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 물부족 현상, 정부의 안일한 정책 때문?
상태바
상파울루 물부족 현상, 정부의 안일한 정책 때문?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4.10.21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정부 가뭄대책 마련않고 손놓고 있어…교민들 물 없어 불안 가중

상파울루에 물이 없다. 가족들은 양동이를 들고 물 배급차가 오기를 하루 종일 기다린다. 하지만 물 배급차는 오지 않았다. 쇼핑몰을 비롯한 상파울루 거의 모든 식당은 물이 없어서 거의 문을 닫은 상태이다. 생수를 판매하는 회사들도 물이 없어서 문을 내렸다. 슈퍼마켓에서도 더 이상 생수를 살 수가 없다. 생수를 불법으로 비싼 값에 파는 마피아 조직까지 생겨났다. 상파울루 시민들은 목마름에 지쳐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위의 상황은 소설에만 나올 듯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같은 가뭄이 계속될 경우 오는 2015년 상파울루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들이다.

상파울루 주 900만 인구의 식수를 책임지고 있는 깐따레이라 저수지가 말라서 바닥을 보이고 있다. 평균적으로 상파울루는 여름철에는 600mm, 겨울철에는 150mm의 강우량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여름 강우량은 300mm 이하로 떨어졌다. 때문에 깐따레이라 저수지는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깐따레이라 저수지

하지만 상파울루 주 정부는 어떠한 대처도 하지 않고 날씨 탓만 하고 있다. 깐따레이라 저수지 근처 다른 작은 저수지에 보관된 물을 이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만 주 정부는 계획만 세워 놓고 예산 문제, 공사지연 문제 등을 핑계 삼고 있다.

지난 2004년에도 상파울루는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현상을 겪었다. 당시 임시방편으로 동네마다 돌아가면서 물을 아껴 간신히 물 문제를 극복했지만, 그 후 주 정부는 저수지에 대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2011년에는 엄청난 양의 비가 와서 저수지에 있는 물들을 무작정 방출했었다. 그리고 3년 뒤인 올해는 또다시 극심한 가뭄으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상파울루에서는 각 도시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거주인구는 급증했지만, 정작 저수시설은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어 큰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다.

주상파울루 수도국(SABESP)은 방편의 일환으로 일부 도시에서 기존의 물 사용료보다 20% 이상 초과사용을 할 시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실시하고 있지만, "내 돈 내고 물 쓰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등 시민들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그것조차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주상파울로 수도국은 깐따레이라 저수지 인근 작은 강들의 물이 저수지로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평균 수도요금보다 20% 물을 아낀 가정에 대해서는 수도요금 할인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또한, 각종 매체를 통해 절수 캠페인을 벌이고 17개의 펌프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과연 주상파울로는 이번 가뭄사태를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나갈지 의문이다.

▲ 한인타운 아파트 내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는 절수 캠페인 문구

계속되는 가뭄으로 상파울루 한인교민들도 힘들어하고 있다. 월드컵 이후 계속되는 불경기 때문에 사업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민들은 설상가상 물 부족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가끔 시행되는 절수 때마다 교민 업체들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조기퇴근을 해야 하고, 지방 도매상들이 물건을 구입하러 상파울루 시를 찾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인타운 아파트에서도 가끔 절수 되는 바람에 교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생수를 미리 준비하고 있고, 각 가정에서도 필요한 물들을 미리 보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인뿐만 아니라 브라질 현지인들도 마찬가지다. 아파트마다 물을 아끼자는 문구를 써 붙여놓고 있지만, 주민들은 물 부족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기자의 집도 한 달 이상 마실 수 있는 생수를 구입해놨고 집안 곳곳 양동이에 물을 받아놓고 있다.

현재 상파울루 물 부족 현상이 주정부의 안일한 탁상행정 탓인지, 아니면 '내 돈 내고 물 쓴다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개개인들의 생각 자체가 문제인 것인지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