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공직생활 마치고 떠나는 김한수 캄보디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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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공직생활 마치고 떠나는 김한수 캄보디아 대사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12.0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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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헌신적 내조한 아내를 위해 이제는 내가 외조할 차례...

▲ 38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김한수 주 캄보디아 대사
김한수 주캄보디아 대사가 2년 9개월간의 재임기간을 마치고 이달 초(현지시각) 한국으로 귀임한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에는 PPIIA(원장 이찬해)주관으로 대사의 이임을 기념하는 조촐한 음악회가 열렸다. 故 노로돔 시하누크 전 국왕의 큰딸 보파 데비 공주와 EU대사 부부를 비롯한 평소 친분을 쌓아온 외교관들, 그리고 강남식 한국경제인협의회 회장 등 교민사회 주요인사 150여 명이 참석,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노로돔 시리붓 왕자가 직접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것은 물론, 바이올린 등 다양한 클래식 연주와 함께 피날레로 대사 부인이 특별 출연, 프로급 버금가는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을 보여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공연 마지막 순서로 실내조명이 꺼지고, 청소년합창단이 미리 준비한 촛불을 켠 채 대사 부부를 향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합창하자, 평생을 바쳐 일해 온 공직을 떠난다는 아쉬움과 회한 때문인지 대사 부부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어느새 이슬까지 맺혔다. 꽃다발을 건네며 앞날의 축복해주던 이들 마저 잠시 숙연해진 가운데 조용히 따라 부르며 대사 부부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공연이 끝난 후 부인과 함께 무대에 다시 오른 김 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 같은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 동안 아내가 나를 위해 30여 년 긴 세월을 희생하며 내조했다. 이제는 내가 아내를 위해 헌신할 차례다” 라고 말해 좌중에서 유쾌한 웃음소리가 터지는 가운데 박수가 쏟아졌다.
▲ 김한수 대사 부부가 합창단노래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김 대사는 30년 묵묵히 내조를 한 아내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한수 대사는 지난 2012년 3월 초 장호진 대사 후임으로 캄보디아 대사로 부임한 이래 양국 우호증진과 교류를 위해 많은 기여를 했다. 국립발레단 초청공연, 태권도, 비보이, K-POP 공연, 영화제, 한식페스티발 등 다양한 문화행사기획을 통해 한류는 물론이고 양국문화예술교류에 앞장섰으며, 아세안+한중일 3국 회의 등을 비롯해 크고 작은 국제행사도 무난히 치러냈다. 재임기간에 유독 크고 작은 사건도 많았지만, 대부분 원만하게 해결했다. 특히, 가라오케 한인여성사건 당시현지 법정 최초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연구원이 현지법정에서 진술토록 외교력을 총동원해 억울한 누명을 풀게 만든 일과 함께 자칫 남북한 캄보디아 3국간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었던 김 모 씨 사건을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한 것도 김 대사의 숨겨진 치적이다.
 
다만, 금년 초 노동파업과정에서 교민기업보호를 위한 대사관이 공권력 투입에 관여했다는 오해소지의 홈페이지 글이 문제가 되어 구설에 오른 일은 김 대사의 재임기간의 옥의 티로 남는다. 그러나 김 대사는 대체로 재임기간 중 외교업무 뿐만 아니라 대민업무 역시 무난히 수행했다는 교민사회의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 등의 SNS를 통해 일반교민들과의 소통에도 부단히 애썼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재임기간 중 업적에 대해 김 대사는 겸손해 하면서도, “對 캄보디아 외교적 역량이 강화되었고, 양국 간 교역량이 세계 5위안에 들 만큼 강화된 점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북한식당 여성 탈출에 관여한 김 모 씨가 북한으로 납치되어갈 위기에 놓였던 순간과 함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교민 김요한 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38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오는 12월 31일 정년퇴직하게 된다. 최근 언론인들과 가진 오찬모임 자리에서 퇴임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동안 공복으로 평생을 살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하지 못한 일이 많았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잡지 않았지만,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하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천천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한수 대사는 행정고시 19회 출신으로 성균관대 행정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EU FTA 수석대표,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대사를 거쳐 주캄보디아 대사를 역임했다.
 
후임대사로 김원진 전 주일본공사가 내정되었으며 주재국 동의(아그레망)를 받아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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