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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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일본
  • 최재우 전 단국대 교수
  • 승인 2015.01.0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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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고도 어려운 것,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것이 일본 문제다.

최재우(전 단국대 교수, 정치학)
  일본 기자가 내게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하기에 "나는 일본 사람을 대단히 좋아 한다. 예의 바르고 인정 있고 의리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는 일본인 친구가 많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나라가 하는 짓들을 보면 예의 바르지도 않고 인정머리도 없고 잔인하고 거칠어서 일본 사람들이 하는 소행으로 보이지 않는 게 많다. 그래서 나는 일본 국가의 행태와 일본 사람의 행태가 같아지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이것이 신문에 크게 나서 <일본 그 나라의 모습과 사람의 얼굴>이라는 책을 일본에서 출판하게 되었다.

  일본을 하나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다. 그러나 둘로 나누어 보면 어떤 해답이 나온다. 하나는 ‘반한’적이고 과거를 미화하려는 이른바 우파고, 하나는 ‘친한’적이고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 시대의 민주국가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이른바 좌파다. 수적(數的)으로는 좌파가 많다. 그러나 좌파는 주로 학자, 지식인, 일반인들이고 우파는 정치가, 언론, 출판재벌들이다. 따라서 우파의 소리가 크고 강하다. 우리는 좌파와 손잡고 우파를 견제하는 민간 외교를 강화해야 되는데 모두들 무심하다. 안타깝다.

  일본에 출판재벌이 있다고 하면 예사로 생각하겠지만 그 정체를 알고 나면 등골이 오싹하기도 하고 한숨도 나올 것이다. 정치학에 미란다와 크레덴다 라는 것이 있다.

  권력의 힘만으로 국민이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니고 국기, 국가, 행진곡, 훈장, 상징 등을 이용하여 국민의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이 있고 훈시, 소설, 연극, 영화, 만화 등을 이용하여 국민의 이성(理性)에 호소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가 크레덴더 이고 후자가 미란다다.

  이 둘을 가장 잘 구사한 정치가가 히틀러와 도죠히데끼(東條英機)였다. 독일과 일본의 군가에는 흥분제가 들어 있었다. 지금도 일본 우파들은 욱일기를 흔들고 군가를 부른다. 영화 연극 등 모든 방법으로 젊은이를 세뇌하여 자발적으로 자살 특공대에 지원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크레덴더와 미란다를 총지휘했던 오까와슈메이(大川周明)는 군인이 아닌 문학가이고 사상가였지만 일급 전범으로 기소되었다. 국민을 미치게 한 죄다. 이를 위해 언론 출판 연예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적 행정적 지원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언론 출판재벌이 형성되었다. 오늘날의 출판재벌 산하에는 출판사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업체가 다 있다. 본사 건물은 우리나라의 정부 종합청사보다 더 크고 화려하다.

  이들은 영국과 미국을 귀축(鬼蓄-귀신이거나 짐승)이라고 악선전했고 패전하면 이들이 일본인을 다 잡아 먹을 것이라고 선전했다. 어떻게 국민을 감화했던지 패전 직후에 식량난을 생각해서 미국이 낙하산으로 식량을 던져 주어도 겁이 나서 얼른 먹지 못했을 정도였고 자살자도 상당히 있었다.

  패전 후에 이들 언론 출판이 여태까지 불던 나팔은 미친 자들의 나팔이었다고 해야 할 판인데 한국전쟁이 일어나 미국이 일본을 기지로 이용하면서 우파들이 기를 펴게 되니까 이젠 과거 미화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이런 것도 모르고 정치싸움이나 하고 있고, 민주주의에서는 정치권력이 언론 출판에 간여해서는 안 된다는 상식 밖에 모른다. 크레덴더라는 단어가 있는 것조차 모르는 이가 더 많다. 

 일본 군국주의가 커지는 걸 생각하면 오싹하기도 하고, 이를 모르고 한국 정치가 싸움이나 하는 걸 보면 한심하기도 하다. 오호통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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