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주거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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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주거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
  • 임채완 교수
  • 승인 2015.03.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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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실태조사 시리즈”-②


  전남대학교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은 2014년 재외동포재단의 연구용역과제인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486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근로환경, 주거환경, 지역주민과의 관계, 보건의료 환경, 한국어교육 환경, 법·제도적 환경 및 정책 욕구 등 7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재외동포신문은 세계한상문화연구단의 협조를 얻어 이번 연구 결과를 시리즈로 기획연재한다. - 편집자 주 -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주거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

  한국 거주 고려인동포들은 현재 3만 여명이며, 서울, 부산, 대구, 경기도 김포, 충북 청주, 경북 경주, 경남 김해 등 전국 각 지역에 산재하여 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경기도 안산,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 중에서 광주광역시가 유일하게 이들의 정착과 적응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례 제정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가난할 뿐만 아니라, 근로환경과 더불어 거주환경 역시 너무나 열악한 형편이다.

  이러한 외면적 환경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고려인동포들은 150년이라는 긴 세월 모국과 떨어져서 살아왔기 때문에 대부분 모국어를 잊었다. 이러한 원인으로 그들은 한국생활에서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들은 근로환경뿐만 아니라 열악한 주거환경에서도 또 다른 이산의 아픔을 경험한다.

  이번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실태조사에서 대부분의 고려인동포들은 원룸(36.0%), 아파트(18.6%), 상가주택(16.3%), 다세대-다가구주택(12.1%)에 거주하며, 기타 단독주택, 오피스텔, 요양원, 비거주용 건물 등에서도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주택소유형태는 월세(68.4%), 전세(21.7%), 회사숙소(4.5%), 자기집(2.3%), 사글세(1.1%)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거주 고려인동포인 정 애스미랄드는 현재 사는 곳이 잠자기 위해서만 오는 곳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더 좋은 숙소를 얻으려면 더 많은 돈을 내야하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없어 현재 숙소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신 나탈리야는 숙소의 가장 큰 단점이 방 규모이고, 매월 330달러와 에어컨 비용을 지불해야 되며, 화장실과 욕실을 다른 가족과 같이 써야하는 불편을 토로하였다.

  고려인동포의 60.3%가 거주국에 가족을 남겨두고, 한국에 와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71.4%는 한국에서 1명 이상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28.6%는 혼자 살고 있다. 이들이 여가활동을 즐길 때 53.0%이상은 가족 및 친척과 함께 지내며, 27.0%는 친구, 11.9%는 혼자, 4.3%는 직장동료, 0.6%는 이주지원단체와 여가활동을 하고 있다. 고려인동포인 정 애스미랄드는 교회에서 소풍갈 기회가 자주 있어도 일하느라 피곤해서 갈 수 없기 때문에 아주 가끔 놀러 간다고 했다. 김 아무개는 고려인센터의 도움으로 1년에 한번 씩 고려인들이 조금씩 비용을 각출하여 휴가를 다녀오는데, 고려인들이 모여서 가는 점이 좋고 친구들이랑 가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점을 만족해 하였다.

  국내거주 고려인동포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은 그리스의 재외동포정책과 대비되고 있다. 그리스는 재외동포들에게 모국에 정착하면 특별신분증을 발급하여, 이들의 그리스 사회에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구소련권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의 귀환을 환영하며 주택 및 토지 지원, 사회보장제도 등 그리스 사회에 통합하는데 필요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였다.

  한국 정부는 2013년 개정된 고려인동포 지원 관련 법 및 조례에서 주로 거주국에 거주하는 동포의 정착지원에 관한 내용만을 담고 있어, 국내거주 고려인동포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와 제도적 지원 정책을 하지 않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경기도에서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제정하였으나, 현재 실질적인 고려인동포 지원을 위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고려인들은 전국 최대 고려인동포 거주지인 광주 광산구 ‘고려인 마을’을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고려인동포들의 취약한 주거환경으로 인하여 그 일정이 취소되었다. 이들은 취약한 주거환경 속에서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옮겨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고려인동포들이 외국인이 아닌 한민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국내의 합법적인 체류자격 취득을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거주 환경을 시급하게 개선할 제도적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존의 고려인동포 특별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실효성을 가지고 추진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구체적인 개선 내용은 정부와 지자체는 ‘고려인협동조합’을 활성화시켜 고려인동포들이 지역사회에서 정착하고 자립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고려인동포들이 학교 및 교육기관 설립 등 특화된 고려인 마을을 조성하여 관광자원화, 역사의식 고취, 자립기반 구축, 거주국과의 연계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임채완(전남대학교 세계한상문화연구단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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