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크라이나 사태와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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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크라이나 사태와 한국전쟁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4.09.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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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모스크대 정치학박사,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최근 악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양상들이 한국전쟁 당시 상황과 많은 부분들이 닮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어제와 오늘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 사실 여부를 놓고 미국 및 서방과 러시아가 서로 진실게임을 하는 모양새다.

소련이 무너진 후 국가가 온전한 정치 경제적 통합을 이루지 못해 분열되고 외세에 의존하여 정치세력을 유지하다가 결국은 동부와 서부지역 간에 내전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된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상황이나, 일본이 패망한 후 국가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남북으로 나뉘어 외세에 의존하여 정치세력을 유지하다가 결국은 전쟁과 분단국가로 나아갔던 한국의 모습이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전쟁은 51년 여름 이후,  남과 북 어느 일방의 전쟁 승리 가능성이 이미 없어진 상황에서도 38선을 중심으로 2년 넘게 계속된 소모전으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손실을 가져왔던 뼈아픈 역사적 상흔이 아직도 우리에게는 깊게 남아있다.

우크라이나 내전상황도 비슷한 양상이다. 미국 서방과 러시아 측 어느 일방의 정치적 승리도 이미 어려운 국면이다. 그런데도 지금 미국과 서방, 그리고 러시아 양 진영은 우크라이나를 통째로 삼키지 못할 바에는 절반이라도 나누어 가지려는 듯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희생과는 상관없이 내전을 용인 또는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렇게 내전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결국 아무런 죄 없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인명과 재산피해는 늘어만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러시아학자와 대화를 나눠봤다. "러시아인들이 러시아무기를 가지고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은 문제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러시아학자는"그들은 자발적인 민간 지원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크라이나에 사는 러시아인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군이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규모 면에서는 다르겠지만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자국군의 전쟁 투입을 두고 정규군이 아닌 민간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참전하는‘인민지원군’이라고 대내외에 내세웠던 명분과 판박이인 듯하다.

2차 대전에서 승리한 후 미국과 서방, 그리고 소련과 중국으로 대별되는 양대 세력은 3차 대전의 위험성으로 직접적인 무력충돌을 피하면서도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적극 활용해 서로의 의지와 힘을 시험해보고 이후 자본주의권과 사회주의권의 세력균형을 이루어 나갔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러시아와 미국 및 서방 양 진영 간 직접적인 무력충돌은 피하면서도 약소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세력다툼을 벌이는 오늘날 우크라이나 사태로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 간 세력다툼은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똑같다. 언제나 약소국들이 희생양이 된다는 것이다. 시대는 바뀌어도 힘이 없고 분열된 약소국들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언제든지 전쟁의 참화 속으로 내몰린다는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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