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헤브론 선교병원, 심장센터 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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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헤브론 선교병원, 심장센터 개원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08.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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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서울대병원 등 한국 심장 전문의가 직접 운영ㆍ관리

▲ 지난 6일(현지시각) 프놈펜에 소재한 헤브론선교병원에서 열린 심장센터 개원식 모습.
시골에서 올라온 쏘큰의 부모는 어제 하루 종일 수술실 앞에서 마음 졸이며, 초조하게 수술결과를 기다렸다. 보호자 대기실 벽에 걸린 시계 초침이 그렇게 느리게 간다고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통스러울 만큼 오랜 기다림 속에 마침내 수술실 문이 열렸다. 이동침대에 실린,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딸아이의 편히 잠든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수술이 성공했다는 의료진의 말 한마디에 두 부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안도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6살 어린 소녀 쏘큰은 잃어버릴 뻔 했던 새 생명을 되찾았다. 이제는 숨을 헐떡거리지 않아도 되었고, 마음 놓고 친구들과 뛰어 놀 수도 있게 되었다. 심장수술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최정연 박사 등 한국에서 온 심장전문 의료진 덕분이다.

지난 6일(현지시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헤브론 선교병원에서는 심장센터 개원식이 열렸다. 김한수 주 캄보디아 대사와 이엥 호웃 캄보디아 보건부 차관, 이철희 분당서울대 병원장, 동병원 심장전문의 최정연 박사, 김해수 위드 헤브론 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개원행사 전 이미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캄보디아 어린이 환자들과 그 부모들도 개원식행사를 빛내주었다.

▲ 이철희 분당서울대학병원장(왼쪽)은 이날 축사를 통해 캄보디아 의료시스템이 완전히 구축될 때까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캄보디아의 슈바이처 박사'로 불리는 병원설립자 김우정 헤브론선교병원장(오른쪽)이 심장센터 개원식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번 캄보디아 심장센터 건립은 그동안 비싼 병원비에 의료기술 수준마저 열악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심장수술은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상황에서 이루어져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선천적인 기형 장애로 진료와 치료는 고사하고, 약봉지조차 받지 못한 채, 평생을 심장질환으로 고통 받았던 환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한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캄보디아 심장병 환자들은 (사)밀알심장재단(이정재 목사)과 순천향 의과대학교 등 후원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후원단체 측에서 매년 수백여 명에 이르는 환자들을 모두 한국에 보낼 수는 없었다. 재정적인 문제는 둘째 치고, 수술과 별개로 보이지 않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이 뒤따랐다.

우선, 한국에 가기 위해서는 여권발급, 진료기록서류 등 각종 행정서류를 준비하는데, 현지 관공서의 업무처리가 더뎌 아까운 시간이 허비된다.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급한 환자와 그 가족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문제는 그뿐 아니다. 나이 어린 환자의 경우, 부모 등 보호자도 함께 가야 하기에, 보호자의 언어소통문제를 비롯해 다른 문화 환경에 따른 스트레스 등 후원을 자청한 한국의 대형병원들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상당한 고민을 해왔다.

▲ 김한수 주캄보디아 대사와 이엥 후웃 보사부차관이 심장병 관련 전시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이번에 한국의 심장 분야 전문의들이 운영ㆍ관리하는 심장센터가 현지에 설립됨에 따라, 이런 고민과 문제점들이 일거에 해결이 된 셈이다. 이번 심장센터건립에 제일 앞장 선 곳은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이다. 특히, 심장 분야 최고 권위자인 최정연 의대교수의 노력과 공도 컸다.

그동안 심장센터 건립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참포도나무병원(원장 이동엽)이 헤브론병원 ‘간호대학과 심장센터 설립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의료지식과 의료기술 및 인적 자원의 교류 등 캄보디아 국민의 보건향상과 의료 서비스발전에 공동 기여키로 하는 내용의 MOU도 체결했다.

▲ 성공적인 심장수술을 받은 후 심장센터 개원식에 참석한 어린 소녀와 부모(왼쪽). 최근 헤브론병원 심장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캄보디아 어린이 환자의 모습(오른쪽).

김우정 헤브론 병원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심장센터 건립에 도움을 준 많은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캄보디아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이엥 후웃 보사부 차관과 정부관료들도 한국정부와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한수 대사는 축사를 통해 “한국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뀐 유례를 찾기 힘든 부강한 나라가 됐다. 지금도 한국의 캄보디아 지원규모는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동안 국가차원에서 코이카 등을 통해 산모병원과 안과병원 등 병원건립에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민간단체가 이곳의 의료개선을 위해 이처럼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분당 서울대학교 병원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명료하다. 캄보디아 의료진이 심장센터의 모든 시스템을 직접 운영ㆍ관리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우리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해 행사에 참석한 100여명의 환자가족들과 관계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공식행사를 마친 후 주요 내빈들은 김우정 병원장의 안내를 받아 한국에서 들여온 심장수술 관련 의료시설을 둘러봤다. 이엥 후웃 차관과 정부관료들도 병원 의료진을 격려하는 한편, 병실내 심장병 수술 환자들과 가족들을 만나 이들을 위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교민은 “최소한의 의료장비나 구급약조차 부족한, 아프리카 수준의 열악하고 척박한 이 땅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 민간병원을 건립, 지금처럼 굳건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캄보디아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김우정 원장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정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 수술을 마친 심장병 어린이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중환자실.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은 가난한 현지 환자들을 위한 무상진료 및 치료를 목적으로 김우정 원장을 비롯한 기독교 의료선교사들에 의해 지난 2007년 9월 설립됐다. 현재 이 병원은 한국인 의사 9명, 캄보디아 의사 8명, 30여 명의 선교사출신 한인봉사자들과 60여 명의 현지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원 이래 연간 5만여 명의 외래 진료와 900여 명을 대상으로 수술을 진행해왔으며, 시골 오지까지 직접 찾아가 마을 주민들을 위한 건강검진과 치료 등 의료봉사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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