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나쁜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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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나쁜 속담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5.02.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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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속담과 관용표현을 나눌 때 제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교훈성이다. 예를 들어 ‘발이 넓다’와 같은 관용표현에는 교훈이랄 게 없지만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에는 교훈이 있다. 미운 사람일수록 더 잘해주라는 말, 그래야 사람의 관계가 좋아지고, 자식도 사람노릇을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런데 어떤 속담은 보면 볼수록 이상한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가 하는 자괴감도 든다. 교훈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이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 ‘나 갖기는 그렇고 남 주기는 싫고’ 등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런 속담은 쓰지 않기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내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주로는 선생님들이다.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의 선생님도 그러셨고, 한글학교 선생님도 그런 분이 있으셨다. 그래서 오늘의 글은 답 글의 성격도 띤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속담이 변명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니 답이 보였다.
 
  나는 이러한 속담은 기본적으로는 그러지 말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속담은 ‘교훈적’ 또는 ‘풍자적’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현실을 인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풍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속담의 의미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오해를 한다. 예를 들어 ‘품안의 자식’이라는 속담도 품안에 있을 때라도 잘해 주라는 속담인데, 품을 벗어나면 소용없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사촌이 땅을 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기뻐해 주고 칭찬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가끔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남이 잘 되는 것은 기분 나빠하고 배 아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정상적이고 남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이 비정상적이라면 이 세상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고, 남의 기쁨이 내 기쁨이 되어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이 슬프고 불행한 것이 내게 행복일 리 없지 않은가? 그런데 사촌이 땅을 샀는데도 기뻐하기는커녕 질투하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런 속담이 필요하다. 사촌이 땅을 샀는데도 질투하는 사람이 있다더니 바로 네가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나무라야 하는 장면인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나쁜 속담이 아니라 좋은 속담이다. 속담 뒤에는 ‘-더니’를 붙여야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사람이 있다더니 네가 그 모양이구나!’라고 이야기해야 속담의 의미가 완성된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질 수 없기에 남도 갖지 못하게 망가뜨리는 사람이 있다 치자. 얼마나 한심하고 나쁜 사람인가? 당연히 나무라야 하는 장면이다. 그래서 속담은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사람이 있다더니 네가 그 꼴이구나!’로 이어져야 한다. 내가 먹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당연히 그 사람에게 알려주고 가질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 속담은 빛을 발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 갖기는 그렇고 남 주기는 싫고’라는 속담도 해석이 가능하다. 당연히 그러면 안 된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면 누구에게 필요한 것인지 얼른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기뻐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다.
 
  우리는 속담을 볼 때 우리 조상이 궁극적으로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면 들릴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사람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조상들의 말씀을 오해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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