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토끼울타리’5년 세월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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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토끼울타리’5년 세월 억울
  • 김진이기자
  • 승인 200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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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에 손해배상 청구 서재오씨
“일회용 수저를 계속 사용하게 하고 구타, 독방감금도 비일비재합니다. 비인간적 대우에 항의했더니 교도소에 보낸다고 협박을 하더군요. 호주 국가 인권위, 연방정부에 계속 항의서한을 보냈더니 감사가 나왔는데 그때뿐이더군요.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더욱 분통터지는 건 현지 한국 영사들의 태도였습니다. 재판도 없이 교도소에 감금됐다는 저의 항의에 호주라는 나라가 그런 불법적인 처사를 할 리가 없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서재오(40)씨의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이다. 이민장려국가, 넓은 초원과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이들이 사는 아름다운 나라 호주에서 그는 또다른 ‘토끼울타리’를 경험했다. 호주 이민수용소와 교도소에서 5년여를 억울하게 갇혀있던 서씨는 작년 9월에 강제추방됐다.

현재 서씨는 자신의 불법적인 교도소 구금에 대해 현지 재외 공관원들이나 외교통상부가 어떠한 자국민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자신을 보호해주기는커녕 그냥 방치해 뒀다며 3월 31일 국가를 상대로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씨는 87년 일본의 한 무역회사 외항선원으로 호주에 갔다가 불법체류자가 됐다. 그러나 현지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고수익의 안정된 직장도 찾았다. 96년 영주권심사를 기다리던 중 서씨는 우연한 시비에 휘말려 6개월형을 받았다. 형기를 마쳤으나 호주 정부는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서씨를 빌라우드 이민수용소로 보냈다.

그가 체험한 이민수용소는 지금까지 살았던 호주와는 다른 세상이었다. 대부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 이주노동자들인 수용소안 사람들은 열악한 시설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그래도 영어가 안 통해 의사소통이 안되기도 하고 법적으로 무지한 이주민들은 항의를 할 엄두도 내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이주민인데 호주에 아내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사람을 가족에게 연락도 취하지 않고 강제 추방을 한다는 겁니다. 제가 서류를 만들어 수용소 안에서 집단 항의서명을 받았죠. 결국 소장이 석방을 했습니다.”

이미 수차례 호주 감사원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민수용소의 부당한 처사를 호소해왔던 서씨는 그 일을 계기로 재판도 받지 않고 실버워터교도소로 옮겨졌다. 9개월 동안 수감돼 있던 서씨는 목숨을 걸고 43일간의 단식투쟁을 벌인 끝에야 2000년 2월 다시 수용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호주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불법적인 행위였음을 인정한 불법 구금에 대해 한국 정부와 외교통상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어렵게 청와대에 민원을 넣은 끝에 99년 재외공관에서 조사를 나오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2001년 서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자세하게 소개가 되기도 했다. 이제 고국으로 돌아온 그의 외로운 싸움에는 참여연대가 함께 하고 있다. 호주 이민수용소내 다른 이주 노동자들의 입과 귀 노릇을 하며 교도소 구금이라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던 서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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