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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보는 세상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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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보는 세상 인식]
  • 승인 2004.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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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6
이 글은 서울의 해외교포문제연구소(소장 이구홍)가 발행하는 월간해외동포 2월호에 실린 것이다. 호주 교포들이 먼저 알아야 할 내용이므로 여기에 그대로 옮긴다. 호주 한인사회의 장래가 자체의 정책이 아니라 고국의 재외동포정책에 크게 좌우 되게 되어 있다. 독자적인 정책이 없고 공익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외동포재단은 고국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을 추진해나가는 가장 중요한 창구다. 최근 재단은 해외 한인사회의 사업을 지원할 그랜트 신청을 받기 시작했으나 한 동안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필자는 호주 한인 단체들은 각자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한인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하는 우선순위 높은 발전 사업에 돈이 떨어지도록 공동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편집자 주

늦게나마 이사장님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취임 직후 이사장님의 복안을 지면을 통하여 일부 알았습니다. 과거 행사 중심에서 정책 입안에 필요한 기초작업에 치중하겠다고 하시니 기대해보겠습니다. 또 해외 지역을 7개 권역별로 나눠 담당관을 두겠다는 안도 참 신선하다고 여겨집니다.

사실 남의 나라에서 살기가 외롭고 어렵다는 공통점말고는 이민 나가는 한인들이 만나는 해외 사정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그간 정부는 그런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재외동포정책을 펴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고국을 잊어가는 일본, 구 소련과 일부 중국 지역의 3, 4세대 동포들에게나 절실히 필요한 고국 지향적인 정책을 불과 2-3년 전에 밖으로 나가 아직도 철저히 한국인인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지역의 1세 동포들에게도 똑 같이 실시해온 아이러니가 한 예입니다. 주요 지역에 따른 다변화 및 전문화된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재외동포재단(이하 재단)의 고객(클라이언트)은 국내가 아닌 해외 한인사회(들)입니다. 이 점 재외동포재단 행정의 한가지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지에는 재외동포재단의 지사무소가 없으므로 사실상 그 역할을 외교통상부 소속인 각 지역 공관이 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외동포재단 지원금 신청도 원칙적으로 공관을 거치게 한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곳을 찾아가도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궁금한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재단과 공관 간 역할 분담에 대하여도 아는 게 전혀 없습니다.

서방국가의 관청이나 재단 같은 기관의 경우 보통 볼 수 있는 바 기구 내부 정책과 대 고객 세부 운영 지침을 담은 Handbook 또는 Manual 같은 안내 책자를 만드실 수는 없는 것일까요.

의문점 남기는 지원 신청 안내

이사장님 취임 후 약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새로운 정책이 어떻게 실천에 옮겨지는지,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 지 잘 알 수가 없군요. 취임 직후 작년 12월에는 여기 총영사관으로부터 재단을 대신하여 공문이 발송됐는데 좀 의아했습니다. 마감일 약 2주일을 남겨놓고 지원 받을 계속 사업에 대하여 자금을 신청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겸직으로나마 여기 교포신문에 관련 되어 있어 한인사회가 돌아가는 사정을 비교적 잘 아는 사람으로서 과연 그런 계속 사업이 여기에 있는지도 금시초문이고 또 동사무소의 밀가루 배급과는 달리 재단에 대한 자금 신청이라면 프로젝트 제안 설명 등 여러 가지 먼저 결정할 사항과 서류 준비 등 할 게 많을텐데 불과 2주동안에 어떻게 그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습니다.

새해에 들어와 1월중 또 다시 제단을 대신하여 총영사관으로부터 온 공문 (재단 홈페이지에도 계제)도 많은 의문점을 남깁니다. 공문은 서두에서 “우리 재단은 2004년도 재외동포사회 지원 계획 수립을 위하여 재외동포 관련 개인, 단체 대상 수요 조사를 연 2회 실시할 계획입니다. 이에 우선 상반기에 지원이 필요한 사업에 대하여 재외동포지원금 교부 신청서 등을 별첨에 의거 작성하여 2004. 1. 28 (수)까지 재단으로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상기 수요조사에 대한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2004. 3 말까지 지원 여부를 통보할 계획이오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자금을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는 6개월 단위의 단기적인 것에만 한정 되는 것인지, 그리고 그런 단기적 프로젝트는 매우 얄팍한 게 될 텐데 등 많은 궁금증을 남깁니다.

이상 간단하게 언급 바 지역에 따른 전문화된 재외동포정책과 재단 지원금 제도에 대하여 아래에서 더 구체적으로 써보고자 합니다.

한인교회만 150개

대한민국의 재외동포정책은 누가 말해도 (1)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2) 모범적인 시민으로서 현지 주류사회에 뿌리를 내리도록 지원한다로 요약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중 어느쪽에 더 역점을 둘 것인가는 현지 한인사회의 상황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재외동포재단이 실시한 조사에 재외동포재단지원 사업으로 가장 긴급한 분야는 한국어 교육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를 읽고 좀 의아했습니다. 4세대까지 내려가고 이민이 끊긴 일본, 구소련 지역, 중국 일부 지역, 한인 인구가 아주 적은 해외 지역이라면 몰라도 그 외 지역이라면 그럴 수 없다고 봐집니다.

그런데도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대부분 해외 한국인들이 커뮤니티 전체에 대한 필요는 잘 모르고 하기 쉬운 말로 민족 정체성이니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 (특히 한국어 관련 일을 하는 한인들)을 드는 습성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25년간 살아온 시드니 한인사회의 현황을 가지고 말해보겠습니다. 이민 역사가 짧은 가까운 뉴질랜드 한인사회의 경우는 더 그렇다고 믿습니다.

호주 교포 약 5-6만(추정)의 거의 80%가 시드니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1세는 물론 1.5세와 2세도 대부분 한국말을 잘하고 한국 문화 속에서 주로 살고 있습니다. 이민, 관광, 유학 등으로 한국에서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어 커뮤니티가 1세 중심이어서 그렇습니다. 인구에 비하여 분명 과잉인 한국어로만 예배를 보는 교회가 줄잡아 150개, 동족이 고객의 거의 전부인 한국 식당이 적어도 150여 개, 단체라고 하면 거의 모두가 동포만을 대상으로 하고 한국말만을 쓰는 코리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교회가 한글 학교를 두고 있습니다. 2세 한인 아동들이 호주 현지인보다 한국에서 갓 온 1세 젊은이들로부터 수영, 축구, 태권도, 음악, 과외 등 코칭과 레슨을 받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가정이 한국으로부터 오는 위성 텔레비전 프로와 한국어로 나오는 교포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간단합니다. 지나친 민족 정체성과 고국 지향성이 이들의 현지 주류 사회로의 진출을 가로막고있을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고국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지원을 받는 이런저런 사업을 보면 ‘한국의 날’ 행사, 아동 학예회, 한국 문학 경시대회 같이 한인끼리의 친목과 고국을 잊지 않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들과 다양한 이름의 고국 초청 프로그램이 대부분으로서, 그렇지 않아도 몸은 현지에 있으면서 맘은 한국에 가 있는 사람을 더 그렇게 만드는 편입니다.

동포는 시집간 딸

해외 한인 사회는 자동적으로 고국의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늘어나는 역이민이 바로 한 예입니다. 해외로 나간 한인을 시집간 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딸이 가난하면 친정을 도울 도리가 없습니다. 재중동포들은 해외에서 오래 살았으면서도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어느 지역 동포들보다 잘 간직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어머니 나라에 와 살게 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왜 안된다고 할까요?

따져보면 이들이 가난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저는 한국에서 불법체류하는 재중동포 문제는 거주자격을 주느냐 마느냐보다 이들의 중국에서의 자리를 굳건히 만들어 한국에 돌아오라고 해도 안 오게 하는 재외동포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더 국익을 돕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 점은 호주 한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정책의 수행은 결과적으로 예산 집행과 같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어떤 단체와 기구도 예산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전임 이사장 시절에는 재단의 사업이 주로 서울에 편중됐던 것 같은데, 재단은 총 예산을 국내와 해외간 어떤 비율로 배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도 대외적으로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또 재단은 해외에서 요청하는 모든 사업을 지원할 수 없을 것이므로 얼마만한 예산 규모 한도에서 어떤 우선순위와 심사 기준으로 신청을 받을 것인가를 자세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정책과 운영 안내서 (Handbook)에 그런 기준을 제시한다면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도 높아지고 신청자가 될 개인과 단체가 과연 신청을 해야 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로젝트의 우선순위

이번 두 차레에 걸친 신청 안내는 그런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없고, 다만 한인의 날, 회관과 문화 센터 건립, 지역 한글 학교 개보수 등 광범한 사업을 예시하고 있어 폭주하는 신청서를 어떻게 심사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해외에서 오래 산 사람으로서 현지에서 높은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할 프로젝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발전 지향적 또는 전략적이란 말을 쓰겠습니다. 물론 그런 프로젝트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물을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지면상 한 두 가지만 말해보겠습니다. 고국에서든 여기든 그 많은 문제는 큰 문제의 가지일 따름입니다. 뿌리를 잘 찾아야 문제들이 해결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해외 한인사회에는 친목, 기업, 복지, 여성의 지위, 인권, 청소년 지도, 한국어 교육 등 넓은 분야에 걸쳐 단체와 단체 활동이 대단히 많습니다.

하지만 전체 사회의 이익을 위하여 이런 활동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철학과 지적 구심점이 없어 결과적으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도 하고 힘을 분산시켜 재원의 낭비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거주국 정부와 주류 사회에 대한 로비 능력 배양과 로비 메커니즘의 조성을 위한 지원도 그런 예입니다.

고국의 지원은 이런 분야에 착안해야 합니다. 건물 개보수 등 시설과 관련 된 사업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성질의 것이거나 한인사회 전체의 발전이란 기준으로 볼 때 우선 순위가 낮다고 저는 봅니다. 한인들은 어디를 가든 사업하면 회관 건립, 센터 건립 등 건물을 먼저로 하는데 서구 사회의 경우, 건물과 장소가 없어 못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한국어 교육도 그렇습니다. 대형 교회들의 경우 한글 학교 하나 운영하는 돈은 쉽게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전직 국어 교사를 했거나 대학 국문학과를 나온 가정 주부들도 많습니다. 시드니에서 최초로 한글 학교를 설립, 고군분투한 공로자는 그 후 한글 학교가 너무 많이 생겨 거의 문을 닫아 아무도 기억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의 한글교육 지원은 학생 머리 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돈을 나눠주는 식이 아니라 난립된 한글 학교를 통합, 조정하고, 흩어진 한글 교사 재원을 잘 활용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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