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본사회의 파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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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일본사회의 파벌 운영
  • 최재우 전 단국대 교수
  • 승인 2015.01.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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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우 전 단국대 교수

  한국어로 직역(直譯)할 수 없는 일본어 중에 “네마와시(根回)”라는 말이 있다.

  한국인이 “파벌”이라고 하면 좋지 않는 것이고 일치단결을 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본인들은 인간의 모임에는 파벌이란 것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고 이 파벌을 잘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운용 방법 중의 하나가 “네마와시”다.

  60년 이상 일당 독재를 해온 일본 자민당의 운영 방법 중의 하나인 파벌 운영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당에는 파벌이 있고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아니한 의원은 없다.
  2)당의 총재는 수상을 겸하는데 총재 선출은 의원 총회에서 한다.

  3)의원 총회를 하기 전에 당의 두목들이 모여 먼저 선출을 하고 이를 각파의 의원에게 알려 지지할 것을 논의 한 다음 의원 총회에 회부하여 통과시킨다. 말하자면 두목들끼리 의논해서 결정하고 총회에 회부하는 것인데 나무를 뽑기 전에 나무뿌리 둘레를 미리 파 놓으면 잘 뽑아진다는 뜻이다.

  4)일반적으로는 다수파의 두목이 선출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치적인 이슈 여하에 따라 소수파의 두목이 선출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민당 내부에서 각 파벌 끼리 정권을 교체해 온 것이었다.

  5)총재(수상)가 의원을 내각에 임명하거나 당직에 임명하기 전에는 반듯이 그 의원이 소속 된 파벌의 두목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공천을 해 줄때도 같다.

  6)두목은 자파의원을 도우고 지도한다.

  7)따라서 어는 파벌에도 속하지 않는 의원은 사실상 존재하지 못한다. 고로, 의원들은 오합지졸이 아니고 조직의 일원이 되는 셈이다.

  8)이것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오랜 관행이고 그 바탕에는 “의리”라는 정치문화가 있다.

  이렇게 된 역사적이 배경이 어디에 있으며 우리와는 어떻게 다르냐를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적다. 단 한 가지만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

  7세기에 일본 최초로 율령을 제정한 쇼토쿠태자(聖德太子)는 그 율령 첫 머리에 “인간은 무리 짓기를 좋아하는데 그 무리는 서로 화합해야 함이니 어기지 말지어다.”라고 정한 것이다.

  일본은 가야를 비롯해서 신라, 백제, 고구려 등에서 많은 이민(일본인들은 도래인이라 함)이 가서 나라를 만들었고, 상류계층은 아니었지만 중국인, 폴리네시안, 아이누 등도 있었는데 이들은 서로 무리 짓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이 무리들의 화합은 상당이 중요한 정치적인 이슈가 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화합을 잘 유지하느냐 못하느냐가 군왕의 제일 큰 관심사였다.

  이민들이 없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모임인 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끼리 모이기 마련이고 이 모임의 이해관계를 조화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70년대의 수상 오히라(大平)는 사람 다섯이 모이면 파벌은 셋이 되기 마련이라고 했고 그 파벌간의 이해관계 조정에 힘쓰기로 알아주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와 전통이 다른 만큼 우리나라와 일본의 파벌은 너무나 다른 점이 많다. 정치에 파벌의 존재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일본과는 다른 한국식 파벌문화를 적극적으로 멋지게 만들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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