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성별의 속박서 벗어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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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성별의 속박서 벗어나고파"
  • 세계일보
  • 승인 2004.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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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2004-04-19 () 00 24면 판 958자    스크랩    
  
    
“일본인, 남·여. 그런 속박이 싫어요. 그런 속박의 안에서 안주하는 것도 싫고요.”
이양지, 유미리씨 등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계 여성작가로 꼽히는 사기사와 메구무(鷺澤萌·35·사진)씨가 지난 12일 도쿄의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메구로(目黑) 소재 사기사와씨의 아파트를 방문한 친구가 화장실 안에서 목을 매 숨져있는 그녀를 발견, 신고했다. 경찰은 사기사와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기사와씨는 오는 6월15일 도쿄의 한 공연장에서 자신의 원작을 스스로 각색, 감독한 무대극 ‘웰컴. 홈!’을 공연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일본 문단은 그녀의 죽음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기사와씨는 최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해왔던 일기를 지난 9일 접었다. “최근 감기에 걸려 몸이 좋지 않다”고만 이유를 밝혔다.
할머니가 한국인인 사기사와씨는 1987년 여고 2학년인 18세에 문학계 신인상(작품 ‘강변길’) 최연소 수상자로 화제를뿌리며 등단했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1989), ‘달리는 소년’(1990), ‘진짜 여름’(1992) 등을 잇따라 냈다. 부친의 삶을 형상화한 ‘달리는 소년’과 재일동포의 삶을 소재로 한 ‘진짜 여름’으로 일본 최고권위의 신인 등용문인 아쿠타가와(芥川) 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 차례 아쿠타가와 상 수상자 물망에 올라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사기사와씨는 흔히 한국계인 유미리씨와 비교되지만 ‘가족 담론’에 집요했던 유씨와는 달리 재일동포의 정체성 문제에 오랫동안 매달렸다.
대표적인 작품집은 ‘그대는 이 나라를 사랑하는가’. 여기에 수록된 ‘진짜 여름’은 재일동포인 주인공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일본인 애인에게 들통날까봐 조바심치는 줄거리를 담고 있으며 표제작인 ‘그대는 이 나라를 사랑하는가’는 한국을 찾은 재일동포 2세인 여성의 심적 방황을 형상화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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