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규제강화로 인도차이나 동포사회 큰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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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규제강화로 인도차이나 동포사회 큰 혼란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5.01.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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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지난해 비자런 금지조치로 거주동포 수 천여 명 짐 싸...
  베트남, 금년 1월부터 무비자 입국자 30일 이내 재입국 불가 조치 
  캄보디아, 워크 퍼밋 과도한 체류벌금에 소급적용까지, 부당하다 한 목소리 
  非아세안 출신 외국인 근로조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금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을 앞두고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이 거주외국인들에 대한 근로허가조건과 규정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지난해 태국부터였다. 갑작스런 ‘비자런’ 사태를 겪으며 태국동포사회는 일대 혼란에 빠져 들었다. ‘비자런’이란 3개월마다 출국후 비자를 갱신하는 방식을 말한다.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굳어진 방식이었지만, 태국정부의 금지조치로 태국교민들은 적법한 워크 퍼밋 즉, 근로허가서를 받지 못할 경우 곧바로 태국을 떠나야 했다.

  태국이민청이 불과 3개월 정도의 유예기간만 주는 바람에 허둥대다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떠밀리다시피 태국을 떠난 교민들도 상당수였다. 순식간에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짐도 챙기지 못한 채 공항에서 강제출국당한 케이스도 허다했다. 심지어 현지여성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한 교민이 마땅한 직업과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거주를 거부당한 사례도 발생했다. 아직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한국이나 미얀마 라오스 등 주변 제3국으로 떠난 우리 동포수가 최소 4000~5000명 정도 추정된다고 태국에 살고 있는 교민들은 전하고 있다.

  한편 인도차이나 반도 동쪽에 위치한 베트남은 사회주의국가답게 그동안 외국인들의 거주 문제에 관해서는 주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었다. 그런데도 최근 비자 관련법을 더욱 강화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여권소지자는 그동안 양국이 체결한 무비자협정에 의거, 단순 관광목적 방문자에 한해 15일간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왔다.

  그런데 금년 베트남정부가 규정을 바꿔 재입국을 희망할 경우에는 목적에 적합한 비자를 따로 신청하거나, 최소 30일이 경과해야 베트남에 재입국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새로 개정한 것이다. 한편, 이 규정은 금년 1월 1일부터 이미 시행됐다고 주베트남대사관 관계자가 밝힌 바 있으며, 이번 개정으로 주변 국가를 오가며 소규모 무역을 해온 한인상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차이나반도 가운데 위치한 나라, 캄보디아도 예외는 아니다. 태국, 베트남에 비해 그동안 거주에 관련된 관계 규정이 허술해 외국인들의 거주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굳이 사업이나 투자 관련 서류를 첨부하지 않더라도 매년 285달러 정도의 비자피 포함 급행료를 지불하면 누구나 합법적 체류가 가능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갑자기 캄보디아 정부가 워크 퍼밋과 관련 규정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교민사회가 큰 혼란에 빠져 들었다. 노동부가 지난 하반기 내내 정부에 등록된 기업들부터 워크 피밋 서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지언론을 통해 워크 퍼밋이 없으면 강제추방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한국기업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봉제기업들이 주로 타겟이 됐다. 중앙정부의 기본지침이 하달됐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말단행정공무원들은 세부규정을 잘 모르거나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혼선을 초래하는 바람에 일부 기업들도 서류준비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다행히 작년 말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한국직원들의 워크 퍼밋 서류작업을 마무리 한 상태다. 이제는 캄보디아 정부가 그 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5000여 명에 달하는 교민 중소자영업자나 식당, 관광가이드, 개인 등을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해가는 분위기다.

  그동안 주캄보디아대사관(대사 김원진)에서도 워크퍼밋과 관련된 내용을 홈페이지와 교민지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공지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30일부터 5차례에 걸쳐 이러한 사실을 공지했었다. 그러나, 교민들 중에는 워크 퍼밋 신청 절차에 대해 아는 이가 거의 없는 편이다.

  대사관측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준비서류가 이름도 낯설 정도로 복잡한데다, 직업이나 직종마다 필요구비 서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교민들은 불안해하면서도 당장 어떠한 서류를 준비해야 할지조차 몰라 우왕좌왕하거나 사태를 관망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1일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금년 3월말까지 적법한 워크 퍼밋을 받지 못하면 엄청난 벌금에 심지어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공고문이 뜨자, 교민사회 분위기가 대번에 바뀌었다.

  대사관이 최근 공지한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2015년부터는 ‘워크 퍼밋’ 점검단에 적발되어 ‘워크 퍼밋’을 신청하게 되는 경우 이민청에 최대 50만 리엘(125달러)까지의 벌금, 노동부에 48만 리엘(120달러)~72만 리엘(180달러)상당의 벌금 및 연간 100달러의 세금(체류기간에 따라 소급적용)과 ‘워크 퍼밋’ 발급비용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적발된 후 한달 이내 벌금을 납부하지 않고, 2차로 적발될 시 2~3개월 급여치를 벌금으로 부과하거나 관계 노동법에 의거, 6일~1개월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다”고 알려지자, 교민사회는 이제야 발등에 불이 붙었다는 인식이  강해진 상태. 관련 서류 준비를 위해 유사업종에 종사하는 지인들에게 문의하거나 통역 도움을 청하는 등 정초부터 부산스러운 분위기다.

  한편 캄보디아 정부가 강화한 워크 퍼밋 제도 자체에 대해선 현재 교민사회 구성원들은 당장은 번거롭고 불편하지만, 대체로 수긍한다는 분위기다. 한국에서 도주한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건전한 교민사회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캄보디아 정부의 조치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교민들도 상당수다. 대외적으로 천명한 기본 취지와 달리 이 나라 공무원들이 부패가 워낙 심한 만큼, 워크 퍼밋이란 그럴듯한 껀수(?)를 만들어 외국인을 상대로 또 다른 수입원을 창출해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현지 전문가들은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금년 공식 출범하게 되면,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출신 국민들의 국가간 역내 이동과 교역이 자유로워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그 외 국가출신 외국인들의 현지 근로 및 거주조건이 지금부터 훨씬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정연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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