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망자들의 이민 눈길
상태바
시카고 망자들의 이민 눈길
  • 미주 중앙
  • 승인 2004.04.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달맞아 한인들 조상묘 이장
시카고에 정착해 한국에 있는 조상묘를 관리하기 어려워진 한인들 중 묘지 이전을 고려중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3년마다 돌아오는 윤달(3월21일~4월18일)을 맞아 한인들의 이장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또 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몇몇 장의사들도 미주판 일간지를 통해 광고를 하거나 인터넷으로 이장 관련 문의를 받으며 윤달특수를 노리고 있다.
태양력과 태음력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3년 또는 2년마다 보태지는 윤달은 예부터 ‘덤으로 있는 달(공달, 덤달)’로 분류돼 귀신들이 인간의 일을 간섭하지 않는 기간으로 믿어져 왔다.
특히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집안 어른이 무병장수한다는 속설 때문에 윤달에 효도 선물로 수의를 장만하거나 조상묘를 이장하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한국 정부가 ‘장사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묘지 사용기간에 제한을 두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화장이나 납골당 안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도 한인들의 조상묘 이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며 자칫 조상묘를 방치할 경우 유실될 가능성도 있어 이장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서정일 장의사는 “이장 문의를 하는 한인은 많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1년에 10여건 정도 묘지 이장이 성사된다”며 “윤달이 있는 경우 문의 건수도 평소보다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묘지를 이전할 경우 화장을 해서 오거나 유골을 직접 모셔오는 경우가 있는데 기간은 1주일정도 걸린다.
화장을 하는 경우 화장증명서와 사망증명서만 공증을 받으면 되고 비용은 3천달러정도 든다.유골을 이장하는 방법은 절차가 더 복잡해 공증된 방부처리증명서와 사망증명서가 필요하며 주한 미대사관에서 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이후 세관을 통해 인도받아 미국 현지에서 입관과 매장을 하게된다.이 경우 드는 비용은 6천5백달러정도다.
한편 워싱턴포스트지는 지난 2002년 ‘망자들의 이민’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묘지 이장 풍습을 소개하기도 해 미국에서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묘지 이장이 크게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희원 기자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