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외동포의 입과 귀 틀어막는 인터넷 실명제
상태바
[사설] 재외동포의 입과 귀 틀어막는 인터넷 실명제
  • 쏘가리
  • 승인 2004.04.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외 거주 재외동포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공간인 인터넷이 ‘인터넷 실명제’ 시행으로 오히려 이중삼중 7백만 동포들의 입을 틀어막는 도구로 전락하게 생겼다. 소위 ‘인터넷 실명제’는 말많던 16대 국회가 대통령탄핵안 가결과 함께 사이버범죄와 불법 선거운동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개정 선거법에 졸속 도입되었다.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업계의 반발로 ‘자율정화’라는 방침만 남긴 채 시행이 유보됐다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헌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위헌의 여부를 떠나 ‘인터넷 실명제’가 유독 재외동포의 입과 귀를 이중삼중으로 틀어막을 장치라는 점이다. 사실 애초부터 재외동포에겐 ‘사이버공간의 익명성 및 표현의 자유’ 문제는 차라리 사치스러울 정도다. 말하자면 재외동포는 국내 몇몇 포탈사이트를 제외하고는, 전자정부를 표방한 정부 공공기관 및 민원사이트, 국회 민원사이트, 언론방송 사이트 등에 아예 가입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소한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필요한 실명확인을 거쳐야 하고, 실명확인에 필수적인 것이 주민번호인데 재외동포에겐 주민번호라는 것이 애당초 없거나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재외동포법상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 있도록 재외동포에게 부여한 국내거소증번호도 현실에서는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 ‘인터넷 실명제’를 이대로 시행할 경우, 재외동포의 조건을 배려한 몇몇 포탈사이트에서의 활동마저 위축될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대한민국은 국민 중 약 70%인 3천만명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정보화 강국임을 정부는 항상 자랑스럽게 홍보해왔다. 전세계 170여개국의 재외동포들이 지리공간 및 현실비용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하며, 온라인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모국의 정치경제적 발전 및 민주화의 진척에 자부심과 신뢰를 보이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심사숙고할 일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