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없는 재외동포 인터넷에서 문전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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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 없는 재외동포 인터넷에서 문전박대
  • 김정희기자
  • 승인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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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들 고려 않은 인터넷 실명제로 입막음
사이트 가입, 정부 인터넷 민원조차 불가

토론과 논쟁의 장이 되고 있는 인터넷에서 재외동포들이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한민족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는 재외동포들이 주민번호가 없다는 이유로 인터넷상의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의 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선거 직전 통과된 인터넷 실명제 관련법에 의해 앞으로 동포들은 온라인상의 벙어리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전망이다.
실질적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이번 선거에서는 실시되지 못했지만, 향후 선거시에 각종 언론사 사이트 등에 적용될 예정인 인터넷 실명제는 주민번호가 없어 사이트에 가입조차 어려운 동포들에게 답답함만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국내 정치, 사회 분야에 대한 동포들의 관심이 한껏 고조돼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와 관련해 개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 관련법이 통과된 후 선관위는 선거를 3일 앞둔 12일부터 실명제를 적용은 했으나 이번에는 위반 사항이 적발되었더라도 처벌은 유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이 통과된 이상 향후 선거와 관련한 인터넷 실명제는 계속해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에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해 동포들의 참여 방안을 문의한 결과 선관위에서는 "귀문의 경우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자는 선거법 제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의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국내 선거 및 정치와 관련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배려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간단 명료한 답변은, 동포뿐 아니라 인터넷에 대한 인식 부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는 선거에 국한돼 있지만 사실 문제는 실명제뿐만이 아니다.
동포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개인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한 전자정부 사이트를 비롯해 공공기관 사이트를 통해 간단한 민원 하나를 넣으려 해도 주민번호가 없어 이용이 쉽지 않다.
올 초 국회가 자체 홈페이지 민원란에 재외동포 민원란을 신설, 관심을 보인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공 사이트에는 회원 가입 또는 민원시 주민번호를 기입하도록 하고 있어 이용이 어려운 형편.
또한 국내 일반 사이트에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로 메일이나 카페 이용을 위해 사이트 가입을 하려할 경우 다음(www.daum.net)과 네이버(www.naver.com)는 가입시 해외 거주자 선택 항목을 만들어 가입이 가능하지만 그 외 대부분은 회원 가입이 어렵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찬보(33)씨는 "자주 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간혹 재외동포가 가입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올 경우 개별적으로 회원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해 처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트 가입시 사용하는 실명 확인 프로그램은 신용정보회사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 있으나 이 경우 주민등록 번호가 없는 재외동포들은 실명확인이 불가능해 개별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주민번호와 법적으로 똑같은 효력을 발휘하도록 만든 외국인 거소증 번호 역시 인식이 불가능해 국내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 동포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일반 사이트 운영사들은 물론 국내 공공기관조차 인식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전 세계 한민족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상에서조차 동포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높아지고 있다. (9.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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