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상파울로 양궁협회 김요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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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상파울로 양궁협회 김요진 회장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4.09.0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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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불모지 브라질에서 한국인 최초로 양궁협회 회장맡아

▲ 김요진 상파울로 양궁협회 회장
현란한 축구실력을 자랑하는 축구강국이자 삼바 축제의 나라 브라질, 그리고 고도의 집중력과 강한 정신력을 요구하는 양궁이란 스포츠.

축구라는 브라질 국민스포츠 사이에서 한국이 세계 최강국인 양궁을 브라질에 널리 보급하려 힘쓰는 한국인이 있다.

바로 김요진 사범. 그는 이미 브라질서 태권도 리그 연맹 회장을 맡아 브라질 전역에 태권도를 알리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양궁 불모지인 브라질에서 한국인 최초로 상파울로 양궁협회 회장직을 맡게 됐다.

그는 상파울로 양궁협회 회장을 맡고 보다 많은 대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지난 4일에는 600m2 규모의 주차장을 겸비하고 1층은 태권도장, 2층은 실내양궁장인 건물을 상파울로 시내에 개장했다.

이날 개장식에는 양궁인들은 물론이고 태권도인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많은 교민들도 참석했으며 현지 언론들도 그의 양궁장 개장식을 취재했다. 또한 이날 개장식을 빛내주기 위해 브라질 태권도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진 조상민 관장도 미국에서 참석해 태권도 관원들의 단증 심사를 봐 주었다. 현지 태권도인들에게는 영광스러운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기자는 양궁장 개장식에서 김요진 회장을 만나 그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김요진 회장이 조상민 사범의 이름으로 상파울로 시내에 개장한 건물 입구 모습.
△상파울로 양궁협회 회장이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상파울로 양궁협회의 회장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 처음엔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이었는데 사범까지 되고 그러다 브라질 태권도 리그 협회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 아들이 양궁을 시작했고 아들의 양궁 뒷바라지를 하다가 태권도 협회장의 경력을 인정받아 양궁 협회장으로 추대되었고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상파울로 양궁협회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현재 브라질 양궁계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브라질은 모두 27개 주로 이뤄진 나라입니다. 그 중 10개 주에 양궁협회가 있습니다. 양궁은 브라질인들에게 아직 생소한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브라질 전체 양궁 인구 1,000여명 중 50~60%가 이곳 상파울로 주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1년에 20번 정도의 시합을 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양궁 실력을 한국과 비교한다면?

▲현 상황에서는 비교 자체를 할 수가 없지요. 웬만한 선수들은 거의 다 한국으로 유학을 갑니다. 오는 11월에도 브라질 국가대표 6명이 한국의 원주여고로 양궁을 배우러 갑니다. 하지만 이번 주니어 올림픽에서 브라질 선수가 은메달을 땄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양궁을 보는 시선들이 많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1층은 태권도장, 2층은 실내양궁장으로 이뤄진 건물 내부.
△상파울로 시내에 태권도장과 실내 양궁장을 만드셨고 오늘 개관식을 열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직접 실내 양궁장을 만들게 됐는지요?

▲제가 양궁을 접하다 보니 우리 교민들이 양궁에 대한 관심과 경기력이 높고 기술 습득도 빠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민 청년들이 앞으로 브라질에서 양궁을 하면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힘들지만 무리해서라도 이렇게 양궁장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제 아들도 현재 브라질 양궁 국가대표이며 또한 제 첫 학생 선수도 이번 브라질 전국대회에 출전합니다. 제가 앞으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우리 교민들 중에서도 훌륭한 선수가 많이 배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브라질 태권도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진 조상민 사범(맨 오른쪽)과 함께.
△체육관 명칭이 김요진 회장의 이름이 아닌 조상민 사범님의 이름으로 개관을 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힘들었던 초기 이민 시절 브라질에 태권도 보급을 위해 브라질에 100달러를 가지고 오신 분이 바로 조상민 사범님입니다. 처음에는 태권도란 명칭 자체도 생소해서 주위에서는 코리안 가라테라고 했지만 태권도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처음부터 태권도란 이름을 쓰면서 이곳에 태권도를 보급한 조상민 사범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체육관을 조상민 사범의 이름으로 열게 된 것입니다.

△한국인 최초로 상파울로 양궁협회 회장이 되었습니다. 협회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이고, 또한 동양인 회장에 대한 대우는 어떤지요?

▲제가 태권도를 제외한 올림픽 종목 중에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브라질 협회의 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양궁도 잘 모르고 경력도 없는 동양인이 회장을 맡았다고 처음에는 많은 양궁단체들이 절 외면했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는 양궁 심판이 되기 위해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열심히 뛰어다니며 태권도 협회를 잘 이끌어 나가고 브라질 체육협회들과 친목을 다지는 것을 본 단체들이 조금씩 절 인정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들과 대립하기보다는 항상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타협하다 보니 어느새 그들도 저를 상파울로 양궁협회 회장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했고 지금은 저를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 임기가 아직 2년 반이 남아 있는데 더 많은 일들을 할 자신이 있습니다. 브라질 양궁 발전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에는 상파울로 주 양궁협회 회장이 아닌 브라질 양궁협회장이 되어 브라질의 양궁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더욱 더 열심히 해서 우리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또한 브라질은 아직 양궁 불모지라서 장비들이 턱없이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양궁의 최강국인 한국에서 조금만 지원을 해준다면 이곳 브라질 양궁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장년부 양궁대회 선수들과 함께.
△브라질 교포들을 위해서 한인양궁협회도 생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양궁에 대한 교민들의 반응은?

▲반응은 좋은 것 같습니다. 또한 양궁이 한국인에게 잘 맞는 스포츠이기도 하고 정신 집중에 아주 도움이 되는 스포츠로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 예로 이번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학생들 4명 중 3명이 상파울로 대학에 다니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교민들의 건강과 여가 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에 한인양궁협회 회장으로 부임하신 김봉갑 회장님께서 많은 노력을 하셔서 한인양궁발전에 크게 도움을 주실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요진 회장님의 꿈은?

▲저는 브라질에 온지 36년째가 되어 갑니다. 또한 저는 체육인이기도 합니다. 저의 작은 꿈은 체육을 통해 우리 교민들이 하나가 되고 화합을 하여 비록 소수민족이긴 하지만 이 큰 브라질에서 우리 한국인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 김요진 회장의 부인인 권재선씨는 "남편이 하고 싶은 일을 잘 할 수 있게 건강을 챙겨주고 있다"며 김 회장을 적극 지지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부인 권재선씨를 잠시 만났다. 그녀는 개장식에 온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해서 앞치마를 두르고 손수 음식을 장만하고 있었다. 기자는 그녀에게 남편이 브라질에서 한국인 최초로 상파울로 양궁협회장이 된 것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사실 저는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단지 남편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더욱 더 잘할 수 있게 건강만 잘 챙겨 주고 있고요. 토요일과 주일에도 늘 시합 때문에 야외에 나가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걱정도 많이 되고 사실 브라질이 좀 많이 덥잖아요. 주말에 남편이 가족과 같이 있어 주지 못해 좀 섭섭하긴 하지만 저는 나름대로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남편과 아이들이 더 잘 되게 열심히 기도만 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축구와 삼바 밖에 모르는 나라 브라질. 그 안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고 있는 우리 한국인들. 하지만 양궁이란 생소한 스포츠로 브라질 사람들에게 한국의 자부심을 심어 주고 있는 김요진 회장.

체구 작은 동양인이 브라질 큰 협회의 회장을 맡으면서 얼마나 힘든지, 고생을 하는지 고국에 있는 분들은 잘 모른다. 그가 이곳에서 더 큰 한국인이 될 수 있도록 한국양궁협회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자의 생각을 끝으로 글을 맺는다.

<브라질 이석재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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