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업의 모토는 기업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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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업의 모토는 기업가 정신”
  • 김경삼 기자
  • 승인 2014.10.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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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시외버스 정보서비스 앱 출시한 문동진 대표

‘기업가 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이라고도 불리는 이 말은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세를 일컫는다.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극복하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면서 기업을 키우려는 노력 또한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혁신, 창조적 파괴, 참신한 발상 등 전통적인 요건뿐 아니라 근로자복지, 인재양성 등 기업가의 사회적 역할 전반을 강조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동진(28) 대표는 이러한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이제 막 사업에 발을 들인 청년 사업가이다. 대학서 글로벌 앙트러프러너십을 전공한 문 대표는 재학시절 ‘사회 내 문제점을 정하고 비즈니스를 통해 이를 지속가능한 해결로 이끌 수 있다’는 교수의 강의를 듣고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 제대 후 막연히 글로벌 CEO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그는 기업이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창구로서 기능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가슴 뛰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후 당장 청년창업에 뛰어들었어요. 전공을 살려 IT 융합서비스 분야 사업에 매달렸는데 만만치 않더라구요.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돈을 버는 것만이 사업의 최종 목적이 아니겠다 싶었어요.”

▲ 문동진 대표

믿고 선택한 캄보디아
문 대표는 지난 9월 30일 캄보디아 시외버스 정보서비스 앱(App) ‘CamBUS'를 모바일 앱 시장에 출시했다. 국내에서 많이 이용하는 버스 도착 알림 앱과 마찬가지로 CamBUS도 캄보디아 내 실시간 버스 도착시간과 버스정류장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터뷰 당시 앱을 내놓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터라 그는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반응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직 다운로드 수는 많지 않지만 페이스북 방문자와 페이지뷰 수치는 고무적인 편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캄보디아일까. 문 대표는 “이 또한 기업가 정신의 영향을 받은 선택이었다”고 말을 꺼냈다. 신시장 개척이라는 기업가 정신의 덕목과 더불어 개발도상국의 정치‧문화적 조건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해 삶의 질을 높이는 ‘적정기술’에 대한 깨달음이 그를 캄보디아로 이끌었다. 이는 개도국들이 처해 있는 특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지구적인 노력을 강조하는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제시한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가 캄보디아를 사업 터전으로 정한 데에는 부모님의 영향도 크다. 봉제업에 종사하는 부모님이 인도네시아로 파견되어 10살 때부터 10년 간 인도네시아에 살았던 그는 그 때의 생활을 돌이켜보며 ‘굳이 한국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본격적인 사업활동을 시작한 것도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어머니가 우연히 창업사업 공지를 발견하고 도전해 볼 것을 권유한 덕분이었다고 귀띔했다.

캄보디아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가진 만큼 CamBUS 또한 하루아침에 뚝딱 나온 게 아니다. 지난 1월 문 대표는 그가 운영하고 있는 CamPAL의 공동창업자와 함께 캄보디아를 여행하다 버스를 자주 타게 됐다. 일명 버스마니아였던 공동창업자는 그 이후 캄보디아 버스사업을 제안, 현재의 CamBUS가 탄생했다.

“그 때 처음 캄보디아를 갔는데 생각보다 인프라시설이 괜찮은 편이었어요. 그렇게 혼자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를 다니며 시장조사를 다녔죠. 앱 개발을 위해서 지인소개나 공고를 통해 유능한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들도 모집했어요. 투자유치에도 엄청 노력했고요.”

문 대표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괜찮은 통신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의 총 인구 1,500만 중 약 300만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3G 연결망 또한 전국적으로 갖춰져 있을 정도로 발전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남아시아 국가마다 발전상황과 시대적 과제가 제각각 다르다”면서 “개도국의 재건 및 발전에 도움을 주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 문동진 대표가 지난 9월 열린 월드옥타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서 참가자들에게 CamBUS 발표를 하고 있다.

CamBUS, 모든 버스정보를 한눈에
CamBUS는 캄보디아의 불편한 시외버스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육로를 통한 국가 간, 시외 간 이동이 활발한 캄보디아는 경제‧정치적 낙후성으로 인해 중요 인프라인 시외교통 서비스를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체계적이지 않아 이용자들이 적응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캄보디아는 동남아를 여행하는 해외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는 곳 중 하나예요. 그래서 CamBUS도 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통합적인 버스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캄보디아에서는 대부분 개인이 버스를 사서 운수업에 등록해 장사를 해요. 10군데의 버스회사마다 요금, 시간, 정류장 위치가 다 다르죠. 버스티켓도 여행사나 호텔 측에 수수료를 내고 구매해야 할 정도예요.”

▲ CamBUS 앱 화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씨엡립으로 가는 버스를 검색했더니 요금, 소요시간, 정류장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CamBUS는 제한된 버스 이용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앱에 접속해 출발지와 도착지, 이용시간, 버스유형을 지정해 검색하면 요금, 소요시간, 정류장 위치 등이 쭉 정렬돼 나온다. 특히 정류장 위치를 지도로 확인할 수 있어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캄보디아뿐 아니라 베트남 호치민, 태국 방콕 등 다른 국가 도시까지 커버해 관광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 덕분에 CamBUS는 월드옥타 2014 글로벌 창업경진대회 대상을 받기도 했다. 문 대표는 특히 개도국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코트라의 글로벌영비즈니스맨(GYB)을 통해 소정의 지원금, 현지사무실 및 직원, 체재비 등을 제공받아 매우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개발해야할 부분도 많다. 문 대표는 개발과정에서 캄보디아 내 버스회사를 직접 돌아다니며 직원들로부터 시간표 등의 자료를 수집했지만 아직 그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성수기, 비수기에 따라 버스회사의 스케줄이 많이 바뀌는 탓에 직원들도 버스일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는 “버스회사 사정상 버스가 오는 정확한 시간은 완벽하게 맞추기 어렵겠지만, 현재 각 버스회사와 노선 컨텐츠를 제공받기로 제휴를 맺은 상태”라며 “앞으로 예약 및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이용자들이 신뢰성 있고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 캄보디아 버스회사 직원들과 대화하는 문동진 대표

개도국 삶의 질 높이고파
그가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위로부터 반대의 시선도 많이 받았다. 다른 곳도 아닌 개도국에서 하는 첫 사업이라 “과연 성공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캄보디아에서는 IT관련 사업 성공사례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저는 여기서 사업을 펼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불확실한 날들의 연속이지만 내 일을 내가 한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찬 일인지 몰라요.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될 거란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진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뜨거운 심장, 차가운 머리’라는 말이 요즘처럼 와 닿는 때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가 추구하는 사업의 최종 목표는 그의 사업이 현지인들의 삶에 녹아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물사업으로 아프리카인들의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준 것처럼 그 또한 현지사회에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전파하고 싶은 바람이 크다. 그는 한국정부가 개도국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개도국 국제개발 원조경험이 많아 캄보디아에서도 활발한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 아무런 성과가 없어요. 정부에서 먼저 발 벗고 나서야 역량 있는 한국 청년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할 수 있습니다. 개도국 사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 혜택요건도 조금만 덜 까다롭게 해주면 좋겠어요.”

문 대표는 “첫 발을 내 딘 내가 성공해야 다음 세대들이 잘 따라 올 수 있다”며 사명감이 막중하다고 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 우리 모두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꿈꾸는 그가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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