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영주권 전치주의 도입의 필요성…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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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영주권 전치주의 도입의 필요성…②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5.02.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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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 호에서는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의 필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필자가 국적과장으로 근무하던 때, 영주권 전치주의의 도입을 실제로 추진한 적이 있다. 5년 동안 국적과장을 하면서 영주권 전치주의의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적자동상실제도 폐지 및 제한적 복수국적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국적법 개정 작업이 상당히 장기간 동안 진행됐기 때문에 영주권 전치주의를 도입하는 국적법 개정작업을 같이 추진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10년 5월 4일자로 국적자동상실제도 폐지 및 제한적 복수국적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 국적법이 공포되면서 3년여에 걸친 국적법 개정 작업이 마무리됐다. 필자는 장기간에 걸친 국적법 개정작업에 지치기도 했지만, 영주권전치주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다시 국적법 개정작업을 추진했다. 비록, 필자의 개방직 직위로서의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아 임기 내에 국적법 개정을 마무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그래도 5년 동안 느낀 문제의식을 토대로 영주권전치주의 도입작업의 불씨라도 만들어 놓고 나와야 되겠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영주권전치주의 도입과 관련해 관련 부서의 의견을 조회하기도 하고 시민단체 관계자와 함께 토론회를 가지기도 했다. 비록 필자는 2011년 5월 개방직 직위 임기만료로 국적과장을 그만 두었으나, 다행히도 당시 피운 불씨는 꺼지지 않아 영주권전치주의 도입을 위한 국적법 개정작업은 그 이후로도 진행됐다. 그러나 공청회까지 개최됐던 국적법 개정작업은 영주권전치주의의 도입으로 결혼이민자 등 체류외국인들의 체류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이주민 관련 시민단체 및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의 반대로 인해 난관에 부딪치고 말았다. 즉, 지금 현재는 결혼이민자들이 아무런 체류자격과 연계되지 않고 국민과 혼인신고 후 2년이 지나면 국적취득신청을 할 수 있는데, 영주권전치주의가 도입되면 국민과 혼인신고 후 먼저 영주자격(F5)을 받아야 하고, 그리고 다시 일정기간이 지나야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국적을 취득할 때 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어 결혼이민자 등의 체류가 불안정해진다는 것이 주된 반대이유였다.
 
  그러나 영주권전치주의의 도입으로 체류가 불안정해지는 것은 체류제도의 정비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즉, 영주자격(F5)을 취득할 경우에 현재보다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거나, 혼인과정이 어느 정도 검증을 거치거나 혼인의 진정성이 높은 결혼이민자 등에 대하여는 현재처럼 2년이 지나야 영주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빨리 부여하거나, 국민의 배우자 체류자격(F6)을 처음에는 1년 부여하고 그 이후에 2년, 3년 등으로 부여하지 않고 이를 처음부터 2년 또는 3년을 바로 부여함으로써 체류기간 연장에 대한 불안을 덜어주는 등의 다양한 방안으로 국적취득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됨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이주민 관련 시민단체와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반대한 것은 이러한 제도적 보완책이 병행되지 않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5년 동안 국적과장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단기간에 많은 수의 외국인들이 새로 국민으로 되는 것에 대하여 기존 국민들 사이에 반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었다. 새로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 출신이 많다보니 특히 저소득층 국민을 중심으로 일자리 잠식 등의 이유로 갈등의 불씨가 생기고 있었다. 적지 않은 국제결혼이 졸속으로 이뤄지거나 매매혼적 성격이 있으며, 국적 취득 이후에는 이혼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반감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이주민이 거의 없을 때 만들어진 60년 전의 국적제도를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결혼이민자 등 체류외국인에게는 국적취득 전에 안정적인 체류를 좀 더 보장하는 한편, 대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되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 비로소 국적을 취득하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기존 국민들의 반감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국민과 이주민들이 지속가능하게 공존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이주민 관련 시민단체와 보수정당이라는 새누리당 의원의 반대로 영주권전치주의가 난관에 부딪친 것은 안타깝고 이해하기 어렵다. 이주민의 입장에서만 영주권전치주의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주민과 기존 국민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 거시적으로 함께 고민하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속가능한 공존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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