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캄보디아 진출, 베트남 성공신화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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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캄보디아 진출, 베트남 성공신화 이어갈까?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07.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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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이상 체인망 확충 목표...성공한 베트남 대신 실패한 중국에서 교훈 얻어야

▲ 캄보디아 프놈펜에 문을 연 롯데리아 1호점. 롯데리아 본사 관계자는 향후 3~5년 이내에 최소 15개 이상의 점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리아가 드디어 캄보디아에 상륙했다. 맛과 품질이 한참 떨어지는 싸구려 현지 프랜차이즈 햄버거에 식상했던 교민들에게도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 롯데리아 본사는 지난해 제일제당의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캄보디아 식음료 대표기업 CBM의 자회사 인콕(Yinkok)과 손을 잡고,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30일 프놈펜에서 문을 연 이온몰(Aeon Mall)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현지 언론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리아 1호점 오픈식 행사가 열렸다. 롯데리아의 캄보디아 진출은 베트남에서의 성공의 여세를 몰아 동남아에서 롯데리아의 열풍을 이어가겠다는 본사의 전략으로 보인다. 일단 롯데리아 입장에서는 이번 개점을 시작으로 이웃나라인 캄보디아의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본사 박종우 경영기획부문장은 축사를 통해 “롯데리아가 캄보디아 고객들에게 제일 사랑받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콕’의 꼬잇 소클리 대표이사 역시 “한국 최고브랜드와 함께 파트너가 된 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 (왼쪽부터)롯데리아 캄보디아 1호점 오픈식에 참석한 실라 CMB 대표이사,소클리 인콕 대표이사,박종우 롯데리아 경영기획부문장.
캄보디아에서 책정한 롯데리아 햄버거의 가격은 한국보다는 약 20%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현지에서 시장점유율이 제일 높은 럭키 버거보다는 10~20% 가량 높다. 캄보디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1천불을 조금 넘는 수준이고, 근로자 최저 월임금수준이 100불 정도임을 감안하면  비싼 편이다. 그러나 최근 수도 프놈펜을 중심으로 국내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중상류층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인지라 소비자들의 가격에 대한 저항감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캄보디아 패스트푸드 시장은 싱가폴 계열 자본과의 합작 형태로 생긴 ‘럭키 버거’ 브랜드가 10년 가까이 시장을 거의 독점적으로 장악해왔다. 햄버거뿐만 아니라 프라이드 치킨도 함께 판매하는 영업방식으로 비교적 높은 시장점유율과 매출실적을 보여 왔다.

이런 가운데 작년 미국 버거킹이 캄보디아에 도전장을 냈다. 포첸통 국제공항과 고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벙켕꽁 지역에 2호점을 개설한 상태다. 부드럽고 육즙이 많은 수입산 소고기 버거 맛에 대한 입소문이 도시 미식가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면서 기존 햄버거 시장 판도마저 뒤바꿀 태세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지만, 늘 손님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미국 맥도날드의 진출계획 발표가 아직 없는 가운데, 버거킹이 조만간 롯데리아의 절대 라이벌이 될 전망이다.

▲ 지난 6월 30일 프놈펜에서 열린 롯데리아 1호점 오픈행사에서 본사 박종우 경영기획부문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롯데리아 본사 관계자는 향후 3~5년 이내에 최소 15개 이상의 점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도 프놈펜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도시들은 아직 중산층이 두텁지 못하다보니 인구 2백만명에 육박하는 프놈펜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체인점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사업파트너인 인콕의 재정상태가 비교적 양호하고 모기업인 CBM이 피자, 버거 등 식음료분야를 전략중점사업으로 삼아온 기업인 만큼 지금까지의 추진동력만으로도 이 기간 내에 15개 정도 점포 오픈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지 기업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기존 비비 월드나 피자 월드 매장 일부를 롯데리아 매장으로 전환시킬 계획도 검토중이라 하니, 비용적인 효과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의 성공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롯데리아가 성공을 거둔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상황을 단순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베트남은 인구가 9천만 명이 넘는다. 1인당 국민소득도 캄보디아보다 높다. 교민수도 10만명이 넘어 이 수요도 매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캄보디아 인구는 고작 베트남의 1/6수준인 1천5백만명 수준이다. 게다가 실제로 구매력을 갖춘 도시는 수도 프놈펜과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씨엠립 정도로 소비시장도 그리 크지 않다. 수도 프놈펜은 유동인구를 포함해 2백만명이 넘지만, 교민 수도 적고 아직은 중산층도 그리 두텁지가 못한 상황이다.

▲ 현지 파트너 인콕사의 꼬잇 소클리 대표이사는 한국의 1등 브랜드와 함께 일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게다가, 베트남의 경우 지난 1998년부터 본사직영을 통해 현지화전략에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번 캄보디아 진출은 본사직영이 아닌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한 진출이다.

따라서 본사의 역할은 기술전수 및 제품개발과 부재료 납품 등으로 제한된다. 캄보디아 파트너가 광고, 영업 등 현지 마케팅을 직접 총괄 주도하기 때문에 한국 본사의 역할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즉, 캄보디아에서의 성공여부는 현지 파트너기업의 마케팅능력에 좌우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로서는 롯데리아의 이번 진출은 캄보디아에서의 큰 사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베트남의 성공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남아 해외시장의 진출확대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 등 전략적 차원의 선택으로 보는 것이 옳을 듯 싶다.

참고로, 롯데리아의 현지 사업파트너가 된 기업 ‘인콕’은 현재 ‘뚜레쥬르’와 ‘롯데리아’ 등 2개의 한국 브랜드 외에도 ‘T&C커피’와 ‘피자 월드’, ‘비비 월드 버거’라고 불리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를 여럿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작년 초 시작한 뚜레쥬르를 제외하고는 현지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인 경영실적을 보이지 못했다.

‘패스트푸드’라는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던 2000년대 초반에는 이 회사 대표브랜드들이 잠시나마 반짝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모회사인 CMB의 초기성장을 이끈 주력브랜드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후발주자로 나선 외국계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밀려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피자월드의 경우는 태국계열의 피자컴퍼니에 체인점포 수에서나 매출에서도 확연히 밀리며, 햄버거 패스트푸드체인인 비비 월드 버거는 럭키 버거에 상대가 되지 못한다. T&C 커피는 세련된 실내인테리어와 고급 커피맛을 무기로 하는 ‘브라운커피’와 ‘글로리아 진’ 등에 밀린 가운데 최근에는 세계적인 커피브랜드 ‘커피 빈’과 ‘까페베네’까지 시장에 적극 가세해 ‘고립무원’ 상태다.

이런 가운데 뚜레쥬르는 다행히도 기업의 효자브랜드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지난 2013년 2월 오픈 이래 점포 수가 아직까지 4개 정도이지만, 인콕 관계자들도 뚜레쥬르의 지속적인 성장세에 매우 고무된 듯 하다. 한국 브랜드인 뚜레쥬르가 성공적으로 런칭을 한 만큼 그동안의 노하우를 살리고, 한류열풍까지 한데 어우러진다면, 롯데리아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를 거는 눈치다.

그렇지만, 롯데리아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뚜레쥬르는 물론이고 베트남에서의 성공을 뛰어 넘기 위해선 몇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첫째, 현재 롯데리아의 실내인테리어는 솔직히 캄보디아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다소 진부한 스타일이다. 분위기는 현지 럭키 버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롯데리아가 베트남에 진출할 당시인 1998년만해도 이 정도 수준의 실내인테리어는 베트남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시원한 냉방시설도 베트남 중산층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캄보디아 도시 중산층들은 불과 수년 사이에 그러한 서비스와 고급 인테리어에 상당히 익숙해진 상태다. 빼곡히 들어선 좌석과 이로 인한 비좁은 통로 등 고객이 안락함이나 편안함을 느끼기에 다소 부족한 공간배치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둘째, 사업 파트너인 ‘인콕’의 모회사인 CBM은 피자컴파니 같은 경쟁 패스트푸드 업체과 달리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과 치밀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내세워 왔던 회사가 아니다. 그 흔한 옥외광고나 TV  라디오광고, 현지 잡지 광고에서 조차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행사도 벌인 적이 거의 없었다. 현지 메뉴개발도 소극적이었다.

대신 이 기업은 패스트푸드 업종을 전문으로 수년간 쌓아온 노하우도 많고, 글로벌 기업답게 외국에서 스카우트한 고급 전문인력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확실한 장점은 가지고 있다. 이번 롯데리아 브랜드의 런칭을 기점으로 현지 파트너인 인콕 측이 앞으로 어떤 방식의 새로운 마케팅전략을 수립할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셋째, 캄보디아에 진출한 외국 패스트푸드 체인이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130여개 국 이상 진출한 미국의 대표적인 치킨 레스토랑 체인인 KFC는 지난 2009년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이미 수도 프놈펜과 유명 관광지 씨엠립을 포함, 약 10여개가 넘는 점포체인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KFC가 현지화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실패한 가격전략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처음 개점 당시 KFC의 후라이드 치킨 가격은 현지 럭키 버거 가격의 약 10~20% 비싸게 책정되었다. 적잖은 가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맛과 호기심 속에 손님이 상당히 느는 듯 싶었다.

그런데 런칭한 지 불과 6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갑작스레 세트메뉴를 바꾸는 편법을 통해 가격을 다시 올려버렸다. 세트메뉴에서 콜라를 선택메뉴로 빼버리고, 가격을 살짝 낮추는 방식으로 가격을 다시 책정했다. 실제로 콜라를 추가 구매할 경우 기존세트메뉴보다 가격이 더 올라가는 꼼수였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현지 버거에 비해 30% 가까이 올리자, 캄보디아 소비자들이 곧바로 외면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KFC가 복층으로 매장을 꾸미는 과정에서 실내온도 조절 등 시설물 관리에도 실패했다. 2층이 아래층보다 더운 공기의 상승으로 온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2층의 냉방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2층 테이블좌석은 늘 후텁지근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2층 테이블을 관리하는 전담직원이 없어 손님이 남긴 음식물이 테이블에 그대로 장시간 방치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흔했다. 한마디로 기본적인 운영관리가 안된 것이다.

또한, 신선한 닭고기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팔다 남은 닭고기가 장시간 폐기처분되는 손실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번에 조리하는 닭튀김의 양을 줄인 게 문제를 일으켰다. 하루 중 시간대별, 매장별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다보니, 정작 손님이 분비는 시간대에 매대에 당장 내놓고 판매해야 할 닭고기가 떨어져 고객들이 줄을 서서 최소 15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도 생겨났다.

이런 사소한 운영관리의 실수와 문제점이 어느 매점 할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바람에 고객들은 빠른 속도로 이탈했다. 이런 초기 문제점들이 어느 정도는 개선이 된 상태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고객들을 다시 붙잡기는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로 맛과 품질 면에서 월등한 KFC가 기존 현지 패스트푸드점들과의 경쟁에서 만큼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맛과 품질뿐만 아니라 마케팅 전략과 운영관리 측면에서 얼마나 세심한 배려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대만 등 전세계 7개국에 진출한 롯데리아의 총 매장수는 약 230여개다. 그중 베트남 점포수만 190개가 넘는다. 일부 언론들은 롯데리아가 베트남에서 성공한 이유에 대해서 지역사회 밀착형 마케팅이 주효했던 것을 성공의 한 예로 꼽고 있다.

본사직영의 베트남에서 만큼은 롯데리아가 확실한 입지를 굳힌 것은 분명하다. 반면, 베트남과 국경을 접한 인구 16억이 넘는 중국시장에서는 고작 점포수가 11개에 그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베트남에서의 성공노하우를 적용하여 비슷한 전략을 썼을 것이 분명하고 맛과 품질, 서비스도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시장에서 맥도날드에 밀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이런 점에서 비춰봤을 때, 롯데리아가 캄보디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이웃나라인 베트남에서 거둬들인 성공노하우를 캄보디아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보다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이 캄보디아 시장을 개척하는 데 훨씬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국경을 사이에 둔 이웃나라이기는 하지만, 캄보디아인과 베트남인들은 민족성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적 특성과 식성, 라이프스타일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가운데 비로소 제대로 된 현지화 전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실패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고전중인 KFC의 현지화 전략 실패 사례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성공한 마케팅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꿈을 파는 것이다”라는 어느 유명 경제석학의 말도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롯데리아가 아무쪼록 현지사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로 성장, 캄보디아에서도 제2의 베트남 성공신화를 이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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