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한 군대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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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한 군대의 원천
  • 심흥근 재외기자
  • 승인 2014.08.0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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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흥근 재외기자(미국 LA)
80년대 초 고1무렵, 여름방학을 맞아 인천 신포동 이모님 댁에 자주 놀러갔다. 소아마비로 기어 다니는 노처녀 사촌누나가 타 주는 특별한 커피에 아코디언 자랑도 듣고 의대에 다니는 사촌형의 ‘칼라판 세계역사기행 사진대전집’ 인가를 보기 위해서였다. 특히 유럽편 이탈리아 건축과 풍경은 또 다른 전설의 세계가 존재함을 엿볼 수 있어 기뻤다.

이모님댁에 가던 어느날 버스를 타고 가다 창 밖으로 본 장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날 8월 섭씨 34도 푹푹 찌는 무더운 오전 11시경. 부평 역전에서 산곡동 방향으로 공수 특전여단 소속 소대원들로 보이는 10여 명이 완전군장으로 대로를 뛰고 있었다. 소대원 중 1명이 지쳐서 갑자기 앞으로 90도로 혼절하며 얼굴 안면이 아스팔트 도로바닥을 향해 그대로 고꾸라진다. 앞서가던 소대장인가가 달려오더니 욕설과 함께 군화발로 그 쓰러진 부대원의 복부 정중앙을 태권도의 앞차기로 세차게 가격하고 몇 차례 더 오뉴월 개잡듯 짓밟아 버리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다. 부하병사가 무슨 대역죄인인가? 옆의 전우들이 총과 군장을 대신 짊어지고 그의 어깨를 들쳐 메고 다시 뛰기 시작한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것이 과연 미군이라면 혹은 나토군이라면 아니 국방백서에 주적으로 등재된 인민공화국 평양의 그네들도 훈련 중 쓰러진 전우를 그리 모질게 대하겠는가? 그러한 사례들이 있겠는가 하는 궁금증이다. 그런 폭력에 길들여진 군인들이 과연 국방의 의무를 잘 수행하겠는가 하는 궁금증이다. 무지막지한 폭력에 길들여져야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앞으로 돌격을 잘 수행하나 하는 궁금증이다.

선택 화두가 떠오른다. 즉 구타와 폭력 차별과 얼차려가 강군을 만드는가? 아니면, 내 강산 내 부모형제 이웃을 지키겠다는 마음에 우러난 애국충정이 강군을 만드는가?

최근 개봉된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 씨가 "이순신 장군은 과연 왜 싸웠나?" “자기를 죽이려는 선조임금과 시기 모함하는 동료 장수를 넘어서” 란 의문이 가장 궁금했다고 한다. 혼신의 연기로 그가 표출해 낸 것은 분명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애국충정’ 오로지 그것이리라. 장수와 병사 그리고 민초가 모두 이 애국충정 하나로 뭉쳐 후손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것이리라!

"한국군 병영에 만연한 그러한 광적인 폭력의 근원은 일제식민치하에 일본군이 우리 한국청년들을 소집하여 차별적으로 대하던 방식에 있다"라고 최근 윤일병 사태에 대해 YTN 뉴스에 초대되어 나온 어느 군사전문가의 해설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역사학자 한홍구 선생은 최근 한겨레 신문 칼럼에서 "전투도 안 했는데, 죽어도 너무 많이 죽었다. 한국전쟁의 총성이 멎은 뒤 지금까지 60년 동안 군대에서 목숨을 잃은 젊은이의 수가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5,000명을 제외하고도 군대 용어로 ‘비전투 인명손실’이 거의 6만명에 육박한다. 한국군에서는 전쟁을 하지 않고도 매년 1,000명의 군인이 죽어나간 것이다. 이라크 전쟁 9년간 미군 사망자 수를 대략 4,500명으로 잡으면 연평균 희생자 수가 500명인데, 한국군은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것이다"라고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언젠가 유튜브에 미국의 앳된 대학생들로 보이는(여학생들 포함) 청년들이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창공에서 교관의 지시에 따라 무리지어 꼬리를 물고 고공낙하 점프를 하는데 두려움도 없이 아주 신나게 웃으면서 하는 걸 보았다. 이 어린 미국 친구들이 고공낙하 점프를 잘 하기 위해 구타당하고 욕지거리를 들어가며 교육받았다는 걸 아직 한번도 듣지 못했다.

세월호 사태에 이어 윤일병 구타사망에 이르러 과연 우리가 어떤 유산과 전설을 후손들에게 남겨야 할까 생각해 보니 앞이 캄캄하다. 그동안의 적폐를 어떻게 절멸케 하고 시스템을 어떤 방향으로 새롭게 구축하는가 하는 문제는 국민안전과 국방 등 책임자리에 앉아있는 분들이 개방적으로 주기적으로 솔직하고 정확한 보도자료를 언론을 통해 공지케 하여야 한다. 이런 진실된 자료를 토대로 군과 관이 시민사회와 적극 소통을 해야만 민이 호응하여 일치가 되어 적폐 해결이라는 어려운 과제들을 슬기롭게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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