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 운영 미숙…국제적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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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 운영 미숙…국제적 망신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09.2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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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대표팀 감독, 선수촌 출입 ID카드 발급 안 돼 모텔서 지내기도

2014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의 운영 미숙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화 점화자로 운동선수가 아닌 연예인을 내세워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산 정도는 그마나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런데 경기기간 내내 켜져 있어야 할 성화가 꺼진 것은 물론이고, 경기진행과 관련해서도 계속 크고 작은 실수가 나와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4일, 카타르 여자농구선수들은 경기중 ‘히잡’을 쓸 수 없다고 조직위가 뒤늦게 밝혀 결국 경기출전을 포기해야 했고 20-0 몰수패를 당했다. 카타르 선수단측은 조직위측이 대회참가전 히잡을 쓰고 출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 참가했는데, 경기를 앞두고 뒤늦게 이를 번복했다며 조직위의 미숙한 운영을 비난했다.

심지어 외국 국가대표 감독으로 대회에 참가한 한 한국 출신 감독은 선수촌 입촌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해당 국가의 체육협회가 대회 개막 두 달 전 미리 접수해야 하는 참가신청서류를 늦게 제출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바람에 그 감독은 함께 온 선수들과 떨어져 선수촌 인근 모텔에서 3박 4일간 머물러야 했다. 선수들이 입촌한 지 4일 뒤인 개막식 날 간신히 출입카드가 나와서 그는 선수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기자가 선수촌 내에 설치된 웰컴센터의 안내데스크에 질문했지만, "좀 더 기다려달라", "조직위에서 하는 일이라 잘 모르겠다"는 말 외에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 인천아시안게임 등록데스크

웰컴센터의 현장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오전 9시부터 문을 연다는 관계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10시가 넘도록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오후에 다시 찾았지만 자원봉사자 두 명이 빈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다.

결국 조직위에 전화를 걸었지만 '다음에 다시 걸어달라'는 ARS 음성메시지로 바로 넘어갔다. 조직위 담당부서와 통화가 연결되는데도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간신히 연결된 담당자 역시 한참 설명을 들은 후에 '모른다'고 답했다.

국가별 선수촌 입촌 행사장 취재를 위한 출입 절차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출입카드를 발급하는 웰컴센터 창구에는 "출입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하루 전에 신청하라"는 안내문구가 내걸려 있었다. 출입카드를 하루 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안내는 인천아시안게임 홈페이지와 공식 페이스북 등 어느 곳에도 발견할 수 없었음에도, 당일 선수촌 취재나 급한 용무로 선수촌을 방문하려던 내방객들은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굳이 하루 전에 출입카드를 신청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조직위 중간 책임자조차도 "위에서 시킨 일이라 나도 모른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 북한 선수들이 지나가고 있다.

조직위가 운영하는 공식 페이스북도 경기소식 등 홍보만 할 뿐 대화창구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간단한 질문을 위해 메시지를 보냈지만, 기자는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현재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의 미숙한 운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인터넷상에서도 들끓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예매사이트에서 표가 매진되었다고 해서 결국 관람을 포기했는데 TV 중계를 보니 경기장 2층 전체가 텅텅 비어 있었다"며, 조직위의 허술한 운영관리 시스템에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이 그동안 치른 역대 국제 스포츠대회 중 가장 운영미숙이 두드러진 부끄러운 대회"라고 혹평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험이 부족하고 인력관리는 물론, 운영의 묘도 살리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대회"라며 4년 후 치러질 평창동계올림픽을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26일 현재, 인천아시안게임이 중반으로 치닫고 있다. 조직위의 미숙한 대회운영이 국제사회의 망신을 사고 있지만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행여나 그동안 쌓아온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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