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①]국제사회 역량 부족 밑천 드러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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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①]국제사회 역량 부족 밑천 드러낸 한국
  • 허겸 기자
  • 승인 2015.03.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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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뜻 결국 관철될 듯…한국 외교가 ‘속수무책’
日 위력에 밀린 아베 美 상하원연설 저지 움직임

  한국의 외교 역량이 국제사회에서 고스란히 밑천을 드러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상 첫 미 상하원 합동연설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갖은 민관 외교력을 총동원해 저지에 나섰지만 순풍에 돛 단 듯 두터운 협력 관계로 돌아선 미-일 관계에 밀려 아베 정권이 들어선 지 2년여 만에 미국 정가에서 한일의 위상이 역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을 놓고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이른바 ‘낀’ 외교로 고전하는 사이 일본의 대미 총력전은 상당한 효험을 거둔 것으로 외교가는 분석하고 있다.

  일본 지지(時事)통신은 20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미 의회가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수락하는 쪽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으며,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이 곧 그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외신 및 국내 언론들도 베이너 의장이 금명간 아베 총리에게 상하원 합동회의(Joint Session) 연설 요청 초청장을 발송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이 성사될 경우 일본 국제 로비력의 승리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

▲ 지난 6일 뉴저지서 열린 '2차대전 성 노예 피해자(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건립 2주년 기념식'에서 마이크 혼다 의원이 아베 총리의 상하원 연설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고 있다.(사진=kace.org)
  일본 총리의 상하원 합동 연설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하원에서만 3차례 연설했을 뿐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은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총리(자민당)의 하원 연설 이후 54년 만이다. 이에 반해 한국 대통령은 6차례 합동연설을 한 바 있다. 

  지난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는 의회의 반대 서한으로 무산됐었다. 미 외교가에서는 일본 총리에게도 기회를 줄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는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사과 없는 합동연설은 시기상조라는 한국, 중국의 분위기와 상반된다.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중이 다분히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대(對) 중국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아베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급진전된 미일 관계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외교가의 전망도 나온다.

  일본 총리의 방미에 앞서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미셸 오바마 미 대통령 부인은 일본 정부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일본 총리와 일왕 부부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를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은 아베 총리의 백악관 방문을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곧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국장을 만나 연설 내용을 조율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 외교 책사로 불리는 야치 국장은 지난 18일까지 미국에 체류, 고위 관리들을 만나며 로비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다음달 26일부터 5월3일까지 미국을 방문하며 2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상하원 합동연설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재미 한인 동포들은 베이너 의장실을 비롯한 50여 명의 하원의원실을 잇달아 방문하며 의회 연설 반대 서한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한인 풀뿌리 운동 단체인 시민참여센터(KACE) 등의 한인단체들로 구성된 재미한인포럼(KAF)은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죄가 의회 합동연설의 전제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18일 미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에 게재한 바 있다.

  한인들은 이 광고에서 “아베 총리는 상하원 합동연설 전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참배 중단을 맹세하고 전범에 대해 책임질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광고에는 네덜란드 출신 위안부였던 호주의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가 2007년 의회 청문회에 나와 증언을 하는 사진과 함께 “이들의 증언에 힘입어 미 하원이 만장일치로 위안부 결의안(H.R 121)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아베 총리의 합동연설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도 가열차게 진행하고 있다.

 친한파인 마이크 혼다(민주) 하원의원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1930년부터 1945년까지 조직적으로 소녀와 여성들을 납치한 사실을 인정하고 과거사를 명백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혼다 의원은 지난 6일 시민참여센터 주관으로 열린 ‘2차 대전 성 노예 피해자(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건립 2주년 기념식’에서도 아베 총리가 “역사적인 책임을 갖고, 지난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는 이상”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 같은 특전을 부여받아선 안 된다는 뜻을 강조하기도 했다.

  허겸 기자 khur@dongponews.net
               kyoumh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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