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외동포사회 현안문제 네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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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외동포사회 현안문제 네가지
  • 김제완
  • 승인 2003.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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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원고는 이번 달에 발행되는 화란한인회보 www.kr-nl.org에 청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

지난해 9월 저는 히딩크 감독의 고향인 네덜란드 파사펠트시에서 열렸던 한국식품 전시회와 히딩크 박물관 개관식 소식을 취재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했었습니다. 이때 네덜란드 동포사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홍순용 한인회장님등 몇분을 만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가 네덜란드 한인사회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97년입니다. 당시 프랑스에  부임했던 권인혁 대사가 네덜란드 대사를 거쳐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 때 권대사는 네덜란드 한인사회가 단합이 잘 되고 화기가 넘친다며 은근히 프랑스 한인사회와 비교하더군요. 그래서 네덜란드에 갔던 길에 그 원인이 무엇일까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여러 동포들을 만나고 나서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약 1천명의 네덜란드 거주 한국인중에는 주재원이 다수라는 것, 그리고 이들이 자리잡아 동포사회 구성원이 된다는 것등 이 두가지가 다른 지역과 뚜렷하게 다른 특징인 것같습니다. 상사 주재원 출신이므로 경제능력 어학능력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적응을 잘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프랑스 빠리에서 지난 93년부터 동포신문 오니바www.oniva82.com를 펴내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서울에서 다음달에 창간되는 '재외동포신문'의 편집 책임자로 임명돼 창간호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재외동포사회의 현안문제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체크해봤습니다. 다음 네가지는 제가 임의로 선정한 것입니다만 참고하실 만하다고 생각해서 소개합니다.

1. 코리안 네트워크

올해 1월13일은 한인 이민자가 사탕수수 밭 노동자로 하와이 땅을 밟은지 꼭 100년 되는 날입니다. 이달초 김대중대통령은 올해를 미국동포의 해로 선포하였고 부시대통령은 한인 이민자의 해로 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동포사회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요 방송 신문들은 미국 이민 100년을 계기로 앞다투어 특집 기획물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의 보도에 아쉬운 점도 보입니다. 주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 관심의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재외동포들을 소개해온 KBS의 '한민족 리포트'가 바로 그렇습니다. 과거에 생존자체가 힘겨워 밖으로 나간 사람들에게 경제적 성공은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재외동포들이 두 개의 문화 사이에서 상시적으로 겪고 있는 갈등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아뭏든 최근에 일기 시작한 한국사회의 재외동포에 대한 높은 관심은 전세계 한민족 네트워크(Global Korean Network) 구축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2-3년 사이에 한국사회에서 이 문제가 주요 관심사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1회 한상(韓商)대회를 계기로 재외동포 상공인들이 서로 기회를 공유하자는 시도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전세계 140여개국에 나가 있는 동포들이 네트워크로 묶여서 연대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거주하고 있는 지역외에 다른 나라나 도시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접하게 되고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저는 몇해전에 영국의 동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는데요. 결혼 적령기의 딸이 둘이 있는 그 분은 심각한 말투로 말하기를, 앞으로 사업을 3년만 하고 2세들의 결혼문제를 도와주는 일에 뛰어들겠다고 하더군요. 딸만 둘이 있던 그는 영국인 사위를 보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영국이외의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2세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로 짝을 지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같이 중요한 문제를 그분이 혼자서 감당해야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코리안 네크워크가 만들어지면 바로 이런 일도 할 수 있겠지요.  

2. 재외동포법 개정

올해 연말까지 재외동포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지난 2001년 11월 헌법재판소는 2003년12월31일까지 이 법을 개정하라는 요지의 한정합헌 판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 시한을 넘기면 이 법이 자동적으로 폐기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는 법 개정에 소극적이어서 법개정 시한을 앞두고 동포사회와 긴장이 고조될 것입니다.

법개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재외동포의 범주에서 제외된 중국동포들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외동포로 규정되면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데 중국동포들은 이같은 혜택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거주 중국동포들은 법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위상에 놓여있습니다. 재외동포법에 1948년 정부 수립 이전에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은 재외동포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독일 정부가 러시아와 동유럽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됩니다.

네덜란드 동포들에게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사례를 하나 들어볼까요. 한국에 가서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사업자 등록이나 은행 구좌 개설등에서 여러 가지 불이익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재외동포법에는 외국국적자나 영주권자들을 위해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효과를 갖는 거소증과 거소증 번호를 발급하고있습니다. 거소증 번호는 남자는 5로, 여자는 6으로 시작하는 13자리로 이루어져 있지요. 그런데 재외동포법이 개정되지 않고 자동 폐기되면 이같은 혜택도 사라져 버릴 수 있습니다.

3. 재외국민 참정권

재외국민 참정권 되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내년 4월 총선에 재외동포 대표들을 출마시키자는 운동이 미국등 동포사회에서 점차 관심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재외동포들에게도 참정권의 절반이랄 수 있는 피선거권이 주어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이 조건을 이용해서 대표들을 내년 총선에 출마시키자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발족된 재외동포언론인협의회 www.dongpo.info 소속 동포언론인들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각지역별로 인구비례로 재외국민 대표 20여명을 선정하여 서울의 주요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시킨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리고 일제히 재외국민의 빼앗긴 주권을 되찾으려고 나왔다고 주장한다면 어떤 사회적 반향이 일어날까요. 재외국민들은 참정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느닷없는 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그러나 법의 일관성을 위해 피선거권까지 빼앗아야 한다는 여론보다 그 반대의 반향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재외동포들의 '선거 반란'이 일어날지 지금부터 귀추가 주목됩니다.

재외동포와 재외국민의 차이를 언뜻 구별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참고로 설명을 드립니다. 재외국민은 한국의 국적을 유지한 채 외국에 살고 있는 영주권자, 유학생, 주재원등입니다. 이들은 약 260만명인 것으로 정부에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재외동포는 재외국민과 함께 외국국적자 약 300여만명을 포함한 개념으로 모두 600만명으로 알려져 있지요.

참정권은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재외국민에게만 해당되는 것입니다. 재외국민은 수십년을 외국에서 살아도 현지와 한국 양쪽에 걸쳐 선거에 소외돼 있습니다. 심각한 인권문제입니다. OECD 가입 30개국중에서 자국인이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참정권을 주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이외에 알제리 러시아 베트남등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에서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4. 재외동포재단 예산

재외동포재단은 재외동포들의 친정과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친정 살림이 어렵다고 합니다. 지난해 예산이 200억인데 이중에 85억은 재일거류민단 지원예산으로 외교부에 있던 예산이 명목상 옮겨온 것입니다. 이외에 경상비와 인건비등을 제외하면 실제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200억중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여권을 새로 만들 때나 재발급시 통상 두가지의 인세를 지불합니다. 이것은 외교통상부의 경비수입과 국제교류기여금으로 각각 3만원과 1만5천원입니다. (영주권자는 3만원과 7천5백원) 영화관 입장표에 문예진흥기금이 포함돼 있듯이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의무적으로 국제교류기여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이 기여금은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예산으로 사용됩니다. 이 기여금 수입은 2002년의 경우 연간 230억원으로 재외동포재단의 예산 200억원을 웃돕니다. 정부에서는 이 기여금 제도를 올해까지 실시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내년부터 이 기여금을 재외동포재단기금으로 이관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최소한 260만 재외국민들이 여권을 발급 받을 때나 각종 영사확인 서류에 지급하는 기여금만이라도 재외동포재단의 몫으로 돌리자는 것이죠. 동포들이 내는 세금을 동포들을 위해 써달라는 것이니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입니다.

노무현 당선자도 지난 해 11월 대선후보 상대 공개질의서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외동포재단의 예산이 200억에 불과한 것은 재외동포가 비록 납세의 의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낮게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노무현 당선자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가 관심을 갖고 도와주어야 할 때입니다. 동포사회에서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힘을 모으면 동포재단 예산 증액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그 혜택은 바로 우리들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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