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회의'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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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회의'의 효능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4.05.2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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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대표(우한 한향삼천리관리 유한회사)
우한의 날씨가 30도를 육박하고 있습니다. 다가 올 여름의 40도 무더위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한 숨이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늘 주장 합니다. "그래도 우한의 여름이 겨울보다는 낫다"고.

사람에게는 걱정과 근심이라는 본능적인 감정이 있을 겁니다. 중요한 시합을 앞둔 선수나 면접을 치러야하는 수험생에게 불안과 걱정이 없다면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성은 나름대로 확신과 자신감 같은 것으로 걱정, 근심을 상쇄하려는 본능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자신감의 근거는 무언가 대책이 있을 때 더 생길 겁니다. 제가 우한의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는 것도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런 겁니다. 우한이 워낙 덥다보니 웬만한 곳에는 에어컨이 가동 됩니다. 물론, 집에 들어와서도 즉시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다는 ‘대책’도 있습니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거실에서 수박을 한 입 베어 먹으면 더위로 인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겁니다. 다만, 겨울에는 이런 대책과 수단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불안하고 초조한 이유는 확신에 찬 대책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월급쟁이는 퇴직 후가 막막하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당장 거꾸로 떨어지는 매상이 걱정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걱정과 근심을 혼자 감당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자기 자신의 대책과 지혜가 한계가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인간의 세상에는 아주 많은 회의가 있습니다.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책 회의"가 뻔질나게 열리곤 합니다. 여러 사람들의 중지를 모아보자는 깊은(?) 뜻으로 연일 회의를 하는 겁니다.
 
혹시 다른 사람들, 또는 직원들의 생각에는 무슨 기발한 대책이 있을까? 아니면 여러 사람들의 의견도 나와 비슷할까? 물어 보는 겁니다. 한 개인의 역량과 능력이 사실은 별 게 없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겁니다.

심지어 초상집에서 밤을 새워 고스톱을 칠 때도 어느 순간에는 옆에서 구경하는 친구에게 물어 봅니다. "어떤 것을 버려야 내가 피바가지를 안 쓰고 3점으로 막을 수 있을까?" 사람이 이렇게 약한 겁니다. 더구나 단 돈 천원이라도 이권이 걸린 문제가 발생하면 골머리를 감싸고 고민을 하는 겁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자존심의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나약하고 힘이 없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이 이래서 늘 불안하고 초조한 건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한, 이래서 각종 대책 회의는 계 속 될 겁니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엄청난 대책 회의가 진행 중입니다. 세월호 대책, 터미널 화재 사고 수습 대책,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준비 대책회의, 지방 선거 승리 대책, 등 아주 많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무수한 대책 회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비슷한 사고가 계속 생겨납니다. 안전 대책 회의를 밥 먹듯이 했지만 사고는 내일도 모레도 터지는 겁니다. 사고가 터지면 언론에서는 국민들이 안전 불감증에 걸렸다고 합니다. 우리가 대책 회의를 하고 우리 자신이 불감증에 걸린 겁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어이없는 일입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소가 웃을 일입니다. 그 동안 했던 회의에 문제가 있을 겁니다. 그냥 건성으로 했을 수도 있고, 회의에서 말한 내용을 귀로만 듣고 흘려버린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똑같이 반복되는 사고가 연일 터지는 걸까요? 속된 말로, 그 수많은 대책 회의는 커피 한 잔 마시려고 한 건지도 모릅니다.
 
중국 사람들도 회의를 무척 많이 합니다. 공무원들도 오전 두, 세 시간은 회의를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오전 이른 시간에 정부 기관의 높은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의 회의는 우리 방식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중국인들이 뭔가 중요한 일을 토의하고 의논 하는 모습은 정말로 진지하고 깊이가 있습니다. 그냥 일회성 회의를 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회의에서 결론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형식적인 행사는 지도자의 훈시가 주요 내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면 토의의 토의를 거듭합니다.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고 합리적이라고 서로 동의 할 데까지 합니다. 오늘 그런 결론이 안 나면 내일도, 모레도 합니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계속 합니다. 우리 같은 성격에는 정말로 지루하고 지겹고, 그런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 합니다. 우리는 흔히 그런 것을 보고 ‘중국인의 만만디’라고 합니다. 그러나 만만디는 단순히 느려서 만만디가 아닙니다. 정금 같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만만디’가 있는 겁니다.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 그리고 예상되는 모든 문제를 몇 날, 며칠을 두고서라도 회의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의논하는 겁니다. 조금은 답답하고 느리지만 정확하게 하자는 겁니다.
 
요즘 한국 사회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다만,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진 나라, 또는 중국에 진출한지 꽤 오래 된 회사, 정부의 지원과 예산을 많이 받은 조직에서 자꾸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문제가 될 겁니다. 혹시, 매일 또는 자주 열리는 ”대책 회의“에 문제는 없을까요?

저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말하는 순간에 아무 말 없이 받아쓰는 장관들의 (순진한) 모습을 보면서 오늘 아침에는 어릴 적 초등학교 1학년 시절의 국어 시간이 떠오르더군요. 괜한 생각을 했나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요?
 
                                                                                                        황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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