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한국 전통무용 아름다움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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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한국 전통무용 아름다움 전파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5.03.0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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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영옥 한국고전무용연구소장 “재외공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온몸으로 퍼지는 장단 가락과 박자를 한국적인 멋으로 승화한 한국전통무용을 보고 있자면 절로 어깨가 들썩거리고 흥이 솟는다. 요즘 음악처럼 비트 있고 빠르지는 않지만, 국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무용단원들이 입고 있는 고운 한복의 색채를 보고 있으면 우리 선조들의 미적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한국전통무용의 아름다움을 묵묵히 브라질에 전파하고 있는 한인 동포가 있다. 바로 신영옥 브라질 한국고전무용연구소장이다.
 
▲ 신영옥 한국고전무용연구소장(앞줄 가운데)과 단원들
 
  브라질에 오기까지...
 
▲ 1958년 당시 잡지 여원에 실린 신영옥 소장의 모습
  신영옥 소장은 어릴 적부터 무용에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 신 소장이 처음 접한 무용은 발레였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한국무용을 접한 후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본격적으로 한국전통무용을 배우게 된다. 그 후 무용특기생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한 신 소장은 김생녀 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동남아 순회공연을 수차례 한다.
 
  결혼 후엔 외교관인 남편의 내조를 위해 잠시 무용을 접고 비엔나와 인도, 괌 등에서 외국 생활을 했다. 하지만 다시 한국생활을 했던 1961년 당시 회현동에서 한국무용연구소를 운영할 정도로 무용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 지난해 열린 한국고전무용연구소 개원식

  브라질 한인타운인 봉헤치로에 한국고전무용연구소를 개소한 것은 지난해 4월 25일이다. 브라질에 사는 딸을 만나기 위해 브라질을 방문했다가 1956년 동남아 순회공연 당시 함께 했던 박성관 사령관을 우연히 만났고, 그의 부탁으로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국전통무용을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날도 신 소장은 브라질에 한국전통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단원들과 함께 더운 날씨 속에 땀 흘리며 무용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브라질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고전무용연구소
 
▲ 지난해 9월 주상파울루한국교육원과의 MOU 체결식

  한국고전무용연구소는 작년 6월 상파울루 한국교육원과 MOU를 체결하고 한국교육원과 함께 브라질 한인들과 현지인들에게 한국전통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의 날 제정을 기념하기 위해 브라질 북부 뻬르남부꾸주에서 열린 행사에 초청돼 현지인들 2500여명 앞에서 고운 자태로 한국전통문화 공연을 알렸고, 수차례의 한국역사와 전통 세미나 개최, 브라질 어머니합창단과 교민들을 위한 특별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단원들과 함께 리우데자네이루 현지인 한글학교에서 브라질 아이들에게 무용을 선보이고,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한국고전무용연구소와 MOU를 체결한 주상파울루 한국교육원의 오석진 원장은 “한국전통 문화 체험 기회 제공 및 종합예술로서의 한국문화 소개를 통한 한국어교육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MOU를 체결하게 되었다”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브라질인들에게 한국전통무용을 전파하다
 
▲ 브라질 현지 학생들이 한국의 전통무용을 배우고 있다.
  신 소장은 한인 동포뿐만 아니라 브라질의 현지인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러나 삼바춤과 카니발이 전부인 이곳 브라질에 한국전통무용을 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현재는 한국 정서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현지인들에게 먼저 무용을 가르치기 위해 교육원의 추천을 받아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 위주로 단원을 선발하고 있다.
 
  “브라질 여자아이들의 경우 팔다리가 길고 몸매가 예뻐 한복을 입혀 놓으면 정말 예뻐요. 또한 어릴 적부터 삼바들 듣고 자라서 박자감이나 리듬감이 좋답니다. 열심히 1년 정도만 연습해도 공연을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한국무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의 한복과 국악까지 알리게 되고, 이를 통해 한국 문화 전파에도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브라질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에는 외교관이었던 남편과 함께한 해외생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실제로 남편과 괌에서 머무를 당시 외교관 부인들의 자국의상 선발대회가 열렸는데, 본인이 직접 제작한 한복을 입고 출전해 1등을 받고 여러 나라 외교관들의 관심도 한몸에 받아 외교활동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한류라는 말이 생기기 이전부터 이미 한류 전도사였던 셈이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기회가 주어진다면 브라질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강강수월래 공연을 하고 싶다고 신 소장은 전했다.
 
 
  공관의 후원과 도움이 절실해
 
▲ 지난해 빼르나부꾸주 열린 한인의 날 행사 특별 초청 공연
  신 소장은 케이팝만 한국의 문화인양 브라질에 전파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한다. 한국무용 외에도 사물놀이, 국악, 탈춤 등 다양한 한국 문화가 있음에도 케이팝에만 편중된 행사를 추진한다며 공관들에 섭섭한 마음도 표했다.
 
  “공관들이 인원동원용으로 주최한 케이팝 공연에만 브라질 아이들이 몰리는 것에 많은 아쉬움이 남아요. 단 한 명의 브라질인에게라도 내가 평생을 몸담았던 한국무용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미래를 내다보는 진정한 문화 외교라고 생각해요. 총영사관이나 한국문화원의 적극적인 후원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한국전통무용에 대한 그녀의 이런 열정과 사랑은 주변 한인 동포들의 인식을 바꿨다.
 
▲ 무용 연습 중인 한국고전무용연구소 단원들
  한국고전무용연구소의 단원인 김정숙(70) 씨는 “기본만 배우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첫날 한국전통무용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 계속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다. 전통무용이라면 할머니들이나 하는 무용인지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며 한국무용을 배운 소감을 전했다.
 
  단원 김선우(75) 씨는 “지난 40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일만 하면서 이민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이제는 어느 정도 생활의 안정이 되고 여유를 즐기고 싶었는데 이렇게 전통무용을 접하고 나서는 다른 세상을 만난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자녀들도 늘 일만 하는 엄마만 보다 무용을 하는 엄마를 보니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단원 박인선(79) 씨도 “건강을 위해 골프를 시작했는데 전통무용을 배우고 나서 그 매력에 빠져 골프는 안 치고 무용을 배운다. 무용을 배우고 심신 건강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 너무나 좋다. 많은 분들이 접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우리 선조들의 얼과 혼이 담겨 있는 우리의 전통 문화가 있음에도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케이팝이라는 음악의 한 장르가 한국의 문화를 대표하듯이 브라질에 전파되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케이팝처럼 단순하게 노래와 춤만 따라 하는 음악이 아닌 한국의 정서와 예절 그리고 혼을 담은 전통문화의 브라질 보급을 위해 총영사관이나 문화원 같은 공관들의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상파울루=이석재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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