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캄보디아에서도 한류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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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캄보디아에서도 한류 이어갈 수 있을까?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12.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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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관객들의 높은 관심 이끌어낸 한국영화축제, 개선 보완해야 할 점도 있어...

▲ 오프닝작으로 선정된 <늑대소년> 등 한국영화가 상영된 프놈펜 이온몰에서는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사진자료들도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주캄보디아 대사관이 주최하는 제8회 한국영화제(Korean Film Festival)가 지난 6일(현지시각)부터 10일까지 5일간 수도 프놈펜에서 열렸다.

출품작으로 한류스타 송중기 주연의 <늑대소년>(감독 조성희, 2012),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흥행에 크게 성공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2012)와 <괴물>(감독 봉준호,2006), 그 외 <고령화가족>(감독 송해성, 2013), <거인>(감독 김태용,2014) 등 총 5편 작품이 씨네 플럭스, 리전드 시네마, 씨티몰, 짜토목 국립극장 등 프놈펜 시내 주요극장과 공연장 등에서 현지 영화팬들과 만났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대사관 측은 영화상영 외에도 한국영화홍보와 이해를 돕기 위한 영화사진 전시회를 열어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배우 김수현, 송중기, 소녀시대 윤아 등 실물크기의 월드스타급 인기연예인 포토스탠드 앞에서 폴라로이드 즉석사진을 선착순으로 찍어주는 작은 이벤트를 진행해 한류를 사랑하는 현지팬들에게는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기자는 지난 10일(현지시각) ‘클로징 작품(closing movie)’으로 선정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기 위해 시내에 위치한 리전드 시네마를 찾았다. 영화 상영 전부터 극장로비는 영화팬들로 북적였고, 외국인 관객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영화는 당일 선착순으로 나눠준 입장표가 공연 2~30여 분을 앞두고 거의 동이 날 만큼 인기를 끌어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새삼 입증해주었다.
 
영화가 끝난 후 옆자리에 있던 여성관객 소티아(20) 씨에게 영화를 본 소감을 물었다.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스크린을 통해 한국영화를 직접 본 것은 이번이 난생 처음”이라며 "무엇보다 큰 화면으로 보는 영상이 참 아름다웠다. 스토리도 재미있었고, 정말 잘 만든 영화인거 같다"고 전했다.
 
▲ 캄보디아 국제영화제(CIFF)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캄보디아 영화 위원회 C.E.O CREDRIC ELOY회장(오른쪽)이 지난 10일(현지시각) 클로징 작품으로 선정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상영에 앞서 한국우수영화 5편을 출품해준 한국대사관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금년 한국영화제는 캄보디아국제영화제(CIFF)에 한국작품들을 출품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치루는 바람에 예년처럼 크메르어 더빙이나 자막 대신 우리말 음성에 영어자막을 넣어 상영했다. 이 때문에 영어가 서툰 관객들 사이에서는 줄거리를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불평도 간혹 흘러나왔다. 국제영화제라는 특성상 영어자막이 통상 관례일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관객이 거의 캄보디아 현지인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출품작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 한 예로 이번에 출품된 한국영화작품 중에는 국내 영화평론가들과 네티즌들로부터 매우 후한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화가 익숙하지 못한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지 않은 작품이 일부 섞여 있었다. 그래서 인지 영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관객 절반이상이 빠져나가 버리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영어를 잘하는 관객들조차도 일부는 스토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난센스 영화(Nonsense Movie)‘ 라고 혹평하며 자리를 떠났다고 현장에 있던 한 교민 관객은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드라마 등 방송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이에 대해 “해외에서 우리 영화를 소개할 때는 물론 작품성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현지문화나 종교, 정서, 그 외에 관객들의 수준도 어느 정도는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대사관 주최로 열린 제8회 한국영화제(Korean Film Festival) 출품작들 (왼쪽부터 광해, 왕이 된 남자, 괴물, 고령화가족, 늑대소년, 거인)
 
영화제 내용과 별개로 교민 관객의 관심이 적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조차 교민 관객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영화제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교민들이 태반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대사관 측의 홍보부족 탓일 수도 있다. 실제로 대사관 공식홈페이지에는 영화제 소식에 관한 내용이 단 한 줄도 올라가 있지 않았다. 공식 페이스북에 조차 한국어가 아닌 영문으로만 영화제 소식을 알리는 글들이 몇 개 정도 올라와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지난 주말 친구와 영화를 봤다고 밝힌 교민 이성민(가명)씨는 이 문제에 대해 단순히 대사관의 잘못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사관이 매년 영화제 홍보를 꾸준히 해왔지만, 정작 교민수가 6천명이 넘는 교민사회가 그동안 생업을 이유로 참석은커녕 이렇다 할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강남스타일 등 외국인들에게 한류문화 소개에는 침이 마르도록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우리 스스로 문화를 향유하고 즐기는 데도 익숙하지 못한 우리사회의 이중적 모습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우리 교민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벌써 8회째를 맞이한 한국영화제는 ‘영화사진 전시코너’ 등 새로 기획된 이벤트가 내용이나 운영관리 측면에서 허술하고 조잡했다는 일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기존 낡은 영화관 대신 최신시설을 갖춘 다수의 상영관 확보에, 특별한 이벤트까지 준비하는 노력을 더해, 예년에 비해 현지 영화팬들의 더 큰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아무쪼록 내년에는 작품선정을 비롯해, 그동안 지적 받은 다소 미흡했던 점들을 보완, 더 좋은 작품과 풍성한 이벤트를 준비, 드라마와 K-POP을 통해 다져진 한류열기가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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