 수준이 낮고, 한국문화의 이해 수준이 낮아 자신들이 지역주민들과 의사소통을 잘할 수 없으며 상호교류도 어렵다고 하였다. 
 
  이처럼 국내거주 고려인동포들의 지역주민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이스라엘의 귀환동포 지원정책과 대비된다. 이스라엘은 귀환동포들의 학력, 자산, 문화, 생활환경 등의 수준차이를 인정하여 이들의 다양성을 살리면서 이스라엘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 특히, 경제적 지원, 히브리어 교육, 주택, 구직, 복지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귀환동포들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기념하며 경기도 안산에서는 한마당 축제(We are the One in Ansan)를 열어 고려인동포들은 장기자랑, 전통혼례, 고려인동포 모국방문단 합창단 공연, 그리고 고려극장가무단 초청공연 등을 하였다. 특히,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고려인동포들은 전통음식을 전시하고, 지역주민들과 직접 어울리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국내거주 고려인동포들은 지역주민과의 상호 교류가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매우 미흡한 형편이다. 따라서 고려인동포들과 지역주민 사이의 원만한 관계 정립을 위해서 고려인동포들에게 한국어 및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 지역주민들에게 고려인동포 사회에 대한 이해 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국내거주 고려인동포들의 법적 지위, 생활 및 언어 수준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고려인동포를 위한 한국어 및 기초생활 적응교육, 지자체의 지역행사 및 프로그램 홍보지원, 한국사회 및 고려인동포 사회의 상호문화 이해, 문화체육행사 등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어 수준이 낮고 직장생활로 바쁜 고려인동포들도 지역사회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 소외되지 않고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정책적 관심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임채완(전남대학교 세계한상문화연구단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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