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면 우리가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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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면 우리가 나누어야 한다
  • 김제완
  • 승인 200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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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김제완기자] 이광규 이사장은 독일과 영국 프랑스등 여러지역 한인회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마다 입양인들이 겪어온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특히 누군가가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인이기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면 우리가 그 고통을 나누어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전세계에 수출한 입양아는 모두 20만명이며 그중 6만명이 유럽에 있다. 유럽의 입양인후원단체 관계자들은 비공식 통계로 8만명까지 보고 있다. 현재 이들 해외입양인들의 네트워킹작업을 동포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입양인들 자신의 조직과 입양인 부모의 조직 그리고 입양인후원회등 세계에 200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올해 8월 열리는 세계입양인대회 자리에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으겠다는 것이다. 대회에는 30-40대 그룹과 20대 이하 그룹, 양부모 그룹등 세종류로 나뉘어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이이사장은 말했다.

동포재단에서 대규모 입양인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일부인사들은 비판적이다. 20만 고아를 팔아먹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자랑하는 거냐고 힐난한다. 이이사장은 그러나 개인은 이들을 버렸지만 나라는 거두어야 한다고 힘을 주어 말해 유럽 동포들을 숙연하게 했다.  

입양아들을 한인사회에 포용해야하며 이것은 동포사회에서 중요한 과제라고 이광규이사장이 말하면 동포사회 지도자들은 말로는 예예 하고 대답한다. 그것은 일종의 립서비스일뿐 눈빛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는 것이 뻔히 보인다. 그러나 입양인과 이민 2세, 1.5세들은 구별이 없다. 서로 "We are Korean"이라고 말한다. 이사장이 힘들게 한 주장을 이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이사장은 또 입양아를 길러준 양부모들에게 백배 감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양부모들은 입양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자신이 한글을 배우고 김치도 배우는등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몇년전에 연방법원 판사로 임명된 미국인 입양부모의 경우를 예를 들었다. 연방법원 판사는 주법관중에서 선출되는 영예로운 직위인데 그 취임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두명의 입양아 두었다. 하나는 언챙이 또하나는 절름발이다. 이런 장애아들을 위해 변호하는 것이 내 전문영역이다. 그래서 이 애들이 나의 선생이다. 이들은 둘 다 코리안이다."

페리 전 국방장관의 아들도 한국아이를 입양했다. 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공항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한국인의 할아버지 Grand father of Korean이다."

이들의 잘생긴 얼굴에는 웃음이 없다. 그 웃음을 누가 앗아갔는가? 바로 우리라는 것이 이이사장의 주장이다. 이들은 부모 얼굴 한번 보는 게 소원이다. 작년에 미국에서만 입양인 3천명이 부모를 찾기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나타날 수가 없다. 3천명중 잘해야 한두명만이 만난다. 오히려 가짜 부모가 나타나 이들의 가슴에 두 번 못질을 한다.

이이사장은 부모가 나타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아는 전쟁고아와 산업고아로 나뉘어진다. 전쟁고아는 80%의 경우 부모가 나타난다. 산업고아는 산업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유형으로 대부분의 입양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과거 산업화시기 무작정 상경한 여공이 동네의 제비족 만나서 낳은 아이들이 많다. 구로공장 개천에 버려져 있는 애들중에 살아 있는 아이를 건져서 입양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유럽 입양인들은 미국등 다른지역에서보다 좌절을 많이 겪는다고 말했다. 입양인들은 일반적으로 사춘기 때와 결혼할 때 그리고 취업할 때등 세 번에 걸쳐 좌절을 겪는다. 특히 자살율이 높은 스웨덴에서는 평균 자살율보다 한국입양아 출신의 자살율이 5배나 높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민자들이 세운 미국에서는 입양인에 대한 차별이 적다며 유럽 입양인들이 지금이라도 미국으로 이민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입양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냉정함을 드러내주는 한가지 실화를 소개했다. 어느 입양인이 한국에 들어와서 몇해전에 중앙청 국장을 만났던 일이 있었다. 그 국장은 네 아버지는 언제 이민 갔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민이 아니고 입양갔다고 말하자, 국장은 그 자리에서 얼굴 표정이 급속히 바뀌었다. 입양인이 보기에 그 얼굴은 자기를 버린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그 입양인은 한국에서 돌아온 뒤 자살했다.

미국과 함께 입양 대국인 유럽의 동포들은 그동안 주위에 있는 입양아들을 짐짓 외면하며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양심을 향해 던져진 이광규이사장의 발언들로 인해 마음 깊은 곳에 숨겨있던 부끄러움이 꿈틀거렸을 것이다. 그 부끄러움이 입양아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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