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헤이트 스피치, 표현수위 낮췄지만 여전히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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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헤이트 스피치, 표현수위 낮췄지만 여전히 심각”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4.10.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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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공태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단장

▲오공태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단장
지난 8월, 재일동포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재일민단’)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를 방문해 일본의 혐한시위 실태를 설명하고 인종차별과 민족차별을 부추기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법률로 금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라”, “꺼져라” 등 헤이트 스피치가 난무하는 혐한시위로 재일동포들이 큰 피해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몰려와 소란을 피우고, 욕설을 쏟아낸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손님들의 발걸음도 줄어 영업방해는 물론 신변의 안전까지 걱정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도 심각하다.

재일민단의 노력으로 유엔은 일본이 개선해야 할 사항과 권고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통해 극우주의자들의 혐오 발언과 혐한시위에 대해 법적 규제를 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의 일부 의원들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들어 헤이트 스피치 법률규제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공태 재일민단 중앙본부 단장은 “요즘에는 한국인 죽여라, 한국인 나가라 그런 말은 안 씁니다. 지금은 한국 이야기가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국교단절’ 같은 말을 쓰며 여전히 데모하고 있습니다. 재일민단이 노력한 결과 작은 성과는 나오고 있습니다만, 근절까지 가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민단의 지방 조직을 총동원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 의견서를 보내려고 노력 중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광역지방자치단체 의회 중 처음으로 나라현 의회가 헤이트 스피치 규제 입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채택했다. 이에 앞서 도쿄 구니타치시 의회와 나고야시 의회도 의견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의견서는 일본이 비준한 인종차별철폐 조약과 헌법에 비춰 헤이트 스피치가 불법이라고 판단한 오사카 고법의 판결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 등을 거론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또한 야당 질의에 대한 국회 답변에서 혐한시위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한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 도지사를 만난 아베 총리는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집권 자민당 차원에서 대응책을 검토하겠다”며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마스조에 지사는 우익들의 공격 대상이 되어 비난당하는 신세가 됐다.

“아베 총리의 ‘규제하겠다’ 발언 후에 마스조에 지사가 도쿄도청에 있지 않습니까? 그 도청은 우익들이 매일 공격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런 상태입니다. 일본 사회 전체가 지금 우경화와 혐한으로 가고 있어 걱정입니다. 보통 사람들도 ‘한국이 싫다’, ‘한국 사람들이 싫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원인으로는 위안부 문제가 크죠. 독도 문제는 우리가 지배하고 있고, 영토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와도 얽혀 있으니 큰 원인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일본이 너무하다고 하잖아요? 일본 사람들은 한국이 너무하다고 합니다. 성 노예라는 말이 너무 싫다고 합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한국정부와 국민들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도 성 노예 얘기를 하니까 대체 성 노예가 뭐냐고 굉장히 싫어하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사실 혐한 시위의 불을 댕긴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본 천황 사과 요구 발언이라는 게 오 단장의 설명이다. 지난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왕의 한국 방문과 관련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할 거면 오라”고 말한 데 대해 일본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일본 천황 이야기 때문에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고 해결방법이 없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한일 정상회담을 빨리한다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옛날부터 한일관계는 좋은 시기와 나쁜 시기가 있었잖아요. 지금이 제일 나쁜 상태입니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최악이죠. 한인회 분들과도 상의하고 있지만, 영주권이 있어도 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자격 상 금지되어 있죠. 그러니까 민단에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빨리 정상회담이 열리고 손을 잡고 가야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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