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차세대들이 눈여겨 봐야 할 귀감,"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이 가운데 60년 역사의 브라질 한인 패션사업을 통해 배출된 인재가 있다. 바로 27세의 1.5세 디자이너 이윤희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본지는 지난달 20일 이윤희 씨를 만나 디자이너로서의 걸어온 길과 미래의 꿈을 들어봤다.

1987년생으로 올해 만 27세가 되는 이윤희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를 따라 브라질에 왔다. 당시 브라질 이민 1세대들이 주로 시작하던 업종인 옷가게를 연 부모 밑에서 자랐다. 학교생활을 하며 처음에는 미술에 관심을 두었다. 대학을 진학 할 즈음에는 산업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주변의 많은 한국인 친구들이 패션 디자인(moda)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을 본 그녀 역시 오랜 고민 끝에 ‘Santa Marcelina’ 대학 패션디자인과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이처럼 얼떨결에 패션 디자인에 입문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경험을 쌓고 공부를 하면서 그녀는 점점 디자인에 흥미를 갖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며 그녀는 이 일이 자신에게 딱 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졸업작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유명 브랜드에 취직했던 선배들을 통해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되면서 그녀는 디자이너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서게 된다.
Ellus, Cavalera, Riachuelo, Melissa 등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그녀는 브라질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지명도가 높은 패션쇼인 São Paulo Fashion Week에 작품을 올리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브라질 패션업계의 최전선에 뛰어든 그녀는 유명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으로 프리랜서로서 주목할만한 커리어를 착착 쌓고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화려한 패션세계에서 디자이너의 삶은 어떨까? 그녀는 “아무래도 성격이 천차만별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힘들다" 어떤 점이 다를까? "사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인맥관리를 상당히 잘 하고 출세를 위한 라인을 타며 아부를 하는 등 처세술에 능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성격이 못돼 조금 힘든 점은 있다"
주변인들의 시선 역시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유명 대학에서 수석졸업을 했으면 더 커야 하는 것 아니냐?","왜 부모 일을 도와주지 않고 밖에서 일을 하느냐" 등등 내가 어떤 길을 택해도 나쁜 소리가 조금씩은 나왔다. 그것이 부담이 되었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대학재학 시절 영국의 유명 대학인 ‘Saint Martin’대학 측으로부터 ‘마스터 과정’ 유학 제의를 받아 졸업하면 영국으로 떠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브라질 내 유명 브랜드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고 생각을 바꿔 이곳에서 경력을 쌓기로 결심하고 눌러 앉는다.
이후에도 이런저런 제의들이 계속되자 학생이라기 보다 오히려 ‘현역 디자이너’로서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일에 발목이 묶여 유학마저도 접게된다.
이렇게 힘든 우여곡절을 털어놓은 그녀는 "어찌됐던 지금으로서는 이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고 행복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동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많이 존재하는데 패션업계는 인종보다 실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당당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는 다시 한번 공부하는 것… 유명한 디자이너보다는 ‘즐기는 디자이너’”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유럽 유학에 도전하는 것"이라며"만약에 유학을 가게 되면 서른 살에 가는 게 목표인데 우리네 한국인 정서상 서른살이면 사실 학생이 되기에는 늦은 나이고, 또 여성이다보니 결혼문제도 비켜갈 수없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시선 때문에 꿈을 포기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브라질인들은 마흔살에도 자신에게 부족함을 느끼고 목표가 있으면 유학을 간다. 한국인이라고 그러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유학에 강한 미련을 두었다.
그녀는 "유학을 가게 될 경우에는 세계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만약 브라질에 남을 경우 이곳에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세울 예정이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돈을 많이 벌고 명성을 쌓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옷 만드는 일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며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힌 그녀는 내가 하는 패션 외에 유기견들을 돕는 일에 큰 관심이 있다며 “현재 자주 기부활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 좀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도 말했다.

<기사제공=브라질 코리아포스트 이승만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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