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름다웠던 경품 추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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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름다웠던 경품 추첨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4.12.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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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재 재외기자
  거의 모든 행사에는 마지막 순서로 행운권이나 경품 추첨 순서가 있다. 이곳 브라질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도 예외는 아니다. 크게는 승용차나 한국왕복 비행기 표 작게는 한국슈퍼 상품권 등 다양한 경품을 행사 때마다 주최 측에서 제공한다. 행사도 즐기고 또 운이 좋으면 여러 경품을 받을 수가 있기에 행사를 구경하러 오는 관객들은 이 경품 추첨 시간을 기다린다.

  하지만 얼마 전 한인회에서 주최한 한 행사에서 경품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 이 행사에는 현대 자동차가 제공하는 승용차를 비롯해 많은 고가의 경품이 준비돼 있었다. 그런데 그 경품의 대부분을 행사를 주최한 단체의 관계자들과 측근들이 받았고 최고가 상품인 현대 자동차는 한인회 부회장에게 당첨되고 말았다. 이에 이날 행사를 구경하러 온 많은 교민들은 행사가 끝난 후에도 의혹과 이의를 제기했다.
 
  한인회 부회장은 당첨된 상품 가격의 일부 금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했지만 교민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못 견뎌 결국 한인회 부회장직을 사퇴하게 됐다. 주최 측에서는 행사를 치를 자금이 많이 부족해 관계자들이 다량으로 경품권을 샀기에 관계자들이 당첨될 확률이 높았다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교민들은 그 사건에 대해 아직까지도 불신을 품고 있는 상태다.
 
▲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던 한인회 주관 행사
 
  기자는 얼마 전에 주상파울루교육원에서 주최하는 브라질 한글학교 교수연수회를 2박 3일 동안 동행 취재한 적이 있었다. 관계자들과 교사들 등 1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였다. 이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마지막에 경품 추첨 시간이 있었다. 한인회가 주최한 행사에서처럼 고가의 경품은 비록 없었지만 그릇부터 시계까지 다양한 경품들이 준비됐다. 최고가의 상품은 비록 승용차처럼 고가는 아니지만, 주부라면 누구나 좋아할 한국산 최신 전기밥통이었다.
 
  경품 추첨은 상자에서 경품권을 뽑는 방식이 아닌 한글학교연합회장이 모든 경품권을 던지면 교육원장이 그중 한 개를 받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그런데 마지막 최고의 경품권을 받은 교육원장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한 사람을 호명했다.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이름이었다. 교육원장은 당첨자가 없다며 재추첨을 진행했고, 아이템플 한글학교장이 최고가의 상품이었던 한국산 전기밥통을 받게 됐다. 이날 참석한 모든 사람이 골고루 다양한 경품을 받았고 경품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봐 교육원장은 경품 못 받은 사람을 찾아서 모든 사람이 경품을 다 받을 때까지 추첨을 진행했다.
 
▲ 한국교육원에서 주최 교사연수회에서 경품추첨이 진행되고 있다.
 
  경품 추첨식이 끝나고 그곳을 정리하던 한 교사의 의해서 맨 처음 최고의 경품에 당첨된 사람이 바로 교육원장의 아내였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게 됐다.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교육원장은 하필 최고 경품을 본인 부인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잡았지만 기지를 발휘해 행사장에 없는 사람을 호명했고 재추첨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경품을 준 것이다.
 
  차후 기자가 교육원장에게 경품을 못 타서 아깝지 않은지 부인이 경품 받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도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한글교육을 위해 이렇게 3일 동안 열심히 공부하시는 선생님들에게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 아내가 상품을 양보해도 되지만 결국 생색내기에 불과 한 거라 이렇게 했다. 적은 행사 예산 안에서 경품을 못 받는 분이 안 계시도록 준비를 하느라 좋은 경품을 드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과 이 일을 알게 된 많은 교민들은 교육원장의 현명한 처사에 감동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쿠쿠 전기밥솥과 현대 자동차
 
  위에 두 가지 사건을 놓고 보면 한 사람은 경품을 얻는 대신 많은 것을 잃었지만 또 한 사람은 경품을 잃는 대신 더 많은 것을 얻게 됐다.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욕심이란 것을 가지고 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절제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소위 말하는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더 많은 물질적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명예 대신 물질을 탐한 지도자들이 후에 어떤 일들을 겪게 됐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브라질 역시 현 대통령이 한 석유회사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많은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사건도 있었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라를 잘 다스린다는 소리보다 돈을 잘 번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듣고 있는 실정이지만 아직도 그 욕심이라는 것을 내려놓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오석진 교육원장, 그가 포기한 것은 비록 한낱 한국산 전기밥통일지 모르지만 그는 그 짧은 순간 작은 욕심을 내려 놓았고 그로 인해 ‘역시 교육자는 다르다’, ‘현명한 교육원장’이라는 칭찬과 감동을 사람들로부터 받게 됐다.
 
  이석재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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