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참여와 주인의식이 진짜 새마을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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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참여와 주인의식이 진짜 새마을 정신"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11.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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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캄보디아에 새마을 정신 심어준 박종인 강원도 새마을회장

▲ 캄보디아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박종인 강원도 새마을 회장이 소난차이 학교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훈장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새마을 정신이 이 땅에 조금씩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마을진입로 포장길을 따라 들판에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시골 작은 학교 정경이 유독 정겹다.

1년 만에 다시 캄보디아 작은 시골마을을 찾은 박종인 강원도 새마을회 회장에게는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제법 익숙해진 풍경이 유독 이날만큼은 새로운 감회로 다가오는 듯싶었다.
 
그가 캄보디아에서 새마을 운동의 첫 삽을 뜬지 벌써 5년이 넘었다. 강원도에서는 꽤 유명한 주식회사 광산의  CEO인 그가 강원도 새마을회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새마을회가 이 마을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8년 춘천시 새마을회의 첫 사업이었던 수문 설치 때부터다. 그 후로 ‘소난차이’라 불리는 이 마을의 숙원사업이었던 마을진입로 포장사업이 3년 여 만에 완공됐다. 무려 6.7킬로가 넘는 이 마을에서는 제법 큰 공사였다.
 
덕분에 논에 물을 대지 못해 1년에 고작 1모작에 그치던 논농사도 언제든 씨를 뿌리고 벼를 수확할 수 있는 그런 비옥한 땅으로 변했다. 게다가, 우기철 비만 오면 진흙탕이 되어 오토바이도 다니지 못했던 비좁은 마을길은 번듯한 신작로로 변해 이제는 이웃마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잘 사는 마을로 거듭났다.
 
박 회장은 70년대 대한민국 성장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새마을 정신을 이 땅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 오랜 시간 많은 정성과 애정을 쏟아 부었다. 이 나라를 다녀간 횟수만도 벌써 5번째다.
 
그의 평소지론은 "어느 나라건 국가의 미래는 결국 어린이들의 교육에 달려 있다"이다. 국민소득 1천불에 지나지 않는 가난한 이 나라에는 더욱 그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그래서 1차 사업으로 학교환경 개선사업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우선 낡고 허름한 초등학교 교실부터 뜯어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부족한 교실을 추가로 짓고 그럴듯한 도서관도 만들었다. 지저분한 화장실을 새로 짓고, 교내에 1년 내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우물도 만들어 주었다. 한서 라이온스 클럽 회원 등 도내 시민단체들도 도움을 주었다. 강원 새마을회 회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보내와 책걸상도 교체해주고, 새마을문고도 책을 보내주었다. 강릉 원주대 대학생 봉사단은 수 년째 거르지 않고 이곳을 다녀갔다. 아이들에게 태권도도 가르쳐주고, 페인트로 예쁘게 단장해 새 학교로 만들어주었다.
 
강원도 새마을회의 취지에 공감한 강원일보(회장 이희종)가 적극 홍보해준 덕분에 소난차이 마을에 대한 소문이 도내에도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도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5년째 아이들 장학금도 대줄 수 있었고, 학용품도 전해주었다. 장롱 속에 묻혀 있던 남은 옷들도 학용품 꾸러미와 함께 마을과 초등학교에 전달되었다.
 
박 회장의 부인인 임부자 여사까지 나서 도움을 준 덕에 태어나서 한번도 수도 프놈펜을 가본 적이 없는 이 마을 초등학교 전교생이 수도 왕궁과 국립박물관까지 견학을 다녀갈 수 있었다.
 
최근에는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마을 학교에 태양열 전지판도 설치했다. 학생 150명이 전부인 시골의 이 작은 학교 학생들이 이제는 컴퓨터와 TV를 비롯한 시청각 시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차 학교환경 개선사업이 거의 마무리되자, 박회장은 2차 추진사업으로 농가소득증대를 위한 마을환경 개선사업을 곧바로 시작했다. 새마을지도자협의회(회장 정평화)과 협의를 통해 마을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카우뱅크 사업’을 함께 공동추진했다.
 
가난한 농민들에게 송아지를 분양하고 기른 송아지가 다시 새끼를 낳으면 다른 농가에 분양하는 방식으로 마을 소득증대를 이루자는 일종의 ‘자력갱생 프로젝트’다. 스스로 잘사는 마을을 만들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박회장 본인이 고안해낸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이 소식을 접한 도내 각 시군 새마을회 지도자들도 도움을 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 30여 농가를 대상으로 2차 분양까지 성공적으로 완료된 상태며, 기대했던 것보다 농가의 반응과 성과가 높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갈 계획이다.
 
덕분에, 수도 프놈펜에서 차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 바지선까지 타야 갈 수 있는 이 작은 오지마을이 이제는 새마을 운동 해외성공사례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박회장을 비롯한 강원도 새마을회 회원들이 수년 간 정성을 들인 덕분에 쁘레이 웽 주에서는 ‘소난차이’라는 이 마을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박종인 회장의 땀의 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모든 공을 성금을 보내준 도민들과, 함께 일해준 강원도 새마을회 가족들에게 돌렸다. 열심히 홍보해주고 성금까지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강원일보 이희종 회장과 지회장으로 현지에서 물심양면 도움을 준 박광복 전 한인회장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새마을운동을 이 땅에 보급해 마을 발전은 물론이고, 주민의식개혁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두 번째 받은 훈장이다.
 
지난 4일(현지시각) 학교 운동장 포장공사 준공식 행사를 겸해 다시 방문한 그는 축사를 통해 마을 주민들에게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마을 정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고 평소 지론대로 “아무리 지원하고 도움을 주어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주인의식 없이는 결코 새마을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마을 주민들의 박수 속에 행사를 모두 마치고, 소난차이 마을 전경을 들러보는 그의 마음은 뿌듯함과 함께 뭔가 모를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 했다.
 
내년 2월초에 강원도 새마을회 회장임기가 끝난다. 초록색 새마을회 조끼를 입고 소난차이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소감을 물었다.
 
“이제는 마을 주민들 스스로가 잘 사는 마을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새마을 정신은 무작정 주민동원해서 앉혀놓고 교육시킨다고 해결되는 게 결코 아니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잘살 수 있는지 깨닫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카우뱅크사업’을 통해 가난했던 소난차이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잘사는 마을을 만드는 길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아 여간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마을 주민들이 직접 보고 느꼈기 때문에 이제는 ‘새마을정신’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발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다 함께 잘 사는 마을이 될 것이고, 결국 지구촌 모든 마을이 잘 사는 마을이 될 것이다. 우리도 과거 그런 시절이 있지 않았는가?”
 
마을 앞 관개수로에는 논에 물을 대는 황토빛 잿강이 유유히 흐르고, 학교 뒤편에는 이제는 눈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마을전경이 고향마을 어귀처럼 포근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풍경을 바라보던 그의 표정에는 강원도 새마을회장으로 일해 온 지난 5년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듯 했다. 고사리 손을 흔들며 떠나는 그에게 어린 아이들이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크고 예쁜 눈빛에도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는 듯하다. 박종인 회장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소원처럼 그가 가난한 이 나라 국민들에게 심어주고자 노력했던 새마을 정신이 부디 뿌리를 내려, 캄보디아 전역 들녘에 초록빛 깃발 드높일 날이 하루속히 오길 고대해본다.
 
▲ 태양열전기를 이용한 학교내 컴퓨터장비를 점검중인 박종인 강원새마을회장과 관계자들.
▲ 선물로 받은 콜라캔을 손에 쥔 소년의 모습이 귀엽다.
▲ 소난차이 초등학교 학생들.
▲ 새마을 정신을 보급하기 위해 애써온 강원새마을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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