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꺼진 불씨도 살려내는 <조선>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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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꺼진 불씨도 살려내는 <조선>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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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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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꺼진 불씨도 살려내는 <조선> <중앙>



[보도비평] MBC '이제는...'의 '박근혜 죽이기' 의혹에 대한 반박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동민(wanju) 기자


MBC 시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이하 '이제는')가 때 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박정희 시대를 다룬 세 편의 프로그램이 '박근혜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음모에서 비롯되었다'는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 1일자 <조선> 데스크칼럼

ⓒ 조선일보 PDF
그러나 정작 음모는 그들 자신들에게 있어 보인다.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을 부각시킨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야말로 'MBC 죽이기'의 음모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왜? 박근혜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

'이제는...'의 연출을 맡은 정길화 PD가 지난해 가을 전주에 온 적이 있다. 아마 9월 26일경이었을 것이다. 저녁 늦은 시간에 강준만 교수(전북대·언론학)와 송기도 교수(전북대·정치학) 그리고 필자와 자리를 함께 했다.

정 PD는 이때부터 이미 박정희 시대를 다루기로 하고 조언을 얻기 위해 취재를 다니던 중이었다. 당시에도 몇 가지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지난 기억을 더듬는가 하면, 이 프로그램이 박근혜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편성되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 및 음모론적 보도를 논박하기 위함이다.

지금도 가끔 근황을 전해오는 정 PD는 올해 2월 22일 필자에게 '이제는...' 제6판이 완성되었다며, 같은 달 29일에 첫 방영을 한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그리고 이번 달 22일에는 애써 만든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다음과 같이 전해왔다.

"지난 5년간의 평균시청률인 7.7%를 밑돌고 있어 아연실색입니다. 특히나 최근 탄핵정국으로 차분히 수십 년 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일에 대한 관심은 더욱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1년간 중국 연수를 다녀온 정 PD가 '이제는...'의 연출자로 발령을 받은 게 작년 8월이라고 한다. 물론 아이템 선정은 연출자의 재량에 따라 이뤄진다.

이들 언론의 주장대로라면, 정 PD가 이때부터 탄핵 사태와 박근혜 대표 선출 및 '박근혜 효과'를 예측하고, 치밀하게 준비를 했다는 말로 들린다. 일부 네티즌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이를 그럴 듯하게 기사화한 <조선일보>과 <중앙일보>의 의도는 대체 무엇일까?



▲ 3월 31일자 <중앙> 기사

ⓒ 중앙일보 PDF


<중앙일보>는 지난달 31일자 10(사회)면에 '총선 앞두고 10·26 방송'을 톱으로 배치했다. 이 기사는 '박근혜 효과 차단용'이라는 네티즌의 주장과 '몇 달 전 기획'이라는 제작진의 반박을 나란히 실은 후 "방송에서 박정희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킬 경우 박근혜 대표의 이미지를 훼손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선거에 임박해 이런 방송을 편성하는 것은 문제"라는 김우룡 교수(한국외대·신문방송학)의 지적을 소개했다.

또 이 신문은 1일자 사설 '사실 왜곡한 짜깁기 방송'에서까지 "'79년 10월,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 또한 오비이락의 오해를 받지 않도록 선거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역시 1일자 승인배 문화부 차장의 데스크칼럼 '박정희를 연달아 때리는 이유'에서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이유는 '박근혜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사전 제작해온 것"이라는 제작진의 해명을 전달했지만, 결론은 의혹에 일리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정 PD는 "박근혜 효과란 게 실체가 있기나 한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편성할 까닭도 없다. 그럼에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대표성과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일부 네티즌의 무책임한 주장을 기정사실화해 보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또 "1~2주일 사이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는 미디어 담당 기자들도 다 알고 있는 상식"이라며 <한겨레> 기사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1일자 <한겨레>의 38(방송)면에 보도된 '음모론 휩싸인 MBC'의 제호가 '선정적'이라는 것.

일부 네티즌들의 무책임한 주장을 거대 언론사들이 나서 자기 입맛에 맞게 음모론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과연 올바른 언론의 자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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