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리포트]'겨울연가' 모르면 외계인
상태바
[도쿄 리포트]'겨울연가' 모르면 외계인
  • 세계일보
  • 승인 2004.04.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일보] 2004-04-08 (국제/외신) 기획.연재 12면 45판 1449자    스크랩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한류 붐’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겨울연가’(일본 프로그램명 ‘겨울의 소나타’)를 모른다고 하면 외계인 취급을 받을 정도다.
‘겨울연가’는 지난해 4월 NHK 위성방송을 통해 방영되자 30∼40대 여성팬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연말 재방송이 나갔으며, 드디어 이달부터는 매주 토요일 밤 11시 지상파 종합방송에도 나가고 있다.
지난 3일 첫 방송의 시청률은 도쿄 등 수도권에서 9.2%를 기록해 이 시간대에 방송된 역대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 3.9%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드라마의 주연 여우 최지우(28)씨가 지난달 22일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회견장이 된 NHK 방송국에서는 150여명의 기자가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으며, 주연 남우 배용준(31)씨가 지난 4일 하네다(羽田)공항에 나타났을 때는 7000여명의 열성 팬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공항 구내가 공황상태에 빠지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서점에서는 ‘겨울연가’를 비롯한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는 여러 가지 책자가 불티 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6일 개강한 NHK 교육방송의 ‘한글강좌’ 교재는 20만부나 발행됐다. NHK측은 처음에는 독일어와 프랑스어와 같은 11만부를 찍었는데, 한국어 인기가 높아지자 추가로 인쇄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글강좌 교재는 영어를 제외한 제2 외국어 분야에서 15만부인 중국어를 제치고 당당히 발행부수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인들 사이에 한국어를 ‘겨울연가’에 나오는 대사를 중심으로 배우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드라마는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매장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사실 한국어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드라마 속에서 배용준씨가 말하는 대사를 조금이라도 한국어로 이해할 수 있으면 한다”고 한국어를 학습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도쿄 시내 한국어학교는 어디를 가나 20∼40대 여성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도쿄도 내 인제스타학원은 ‘한국영화·드라마 알아듣기 강좌’를 개설해 인기를 얻고 있다. 도쿄 신주쿠(新宿)의 ‘쇼쿠안도리’(거리의 이름)에서 한국 드라마 관련 상품이나 음악 CD, 서적 등을 판매하는 ‘코리아플라자’에서는 일본 여성들이 한국 잡지를 펴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1984년 NHK가 처음 ‘한글강좌’를 개설하기까지는 호칭을 한국어로 하느냐 조선어로 하느냐를 놓고 동포와 일본인 학자들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문자를 나타내는 ‘한글’로 결정됐으나, 방송국 관계자들에게는 남북 분단의 현실을 실감케 하기도 했다.
최근 한류 붐으로 드라마나 축구 등에 호기심을 느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접하게 되는 일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일본인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란 점이다. 이들이 대중문화 차원에서 벗어나 진정 한국 문화와 한국인을 사랑하는 이웃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쿄=전현일특파원/hyunil@segye.com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