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이른 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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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이른 축배
  • 코리아나뉴스
  • 승인 200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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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대잔치인 총선거가 막을 내렸다.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크나큰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여론은 들끓었고 마침내 역풍을 불러와 열린우리당은 의회 과반수가 넘는 152석을 차지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제1당에서 제2당으로 미끄러졌지만 영남권에서의 지역감정이 다시 되살아나 총 121석을 건졌다. 반면 제2당이었던 민주당은 당내분과 그 여진으로 인해 호남에서 참패하여 9석의 초미니 정당으로 전락했고 자민련은 지역구 4명만 당선되고 비례대표는 순위 1번인 김종필 총재마저 탈락했다.
따라서 JP의 염원이었고 한국 의정사상 초유의 10선의 고지는 눈앞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반면 참패의 여파로 JP는 정계를 은퇴를 하고 말아 명실공히 YS. DJ. JP의 3김 시대는 그 끈질긴 생명력도 끝났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정당은 민주노동당이다. 지역구는 2명밖에 당선시키지 못했지만 바뀐 선거법 덕을 톡톡히 보아서 비례대표를 8명까지 만들어 총 10명의 의원이 나와 원내 3위가 되었다. 그야말로 작지만 강한 정당이 된 셈이다.
그러나 모두들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른 시간이다. 이번엔 선거법이 아주 까다로웠고 적용이 엄격하여 그 후유증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총선의 의미와 향후 정국의 추이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 고소·고발은 이제부터
선거가 끝나자 검찰은 총선 기간 중 유보해 왔던 '불법자금'을 수수한 정치인에 대한 재수사를 빠르게 착수했다. 여권에선 신상우 전 의원이 롯데그룹으로부터 받은 1억5천만원 때문에 소환되었고 야권에서는 한화갑, 이인제 의원 등이 소환대열에 서 있다.
이들은 모두 총선 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와는 또 다른 문제들이 줄을 잇고 있어 선거는 끝났지만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말이 나돈다. 검찰은 그 동안 보여왔던 정치인의 탈법에 대한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자들에 대해 기소여부를 1개월 이내에 결정하고 대법원은 필요할 경우 2, 3일 간격으로 재판을 열어 1년 안에 최종심 판결을 선고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당선자 53명이 수사를 받고 있고 재판계류자가 7명이며 이 중 혐의가 비교적 무거운 사안이 23건이나 된다고 한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이 가장 많아 13명이고 한나라당이 8명 민주당이 1명 자민련이 1명이다. 따라서 공천과정에서 탈락했거나 낙선한 사람들이 모두 호시탐탐 재판의 결과를 주시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선거가 끝난지 얼마 되지가 않았기 때문에 대기하고 있는 고소·고발도 아직 많이 있다. 따라서 선거법 저촉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걸려들 것이냐가 현재 초미의 관심사이다.
특히 강원도의 태백, 정선, 영월, 팽창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의 경우 지난 20일 징역 1년 6월과 추징금 1억5백만원을 구형 받았다. 이광재 당선자는 썬앤문 그룹에서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인데 이를 부인하고 있었다.
하여간 현행 선거법은 벌금 1백만원 이상이면 의원직 박탈이기 때문에 아직 선고가 내리지 않아 그렇지 이광재 당선자도 아주 불안한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좌불안석의 당선자가 의외로 많아 총선의 결과는 이제 시작이란 얘기가 그래서 타당하다는 결론이다.

◎ 쿼바디스! 꼬마 야당들
또한 총선 결과로 가장 궁금한 것은 꼬마 야당들의 진로이다. DJ를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하였고 또 정권을 재창출한 민주당은 단지 9석이라는 초미니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아 원내교섭단체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자민련도 꼴은 마찬가지이다. DJ 정권 시에도 교섭단체가 되지 않아 '의원임대'라는 희한한 방식으로 겨우 유지하다가 그마저도 나중에 도루묵이 되고 말았는데 이번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인제 의원도 한나라당 시절에 2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 계류중이고 이번 총선에서 충남의 보령, 서천에서 당선된 류근찬 당선자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받은 상태라 매우 불안한 상태인 것이다.
이 두 꼬마 정당은 민주노동당이 10석으로 원내에 진출한 탓에 캐스팅 보드를 쥘 형편도 되지 못해 스스로 해체의 길을 걷지 않을까 하고 점쳐지고 있다.
특히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는 공식적으로 은퇴하였기 때문에 세간에서는 3김이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즉 YS는 자신의 대변인 격인 박종웅 의원과 차남 김현철씨가 한나라당의 공천도 받지 못했다. 이에 반발하여 두 사람 모두 무소속 출마를 고집했는데 김현철씨는 중도 사퇴를 하였고 박종웅 의원은 제법 득표를 하였다. 그 바람에 부산지역에선 유일하게 열린우리당의 조경태 후보가 당선자가 되었다.
부산 지역 사하을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의 최거훈 후보가 34,607표, 박종웅 후보가 14,036표를 얻어 서로 나누어 갖는 바람에 열린우리당의 조경태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어 36,614표를 얻어 약 2천표 차이로 당선된 것이다.
만약 박종웅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거나 공천탈락에 수긍하여 출마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곳도 틀림없이 한나라당 차지가 되고 말았을 지역구이다. 열린우리당의 조경태 후보의 운(運)이 매우 좋다고 봐야 한다. DJ의 직계인 동교동계도 전남지역에서 대거 몰락하여 그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 좌향 좌로 돌아섰다
현재 당선자를 중심으로 파악한 이념적 성향은 진보가 29.4%, 보수가 24.3%로 진보가 약간 앞서 있다. 이 조사는 동아일보가 연세대 국제대학원 및 아시아재단과 공동으로 지역구 당선자 2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이런 의석분포는 아마 이승만 정권이래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한국에서 여당과 야당이 있었지만 모두 정강정책에선 별로 차이가 없는 보수정당 일색이었다. 다만 그들은 지역만 다를 뿐 이념적 편차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박정희가 군사정권을 잡고선 이념정당은 아예 씨를 말리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처형을 비롯하여 안보를 이유로 싹을 틔울 수 없게 만들었다.
최초의 진보당은 이승만 정권 시절에 조봉암 후보가 등장하여 꽃을 피우는가 했었다. 그러나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은 5,046천표, 조봉암은 2,163천표를 얻자 이에 놀란 이승만과 측근들이 1959년 7월에 조봉암에게 간첩죄를 씌우고 사형을 시키고 만 것이다.
그 후 혁신당과 사회당이 선거 때마다 출현하여 명맥을 유지하려 했으나 철저한 반공논리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항상 그늘에 가려지고 말았다. 그러나 DJ정권부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진보성향의 정치인들은 인터넷 매체의 활성화에 힘입어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것이다. 이젠 색깔론도 먹히지 않고 있다. 당선자의 67%가 국가보안법 개정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고 심지어 17%는 폐지를 주장한다.  

◎ 언론부터 손 볼 것이다
이번 선거전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는 TV를 비롯한 일부 매체는 적극적으로 탄핵반대의 목소리를 외치면서 진보적 성향을 보였고 소위 조·중·동의 신문매체는 보수적 색채를 유지하며 현 정권에 반대적인 입장을 견지하였다. 이런 성향이 이제 단순하게 마무리지게 될  것 같지가 않다.
우선 권영길 당선자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언론이 개혁되지 않으면 정치개혁 또한 불가능하다."며 언론사주의 소유지분 축소와 광고전단지 탈세를 엄금하는 정기간행물 개정과 공공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노골적으로 특정정당 편들기에 나선 일부 언론들에 대해 반드시 정간법을 개정하여 일침을 가하겠다는 심정적인 정서가 깔려 있다.
이에는 많은 시민단체들도 지지하고 나서 이제 조선과 동아는 단단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생사가 어렵지 않을까 추측된다. DJ 정권에서와 같이 대대적인 세무감사와 같은 각종 압력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홍석현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모종의 밀약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보수언론은 향후 진로가 사뭇 걱정된다.
따라서 엄청난 변화가 언론계에서부터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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