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정조 한글편지 전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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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정조 한글편지 전체 공개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4.11.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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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한글편지와 효의왕후 한글 필사본 전문 공개

▲ 정조어필한글편지첩

정조가 원손 시절부터 재위 22년까지 큰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편지 등을 모아 만든 ‘정조어필한글편지첩’ 전체가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오는 21일, 18세기 왕실 관련 한글 필사본 세 편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현대어로 풀어 쓴 '소장자료총서'를 발간한다. 대상 자료는 ‘정조어필한글편지첩’, ‘곤전어필’, ‘김씨부인한글상언’이다.

이 가운데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은 지금까지 전체 16점 가운데 3점의 편지만 알려졌으나, 이번에 전체가 최초로 공개된다. 현재 원문이 공개된 수백 점의 정조 편지들은 대부분 한문 편지이며, 한글 편지 가운데 실물이 남아 있는 것은 ‘정조어필한글편지첩’이 유일하다. 조선 시대의 한글 편지 가운데 어린이의 필체로 쓰인 편지 자체가 드물거니와 편지를 쓴 주인공이 바로 조선의 22대 왕 정조라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곤전어필’은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정조의 비인 효의왕후 김씨가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조카 김종선에게 우리말로 번역하게 한 다음, 자신이 직접 한글로 옮겨 쓴 소설이다. 이 책의 말미에는 효의왕후가 이 글을 친필로 쓰게 된 동기와 취지를 적은 발문과, 청풍 김씨 가문에 하사한 경위를 적은 김기후, 김기상의 발문이 수록되어 있다.

‘김씨부인한글상언’은 서포 김만중의 딸이자, 신임옥사 때 죽임을 당한 이이명의 처 김씨 부인이 손자와 시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영조에게 올린 한글 탄원서이다. 정자로 정성 들여 쓴 이 상언은 크기가 무려 81.5×160cm(세로×가로)에 달한다. 정치적 격변기에 일어났던 당쟁의 한 장면을, 한 사대부 여성의 절박한 심정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자료들은 조선 후기 상류층의 일상생활에서도 한글이 활발하게 사용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정조어필한글편지첩’과 ‘김씨부인한글상언’은 현재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총서 발간과 관련하여 ‘조선 후기 왕실 관련 한글 필사본의 한글문화사적 해석’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의 학술 모임을 개최한다. 발표자는 서예 분야의 박정숙 성균관대 교수, 역사 분야의 정재훈 경북대 교수다. 학술 모임은 국립한글박물관 강의실 1층에서 21일과 28일 양일간,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개최된다. 

▼대상 자료

▲ 김씨부인한글상언 원문: 튱쳥도 부여현 거 고 녕부ᄉᆞ 신 니이명 쳐 김시우 샹언의단은 녀의신이 부ᄌᆡ ᄉᆞ이예 용납디 못ᄒᆞᆯ 죄ᄅᆞᆯ 지ᄋᆞᆸ고 쳔고의 업ᄉᆞ온 이 은을 닙ᄉᆞ와 모딘 목숨이 일괴육을 위ᄒᆞ와 싀여디디 못ᄒᆞᄋᆞᆸ고 이제ᄭᆞ디 셰샹의 머무와 일야 셩은만 츅슈ᄒᆞᄋᆞᆸ더니 쳔만 몽ᄆᆡ 밧긔 의손 봉샹을 ᄃᆡ계 극뉼노 쳐단ᄒᆞ야디라 ᄒᆞᄋᆞᆸ고 ᄯᅩ 의부뎨 익명을 봉샹의 망명ᄒᆞᆯ ᄯᅢ예 디ᄒᆞ얏다 ᄒᆞᄋᆞᆸ고 듕죄ᄅᆞᆯ 주어디라 ᄒᆞᄋᆞᆸᄂᆞᆫ 긔별을 듯ᄌᆞᆸ고 (중간 생략) 녀의신이 만 번 죽기ᄅᆞᆯ ᄉᆞ양티 아니ᄒᆞᄋᆞᆸ고 부월의 업듸기ᄅᆞᆯ 쳥ᄒᆞ오니 ᄇᆞ라ᄋᆞᆸᄂᆞ니 텬디부모ᄂᆞᆫ 특별히 원혹ᄒᆞᆫ 졍ᄉᆞᄅᆞᆯ ᄉᆞᆯ피오셔 마치 녀의신만 버히오시고 봉샹의 명을 빌리오셔 의부의 혈ᄉᆞᄅᆞᆯ 닛고 의부뎨 익명을난 횡니ᄒᆞᄂᆞᆫ 화ᄅᆞᆯ 면케 ᄒᆞ오쇼셔. 옹졍오년십월 일 현대어역: 충청도 부여현에 사는 고(故) 영부사(領府事) 신(臣) 이이명(李頤命)의 처 김씨위의 상언은 이 몸이 천지간에 용납하지 못할 죄를 짓고 천고에 없는 이 은혜를 입어 모진 목숨이 일괴육(一塊肉, 즉 손자 봉상)을 위하여 스러지지 못하고 이제까지 세상에 머물러 밤낮 성은만 축수하였는데 천만 몽매 밖에 손자 봉상(鳳祥)을 사헌부에서 탄핵하여 극한 법률로 처단하겠다 하고 또 시동생 익명(益命)을 봉상이 망명할 때에 알았다 하고 중죄를 주겠다 하는 기별을 듣고 (중간 생략) 이 몸이 만 번 죽기를 사양하지 아니하고 부월(斧鉞)에 엎드리기를 청하니, 바라오니 천지부모(天地父母, 즉 성상)께서는 특별히 원혹(寃酷)한 정사를 살피십시오. 마땅히 이 몸만 베시고 봉상의 목숨은 살리시어 (손자 봉상은) 지아비의 혈통을 잇고, 시동생 익명은 뜻밖에 재앙을 당하는 화를 면하게 해주십시오. 옹정 오년 시월 일 [1727년 10월]
▲ 정조어필한글편지첩 원문: (봉투) 叔母主前 상풍의 긔후 평안신 문안 아고져 라오며 뵈완 디 오래오니 섭〃 그립와 다니 어제 봉셔 보고 든〃 반갑와 오며 한아바님겨오셔도 평안오시다 온니 깃브와 이다. 元孫 현대어역: (봉투) 숙모님 앞 서릿바람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 알고자 합니다. (큰외숙모님을) 뵌 지 오래되어 섭섭하고 그리웠는데 어제 편지 보니 든든하고 반갑습니다.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 하니 기쁘옵니다. 원손(元孫) 원문: (봉투) 국동 홍참판 ᄃᆡᆨ 젼납 근봉 납한의 긔후 평안 신 문안 아 고져 라오며 내년은 궁 뉵슌이오시니 경온 하졍을 엇디 다 형용여 알외올잇가 셰슈 칭경의 드러오시면 뵈올가 든〃 기리오며 셰의 수둉은 으졋지 못오나 마다 보내던 거시기 보내오니 수로 밧오쇼셔 머디 아니 엿오니 내〃 평안오심라이다. 계튝 납월 념일 인삼 일 냥, 젼문 일 냥, 미 일 셕, 거 오 근, 대젼복 일 졉, 광어 이 미, 츄복 십 졉, 대구어 일 미, 쳥어 일 급, 고치 일 슈, 치 삼 슈, 건시 이 졉, 하란 삼 승, 쳥 오 승, 젼약 일 긔, 민강 삼 근, 경조 연듁 일, 간듁 오 . 계튝 십이월 일 현대어역: (봉투) 국동 홍 참판 댁에 전달하여 바침. 삼가 봉함. 섣달 추위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 알고자 합니다. 내년은 어머님 육순이시니 경사스럽고 다행스러운 심정을 어찌 다 형용하여 아뢰겠습니까. 새해 초 경사 때에 들어오시면 뵐 수 있을까 하여 든든하고 기다려집니다. 세찬(歲饌) 몇 가지는 변변치 않으나 해마다 보내던 것이기에 보내오니 수대로 받으옵소서. 새해가 멀지 아니하였사오니 내내 평안하시기를 바라옵니다. 계축 납월(臘月) 염일(念日) [1793년 12월 20일] 인삼 한 냥, 돈 일백 냥, 쌀 한 섬, 솜 다섯 근, 큰 전복 한 접, 광어 두 마리, 추복 열 접, 생대구 한 마리, 청어 일 급, 살진 꿩 한 마리, 생치(生雉) 세 마리, 곶감 두 접, 새우알 석 되, 꿀 다섯 되, 전약(煎藥) 한 그릇, 민강(閩薑) 세 근, 서울산 담뱃대 한 개, 담배설대 다섯 개. 계축 십이월 일 [1793년 12월 일]
▲ 곤전어필. 정조의 비인 효의왕후 김씨(孝懿王后, 1753~1821)가 한글로 쓴 어필(御筆). 효의왕후 김씨가 조카인 김종선(金宗善)에게 한문으로 된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우리말로 번역하게 한 다음 옮겨 쓴 것이다. 곤전(坤殿)이란 왕비가 거쳐하던 궁전을 가리키는 말이자, 그곳에 있던 왕비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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