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냉전, 러시아 때문 아닌 나토의 확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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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냉전, 러시아 때문 아닌 나토의 확대 탓"
  • 김영기 기자
  • 승인 2015.02.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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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카라고노프 고등경제대학장, 학술토론회서 주장

▲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모스크바에서 열린 학술대토론회. 탁자 정중앙 끝, 정면 응시하는 인사가 발제자인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학장(사진=주최측 제공)

  "지금 신(新) 냉전의 기운이 감도는 것은 러시아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를 목표로 하는 나토의 강화 확대가 큰 원인입니다."

  세르게이 카라고노프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장은 지난 19일 '유럽: 승리자에서 패배로?'라는 주제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열린 학술토론회에서 "(나토를 앞세운 서방국들이)경제적 제재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주요 인사들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접촉을 막을 뿐"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세르게이 카라고노프 학장은 "유럽연합은 구소련 몰락 후에 러시아가 유럽에 종속되기를 바랐지만 러시아는 유럽과 대등한 관계를 원하고 추구해 왔다"며 "이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러시아는 2000km에 이르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선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이것은 도저히 러시아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어 러시아와 유럽 가치의 상이함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와 유럽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금 마치 제로섬게임을 하듯이 대립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유럽 사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유럽의 지도국인 독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카라고노프 학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유럽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유럽의 솔직한 대화 △러시아와 유럽의 서로 다름을 인정 △충돌보다는 함께 해결책 모색 △유럽과 함께 국제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며 관계 회복 △러시아의 아시아 개발전략 가속화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사회를 맡은 블라디미르 루킨 전 하원의원은 "냉전시대에는 이데올로기 전쟁이었다면 냉전 이후에는 지역 갈등이 세계적 분쟁의 형태를 띄게 된다"며 "현재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은 나폴레옹 전쟁과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중요한 갈등 양상을 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20여 명의 토론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토론자들은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 문화권의 접경지대의 성격이 있어 이번 갈등은 문화권의 충돌 양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경제적으로는 자이언트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우산 속에 있는 미성숙한 존재이다 △전쟁보다는 외교적 해결책도 국제관계에서 중요하다 △유럽과 러시아는 지정학적 이익을 보장하고 경제관계를 빠르게 복원해야 한다 △미국은 정치, 군사적 전쟁 외에 경제적 전쟁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효과를 유럽은 톡톡히 이미 누리고 있다. 이제 러시아는 제2의 수도인 페테르부르그에서 100여 km 떨어진 코 앞 발틱국가에 나토군 기지를 맞대고 있다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학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며 이것을 문서화해서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은 역사적으로 항상 유럽의 도전에 의한 러시아의 응전의 형태로 진행됐다"며 "우크라이나사태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는 향후 2-3년은 지속될 것이고 빠른 정치적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유럽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세르게이 두비닌 은행감시위원회위원장, 러시아 사회운동단체 '러시아의 선택'의 블라디미르 리쥐코프 회장, 고등경제대학에서 유럽과 국제관계연구소를 맡고 있는 티모페이 보르다체프 소장 등을 비롯, 각계를 대표해 참석한 공식 초청 인원이 30여 명, 참관인이 50여 명에 달했다.

  한국 측에서는 모스크바대사관 관계자 2명과 김원일 민주평통모스크바협의회장이 참가했다.

  김원일 협회장(모스크바대학 정치학 박사)은 "러시아는 유럽과는 다른 역사발전의 경로 때문에 서구 기준과는 다른 러시아식 민주주의와 국가자본주의 시스템을 갖게 됐다"며 "유럽과 러시아는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그리고 사회적 가치면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역사적으로 존재해 온 지정학적 이익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학술토론회 참가 소감을 전했다.

  김 회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과 관련해서는 러시아 입장에서 보는 것을 전제로, "유럽과 러시아가 서로의 가치와 이익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결보다는 대화를 지속하면서 여러 당면한 국제 문제들에 대한 곧동보조를 취해 나가야 한다"고 밝히고 "그러면서 러시아는 기존 유럽 편향 정책을 수정해 아시아로의 진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의 진출을 우리 민족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김원일 협회장은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의 외교정책에 난맥상이 예상된다"며 △최근 사드(THAAD.고고도 요격미사일) 배치와 관련한 러시아의 반대 입장 △남-북-러 협력 사업에의 한국 참여에 대한 노골적 압력 △박근혜 대통령의 5월9일 전승기념일 참석 관련한 러시아 측의 강력한 요청 등을 그 사례로 열거했다. 

  이번 학술토론회가 열린 고등경제대학은 러시아 정부가 예산 및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고 있는 대학이다. 최근 수년 간 국가연구프로젝트 할당 순위에서 모스크바대학을 제치고 수주 순위 1위를 기록 중이다. 

  김영기 기자 dongponews@hanmail.net
                   tobe_ky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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