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러 수교 25주년 기념 친선음악회와 문화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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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러 수교 25주년 기념 친선음악회와 문화교류
  • 김원일
  • 승인 2015.01.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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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지난 1월 14일 '한러수교 25주년 기념 친선음악회'가 차이콥스키음악원 볼쇼이홀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에서 초청된 정상급 음악가들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차이콥스키 음악원 소속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였다. 위성락 주러시아 대사를 비롯한 한-러 양국의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양국 국민들로 공연장 좌석이 가득 찼고, 그렇게 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첫 행사는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었다.

  한국과 러시아(구소련)은 지난 1990년 9월 30일 양국 외무장관이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한-소 수교 공동성명서'에 서명함으로써 국교를 맺게 되었다. 1884년에 조선과 러시아는 처음으로 '조로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한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주변의 그 어떤 국가들보다도 깊은 우호 친선관계를 유지해 왔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05년 이른바 을사조약 체결 이후에 조선이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기고 식민지 상태가 되면서 양국의 외교관계는 단절되고 만다. 그리고 80여 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역사적인 공식외교 관계를 다시 체결하게 된 것이다.
 
  당시 한국과 소련의 수교는 양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의 합치와 미국과 소련 간에 데탕트적 분위기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이었다. 1985년 소련공산당 서기장에 오른 고르바쵸프는 개혁과 개방을 내세우며 사회 경제개혁과 대외적으로는 개방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소련은 국제관계에서도 이데올로기중심이 아니라 실제적 국가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리고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협력파트너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던 신흥경제강국인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함께 당시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으로 북방정책을 내세우며 사회주의권 국가들과의 국교를 추진하던 노태우 정부와의 합의점이 찾아져 양국 간에 수교가 이루어졌다.
 
  수교 이후 한-러 관계는 어느 정도의 부침들이 있어왔지만 꾸준히 정치 경제적인 관계발전이 이루어져 왔다. 특히 작년에는 양국간에 역사적인 단기무비자 협정이 발효되어 양국교류 협력의 활성화가 촉진되고 있다.
 
  현대 국제관계에서는 국가 간의 화합과 협력관계 강화에는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외교적 노력에 못지않게 민간차원의 친선과 상호 문화 교류활동이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과 러시아는 수교 이후에 정치 경제 관계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와 비교하면 양국 사이에 사회문화적인 교류와 협력은 아직도 많이 뒤처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주요국가들 사이에는 풍부한 문화인적자원과 경험, 다양한 문화교류단체들, 문화사업 재정의 탄탄함 등으로 민간차원의 각종 문화교류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어 오고 있다. 반면에 러시아는 한국과 외교관계가 시작된 지가 벌써 25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양국 간의 민간차원 문화교류사업은 시작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러시아가 한국에 대해 가지는 국가의 중요도에 비추어보면 이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한-러 간에 민간차원의 활발한 문화교류에 장애요인으로는 양국상호 간에 문화교류 전문가의 부족, 문화사업관행의 상이함에서 오는 사업진행의 어려움, 문화사업 재정마련의 곤란함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사업보다는 지금까지도 한국문화원이나 국제교류재단, 관광공사 등 정부차원과 공적 기관을 중심으로 해서 문화교류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양국의 문화교류가 정부차원에서 진행하는 문화교류사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중심의 문화사업과 더불어서 어렵더라도 민간차원의 교류영역을 확보하고 확대해 나가려는 노력도 함께 병행되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어려운 사업환경 속에서 양국문화교류에 힘쓰고 있는 단체와 전문가들에 대한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한러 민간교류에 관심을 갖는 전문가들이 양성되고 단체들이 많이 만들어져 이들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문화교류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문화교류는 한러 양국 국민들에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친밀도를 높이는 매우 중요한 사업영역이다. 그리고 국가관계의 강화발전에 문화교류가 가지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서 지나치지 않다. 한러 수교 25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한국과 러시아가 양국관계의 새로운 질적인 도약을 위해서도 정부차원과 민간차원에서 사회문화교류사업에 더욱더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를 기대해 본다.
 
  김원일 민주평통모스크바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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