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포 지식인 한막스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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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동포 지식인 한막스씨 별세
  • 조선일보
  • 승인 200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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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고려인 동포사회 대표적인 지식인 그룹 일원이었던 한막스(76)씨가 지난달 31일 위암으로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한씨는 지난 2일 한인들과 고려인이 공동으로 마련한 한인 공동묘지에 안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씨는 모스크바대 법대를 졸업한 뒤 오랫동안 교수생활을 했으며, 최근에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모스크바 공동의장, 민주평통자문위원으로 위촉돼 고려인 돕기 사업과 고려인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모스크바=정병선특파원 bschung@chosun.com
2003-01-15 () 21면 264자  

[조선일보] 1999-08-25 (사회) 인터뷰 29면 45판 1426자  
재외동포법 항의하러 온 ‘고려인 대표’ 한막스씨  

"러시아도 2중국적 허용해요"
『재외동포법은 구 소련 지역 50만 동포를 저버린 악법이다.
50만 고려인을 대표해 「재외동포법」 개정을 요청하러 21일 서울에 온 한막스(73·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모스크바 공동의장)씨는 24일 조선일보를 찾아와 『조국 광복을 위해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를 떠돌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아버지를 뵐 낯이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모스크바 청년대학에서 30여년간 국제관계학을 강의해온 한씨는 『러시아는 헌법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어, 고려인이 한국국적을 갖는 데 아무 장애가 없다』며 정부의 무성의를 질타했다.

-정부는 중국 러시아 정부의 외교적 항의 때문에 러시아 중국 동포들을 「재외동포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중국은 몰라도 러시아 정부는 압력을 가한 적이 없다.
러시아 헌법은 이중국적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 아무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의 30만 교민은 왜 이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나.

-러시아 내 다른 소수민족도 이중국적을 갖고 있나.
『물론이다. 이스라엘의 유태인들은 이주의 역사가 200∼300년을 넘는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48년 정부수립 후 러시아 거주 동포를 이스라엘로 데려가기 위해 외교노력을 계속했다. 미국 대통령 닉슨은 72년 구 소련을 방문해 러시아 내 유태인의 권리회복, 본국 송환을 요청했다. 러시아에서 「나는 유태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전부 이스라엘로 갈 수 있다. 독일은 55년 아데나워 서독 총리의 소련방문을 계기로, 독일 동포들의 본국송환을 시작했다. 통독 이후에는 러시아 내 독일인들에게 엄청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본국 송환은 누구나 갈 수 있다. 그리스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국정부가 가난한 중국 거주 「조선족」, 러시아 거주 「고려인」의 대거 입국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독일은 자기 나라 말도 못하는 사람들을 피붙이라는 이유 하나로 데려간다. 우리 한인들이 그렇게 못난 민족인가. 러시아의 고려인 50만 가운데 한국 국적을 받더라도 한국에 와서 살 사람은 거의 없다. 고향 왕래라도 자유롭게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재외동포법 제정에 대한 고려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연해주는 항일 무장 투쟁의 본거지였다. 중국 러시아의 동포들만큼 조국 광복에 헌신적으로 싸운 사람들이 어디 있나. 모두 조국이 우리를 버렸다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재외동포법」 개정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28일 모스크바로 돌아가면 우선 고려인 연합회 회의를 갖고, 「재외동포법」 철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낼 계획이다.』

1926년 구 소련 하바로프스크에서 태어난 한씨는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옮겨갔고, 모스크바 대학을 졸업한 뒤 아카데미 동방연구소 연구원 등을 거쳤다. 98년 10월 우리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정성진기자 sj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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