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현지정계진출 아직은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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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현지정계진출 아직은 걸음마
  • 김진이기자
  • 승인 2004.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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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러시아 총선에서 한인동포 장류보미르(45) 후보가 당선됐다. 통합 러시아당 공천으로 니즈니노보고로드에서 출마했던 장후보의 당선은 유일한 한인의원이었던 정유리 의원이 위암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에 다시한번 고려인 사회의 희망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러시아의 한인 연방의원은 정유리(3선·사망), 최발렌틴(초선·정계 은퇴)의원에 이어 세 번째다. 한인 4세로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장의원은 니주니노브고로드에서 가장 큰 제분공장인 린덴크를 경영하고 있는 재력가로 2차례나 주 의원을 지냈다.  

전세계 재외동포의 수는 700만으로 추산되며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가에서 한인들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그 성장세는 다른 이민족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재계, 학계에서의 빠른 진출과 성장에 비해 정계진출은 매우 미미할 실정. 현지 정계가 이민족들에게는 높은 벽을 쌓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만큼 이어지는 한민족들의 정계진출 소식은 반갑다.

올해 1월 임용근 전 미국 오리건주 상원의원(68)이 보궐선거에서 당선해 3선 의원이 됐다. 임의원은 이어 상ㆍ하원 공동법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됐다. 1992년과 1996년 잇따라 주 상원의원에 당선한 뒤 3선제한 규정으로 의정활동을 중단했던 임의원은 오리건주 제25선거구의 존 스미스 상원의원이 연말에 사퇴함에 따라 공석을 메우기 위한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임의원은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로열젤리 회사 창업과 함께 오리건주 한인회장, 미국 한인회총연합회 회장, 세계한민족대표자회의 대회장 등을 지냈다.

임용근 의원과 함께 또한사람의 한국계 주 상원의원은 워싱턴주의 신호범(68)씨. 재선인 신의원은 2002년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주 상원 부의장에 올랐다. 19살 때 미군 군의관의 입양아로 미국에 건너와 워싱턴 주립대, 하와이대 등에서 국제정치와 동양사 교수를 지냈다. 신의원은 작년 연말 제12회 KBS 해외동포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방하원의원으로는 3선후 4선에 실패한 김창준(65) 전의원이 있다. 김전의원은 최근 시민권까지 포기하기로 하고 국내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61년 미국에 건너가 재미동포로는 처음으로 미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됐던 김 전의원은 90년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바시 의원과 시장을 지내 지금까지도 현지 한인 교포사회의 희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와이 하원 3선의원인 장은정(38)씨도 주목받는 한국인. 서울에서 태어나 77년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건너온 장의원은 현지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정치에 입문, 하원부의장까지 올랐다.  

220만명 재미동포의 규모를 고려한다면 정계진출은 활발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한인사회의 폐쇄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헌신성과 능력을 통해 성공을 쉽게 거두지만 한인들간의 정치적 단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현지사회에 대한 기부나 봉사에는 별 노력을 기울이이 않는다는 것.

재일동포들은 더욱 어렵다. 조선족이란 사실을 숨기고 자민당 중의원을 지냈던 아라이 쇼케이 의원은 결국 98년 불법 증권거래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자살했다. 4선까지 지냈던 아라이 의원은 재일교포 사회에서 상징적인 인물로 최초의 한국계 일본각료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은 한국계 일본인인 백진훈(45) 조선일보 일본지사장을 7월 실시될 참의원 선거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하기도 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인 백씨는 니혼대학 건축공학과를 졸업했고 1994년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선일보 일본지사장을 맡아왔다.

해외교포문제 연구소 이구홍 소장은 “일본인들은 거주국에서 뼈를 묻겠다는 생각으로 이민을 가서 현지 정계에도 활발하고 진출하지만 우리의 경우 언젠가 돌아오겠다는 생각으로 귀소형 이민을 가기 때문에 현지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숫적으로 평가하기 전에 이제 경우 반세기 정도의 이민역사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만큼도 빠른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소장은 “개개인의 정치진출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현지사회에서 한인들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한인들간의 단합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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